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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한범 교수의 우리음악 이야기

방영기, 스승과 가족의 도움으로 명창에

[서한범 교수의 우리음악 이야기 773]

[우리문화신문=서한범 단국대 명예교수]  지난주에는 서도소리꾼, 유지숙이 제작한 <서도 산타령>과 함께 서도소리의 정석을 담은 민요음반 관련 이야기를 하였다. 이 음반에는 <긴아리>를 비롯, <산염불>이나 <난봉가>, <배치기> 등 여러 곡이 담겨 있는데, 널리 알려진 노랫말 외에도, 묻혀 있거나 잊힌 노랫말들을 찾아내 수록하였다는 점이 독특하다. 이와 함께 잔가락의 첨삭(添削)이라든가, 다양한 시김새의 활용으로 서도소리의 독특한 표현을 복원했다는 점에서 매우 흥미롭다고 이야기하였다.

 

무엇보다도 옛 명창들의 개성이 담긴 다양한 소리를 거의 그대로 재현했다는 평가와 함께, 장단의 변화나, 반주악기들과의 조화를 통해 서도민요의 특징을 더더욱 구성지게 살렸다는 점, 최경만, 원완철 등의 신명 나는 즉흥연주자들의 반주와 유지숙의 신들린 소리가 조화를 이루어 내고 있다는 점, 그리고 유지숙 본인의 독특한 소리길과 장효선ㆍ이나라ㆍ김유리ㆍ김지원ㆍ오현승 등의 후학들과 호흡을 맞춘 사제합심(師弟合心)의 작품이라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는 이야기도 하였다.

 

이제, 서도민요는 한반도의 서쪽, 황해도나 평안도 지역의 소리로만 남아 있는 옛 소리가 아니다. 이 음반처럼 분단의 역사를 이어가는 소리꾼들의 노력으로 전통의 맥이 이어져 간다는 것이 고맙기만 한 것이다. 모처럼 담백하고 깔끔한 서도지방의 민요음반을 만난 것이 반갑기만 하고, 덧붙여 이러한 소리는 몇몇 사람들이 아닌, 모두가 함께 같이 즐길 때, 더욱 빛나는 법이라는 이야기도 하였다.

 

오늘, 2026년 3월 첫째 주에는 <산타령> 전승에 진력(盡力)하고 있는 방영기 명창의 발표회 이야기로 이어간다. <산타령>이란 노래는 1960년대 말, 국가가 무형의 유산으로 지정한 종목이다. 지정할 때는 김태봉, 정득만, 김순태, 유개동, 그리고 이창배(李昌培) 등, 5인의 명창을 예능보유자로 인정하였으나, 이미 지정 당시에 대부분이 노쇠한 상황이었다.

 

정득만과 이창배 명인이 후진들을 양성해서 다행스럽게도 여러 명의 제자가 현재 활동을 이어가는 상황인데, 그 가운데 막내에 해당하는 제자의 한 사람이 바로 방영기며 현재 산타령 종목의 전승교육사로 활동하고 있다.

 

 

앞에서 이건자의 발표회에서도 잠시 언급한 바처럼 전승교육사의 자격이나 직분은 순전히 목구성이나 소리 실력만 좋다고 되는 것이 아니다. 소리는 기본적으로 잘 불러야 하는 것이 당연하지만, 소리 못지않게 음악적 구성이나 표현법, 그리고 이론적 지식도 갖추어야 한다. 더욱더 중요한 조건은 전수자들의 지도에 충실할 수 있도록 자신의 공부를 열심히 해서 스스로 자신의 무대를 만들어 나가야 한다는 점이다.

 

국가 무형유산, <선소리 산타령>의 전승교육사로 활동하고 있는 방영기 명창은 해마다 개인 발표회를 열어 올 정도로 열심히 공부해 오고 있는 부지런한 소리꾼 가운데 하나다. 벌써 오래전 일이다. 그는 지난 1999년, ‘전국민요경창대회’에서 <산타령>을 불러 명창부 대통령상을 받은 경력이 있는데, 당시 그는 수상 소감으로 “앞으로도 매해 지속적으로 개인 발표회를 열어나가겠다”라는 의지를 밝힌 바 있고, 이제까지 스스로 그 결심을 실행해 오고 있는 소리꾼이다.

 

나는 오래전, 그와 나누었던 대화 가운데 “경기도 성남시 이매동에서 5대째 살아오고 있다는 이야기, 초등학교 3학년 때부터 춤과 소리가 좋아 서울로 가서 배우려 할 때, 집안 어른들이 ‘소리꾼이 무슨 말이냐?’라며 반대가 심했다는 이야기, 그래서 무언의 시위를 통해 자기 입장을 관철했다는 이야기, 등등이 잊히지 않는다.

 

 

결과적이지만, 자식의 요구를 무시하지 않고, 존중해 준 부모님의 판단이라든가, 어린 시절부터 명인 명창, 곧 한영숙에게 전통춤을 배우기 시작하였고, 벽파 이창배에게 좌창을 비롯한 경기소리 전반과 당시 산타령의 대가로 인간문화재였던 정득만을 비롯하여 김옥심, 최창남, 황용주 등등에게 경기소리의 다양한 분야를 섭렵한 것이, 오늘날 경기소리의 큰 명창이 태어날 수 있었던 배경일 것이다.

 

이미 말한 바와 같이, 그는 여러 명인명창에게 다양한 분야의 경서도 소리를 익혀 왔지만, 그 가운데서도 그가 가장 애착을 갖는 분야는 선후배 동료들과 함께, 평생을 불러온 <선소리 산타령>이다. 지난해, 2025년 발표 무대에서도 그는 활달하고 시원한 목구성으로 산타령의 ‘놀량’, ‘앞산타령’, ‘뒷산타령’, ‘잦은 산타령’ 등을 동료와 후배, 제자들과 함께 신명 나게 불러 산타령의 매력을 여지없이 보여준 바 있다.

 

방 명창은 국악인으로는 드물게 지역민들의 높은 신뢰를 받아 온 사람으로도 유명하다. 바로 성남 시의원과 경기 도의원에 당선이 되어 지역의 봉사에도 앞장서 왔으며 그 결과는 성남의 <아트센터 건립>이나 <성남시립국악단> 창단으로도 이어진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한, 2012년 6월, <성동구>와 <한국전통음악학회>가 공동 주최한 『벽파 이창배의 생애와 예술세계』를 밝히는 학술행사라든가, 벽파 선생의 동상 제작에도 중추적인 역할을 해 온 사실을 아는 사람들은 기억하고 있다.

 

그는 지금도 쉬지 않고 뛰어다닌다. 중요무형유산 선소리 산타령의 <전승교육사>, <이무술 집터 다지는 소리 보존회> 회장, <방영기 국악연수원> 원장으로 활동하면서 일반 시민들에게 <산타령>이 어떤 노래인가 하는 점을 노래로, 강의로, 공연으로 세상에 널리 확산시키고 있다. 그런 가운데, 최근에는 국가로부터 사회발전에 이바지한 공로를 인정받아 훈장을 받았다는 소식도 들려오고 있다.

 

국악계가 방영기 명창에게 기대하는 것은, 산타령의 힘찬 소리가 더 많은 사람들에게 더더욱 넓은 장소에서 울려 퍼지기를 소망한다는 점이다. 건강을 지키며 그의 꾸준한 활동이 지속적으로 이어지기를 기대하고 있다.

(다음 주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