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이창수 기자] 아침 공기는 아직 차가운데 햇살은 한결 부드러워졌습니다. 길가의 나무들도 어느새 연둣빛 기운을 품고 있고, 들판에서는 작은 풀들이 고개를 내밀고 있습니다. 이렇게 겨울과 봄이 어깨를 나란히 하는 때에 우리는 한 가지 이름을 떠올릴 수 있습니다. 바로 오늘을 가리키는 춘분입니다. 이 춘분을 토박이말바라기에서는 더 따뜻하게 ‘온봄’이라고 다듬어 쓰고 있습니다.

온봄은 ‘온’과 ‘봄’이 만난 말입니다. 여기서 ‘온’은 전부라는 뜻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러니 온봄은 말 그대로 철이 온통 봄으로 가득 차는 때를 가리킵니다. 낮과 밤의 길이가 같아지는 이 날을 지나면서, 세상은 조금씩 봄 쪽으로 기울기 시작합니다. 그래서 3월을 두고 ‘온봄달’이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이름만 들어도 봄이 가득 차오르는 느낌이 전해집니다.
이 무렵의 봄은 아직 완전히 자리를 잡은 것은 아닙니다. 아침저녁으로는 쌀쌀하고, 바람도 문득 차갑게 불어옵니다. 하지만 그 속에서도 분명한 변화가 있습니다. 해가 조금 더 오래 머물고, 햇살이 한층 밝아지고, 나무와 풀들이 저마다의 자리에서 봄을 맞을 준비를 합니다. 눈에 잘 띄지 않아도, 세상은 이미 온봄을 향해 가고 있는 것입니다.

우리 삶도 이와 닮아 있습니다. 무언가가 바뀌는 순간은 갑자기 오지 않습니다. 어느 날 문득 달라진 것 같지만, 그 사이에는 보이지 않는 준비와 기다림이 있습니다. 온봄이 오기까지 겨울을 견디는 시간이 있었듯이, 우리의 변화도 그렇게 천천히 쌓여 옵니다. 그래서 지금 당장 눈에 보이는 것이 없어도 괜찮습니다. 이미 마음속에서는 새로운 생각이, 작은 용기가, 따뜻한 희망이 자라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온봄은 우리에게 말해 줍니다. 이제는 움츠렸던 것을 조금씩 펴도 된다고, 너무 서두르지 않아도 괜찮지만 분명히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고 말입니다. 아직은 바람이 차갑게 느껴질 수 있지만, 그 바람 사이로 분명 봄이 스며들고 있습니다.
오늘 길을 걸으며 하늘을 한 번 올려다보세요. 낮이 조금 더 길어진 것을 느낄 수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마음속으로 이렇게 말해 보셔도 좋겠습니다. 이제 온봄이구나 하고 말입니다. 그 한마디가 여러분의 하루를 조금 더 환하게 밝혀 줄 것입니다.
[여러분을 위한 덤]
온봄달을 맞아 주변을 천천히 둘러보세요. 나무 끝에 맺힌 작은 눈, 길가에 올라온 풀잎, 햇볕 아래에서 조금 더 길어진 그림자까지도 모두 온봄을 알려 주는 신호입니다. 아침에 창문을 열며 오늘 공기가 어제보다 조금 덜 차갑다고 느끼는 순간에도, 우리는 이미 온봄을 지나고 있는 셈입니다. 오늘 하루를 보내며 내 마음속에는 무엇이 온봄처럼 가득 차고 있는지 떠올려 보세요. 작은 기대일 수도 있고, 다시 해보자는 마음일 수도 있습니다. 그 마음을 소중히 품어 보시기 바랍니다.
[오늘의 토박이말]
▶ 온봄
뜻: '춘분'을 다듬은 말(철이 온통 봄으로 가득 차는 때라는 뜻)
보기: 온봄이 되니 낮이 길어지고 마음도 한결 가벼워졌다.
[한 줄 생각]
온봄은 어느 날 갑자기 오는 것이 아니라, 보이지 않는 곳에서 천천히 차오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