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는 닥나무로 닥종이(한지)를 만들어 썼는데 쓰임에 따른 구분으로 신년을 축복하는 뜻으로 그림을 그리는 종이인‘ 세화지’, 얇고 깨끗하며 매끄러운 것으로 부채나 연을 만들 때 사용된 ‘편자지’, 장판의 유지나 창문에 쓰인 ‘후지’, 온돌장판용인 ‘온돌지’가 있고, 또 창호지, 계목지, 백지, 창지, 견양지, 공물지, 대산지 따위가 있었습니다.
특히 세종실록지리지와 동국여지승람에 기록된 ‘갑의지(甲衣紙)’는 전쟁터에서 화살을 막던 갑옷에 쓰인 종이입니다. 화살을 막기 위해서는 물론 철판을 써야 하지만 철판은 무겁기 때문에 대신 가벼우면서도 강도가 철판 못지않은 갑의지를 썼던 것입니다. 한국방송(KBS)의 실험을 보면 두께 1mm인 갑의지를 10m 거리에서 쏜 국궁 화살이 뚫지 못하고, 부러져 버렸습니다. 이 갑의지는 옷칠을 해서 불에도 강했는데 우리 조상들의 슬기로움이 돋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