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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더위에 안부를 묻는 일본의 쇼츄미마이 풍습

[맛있는 일본이야기 201]

[그린경제=이윤옥 기자]  한여름 무더위라고 하면 뭐니 뭐니 해도 한국인들에게는 복더위가 먼저 떠오른다. 초복, 중복, 말복 말고도 더위를 나타내는 절기로는 소서, 대서도 있다. 이러한 무더위 때 일본인들은 친구나 친지, 가족을 생각하여 편지를 보내는 습관이 있는데 이를 쇼츄미마이(暑中見舞い)라고 한다. 우리말로 딱히 번역하기는 쉽지 않으나 “무더위 안부 편지” 정도로 할 수 있을 것이다. 가장 일반적인 무더위 안부편지(쇼츄미마이)를 하나 보자.

“무더위에 안부 말씀 올립니다. 장마가 개인 뒤 본격적인 무더위가 계속되고 있습니다. 그간 어떻게 지내시는지요? 저는 이번 달부터 건강을 생각해서 자전거 통근을 시작했습니다. 안하던 일이라 근육통이 생겼지만 비가 오는 날을 생각하여 우비도 준비했습니다. 무더위는 지금부터입니다. 모쪼록 건강을 스스로 잘 살피시길 빕니다. 성하(盛夏)”

   
 

대개 엽서에 안부를 묻는 것이라 간략한 내용이 대부분이지만 엽서를 받는 사람은 상대방이 자신을 챙겨준다고 생각하기에 흐뭇한 마음이 생기게 마련이다. 나 역시 일본에 있을 때 안부엽서(쇼츄미마이)를 몇 십장씩 받았던 기억이다. 몇 십장 받았다는 것은 또 몇 십장을 썼다는 말도 된다. 안부엽서(쇼츄미마이) 말고도 일본인들은 연말에 연하장(넨가죠)도 많이 쓰는데 안부엽서(쇼츄미마이)에 견줄 바가 안 될 정도로 많은 연하장을 쓴다. 인터넷 시대라고는 하지만 아직도 일본인들은 손으로 안부편지를 주고받는 것을 미덕으로 여기고 있는 듯하다.

안부엽서(쇼츄미마이)를 보내는 시기는 보통 장마가 갠 뒤 소서(小暑)부터 대서(大暑) 사이에 많이 보낸다. 2013년은 소서가 7월 7일이며 대서가 7월 23일이므로 주로 이 기간에 안부엽서(쇼츄미마이)들이 오고간다. 그러나 반드시 이 기간에 보내는 것은 아니며 입추(立秋)까지도 안부엽서를 쓴다. 이때까지는 편지 앞머리에 맹서(猛暑)라는 말을 쓰게 되며 그 이후가 되면 잔서(殘暑)라는 말을 인사말에 넣는다. 이를 잔쇼미마이(殘暑見舞い)라고 한다.

무더위에 일가친척 동기간과 친구들의 건강을 묻고 자신의 안부를 알리는 일은 인터넷 시대에는 더 이상 필요 없을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일부러 엽서를 사서 일일이 손으로 글씨를 써서 상대의 안부를 묻는 일본인들의 꼼꼼하고 세심함에 언제나 놀라움이 인다. 물론 요즈음에는 글귀가 인쇄된 엽서를 이용하는 사람도 있다. 이메일도 귀찮아서 카톡이나 문자메시지로도 무더위 안부 따위에 관심이 없는 한국인들과는 매우 대조적인 연중행사 쇼츄미마이(안부엽서) 습관을 보면서 좋은 풍습이라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