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5.04 (토)

  • 흐림동두천 1.0℃
  • 흐림강릉 1.3℃
  • 서울 3.2℃
  • 대전 3.3℃
  • 대구 6.8℃
  • 울산 6.6℃
  • 광주 8.3℃
  • 부산 7.7℃
  • 흐림고창 6.7℃
  • 흐림제주 10.7℃
  • 흐림강화 2.2℃
  • 흐림보은 3.2℃
  • 흐림금산 4.4℃
  • 흐림강진군 8.7℃
  • 흐림경주시 6.7℃
  • 흐림거제 8.0℃
기상청 제공
상세검색
닫기

박근혜 대통령은 대한민국대통령이다

[편집국에서] 대통령은 프랑스어가 아닌 한국어로 연설했어야

   
 
[그린경제/얼레빗 = 김영조 편집국장]  박근혜 대통령은 취임 이후 활발한 외교를 펼쳐왔다. 미국, 중국은 물론 이제 취임 8달밖에 안 됐지만 유럽까지 섭렵이다. 그런 활동에 여러 의견이 있겠으나 정치적인 것은 정치평론가의 몫이고 기자는 박근혜 대통령의 프랑스어, 영어 연설에 대해 쓴소리를 하고 싶다. 

7년 전 중국 연변대학교 총장이 한국 국립국어원을 방문한 적이 있다. 이때 그는 “만주족은 말에서 내렸기 때문에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라고 말했다. 여기서 “말”이란 타는 말(馬)과 사람이 하는 말(語)을 뜻하는 이중어법이다. 다시 말하면 그의 말뜻은 만주족이 타는 말만이 아니라 자신들의 만주어를 포기하고 중국어를 씀으로써 만주족 자체가 흔적도 없이 사라졌음을 말한다. 

그만큼 말글(言語)은 한 민족을 상징하고 한 민족을 지탱해주는 절대필요조건이다. 그래서 일제강점기 조선어학회 사람들은 옥에 갇히면서까지 우리말을 지키는데 온몸을 던졌던 것이다. 외솔 최현배 선생이 “한글은 목숨”이라고 외친 것도 같은 맥락이라고 본다. 이처럼 의식 있는 나라는 자신의 말글에 강한 애착심을 갖고 있으며 그런 나라 가운데 프랑스도 뒤처지지 않는다. 요컨대 자신의 말글를 소중히 하는 것은 민족혼을 지키는 것과 같은 이치이기에 나라마다 자신의 말글를 소중히 하는 것이다. 

그런데 최근 박근혜 대통령은 프랑스 방문 때에는 프랑스어로, 영국에서는 영어로 연설을 했다고 한다. 이것이 과연 잘한 일일까? 순간적으로야 자신들의 말로 연설을 해줘서 프랑스나 영국 사람들이 손뼉을 쳤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뒤돌아서면 한 나라를 대표하고 책임지는 사람이 자신의 모국어 대신 상대방 말로 연설한 것에 대해 그리 높은 점수를 주지는 않을 것이다.   

이는 외교부장관이나 대통령 특사가 다른 나라에 가서 그 나라 말로 연설을 하는 것과는 의미가 다르다. 대통령이 모국어로 연설하고 통역사가 통역해주면 될 일을 무슨 까닭으로 프랑스어, 영어 자랑을 한 것인지 이해하기 어렵다. 러시아에 가면 러시아어로, 일본에 가면 일본어로 할 것인가? 그렇지 않다면 자신이 알고 있는 언어라고해서 함부로 쓸 일은 아니다.  

박 대통령은 한때 프랑스 유학을 했으니 프랑스어를 유창하게 할 수 있을지 모른다. 그래서 프랑스어로 연설문을 만들었는지 모르지만 그것은 개인의 입장과 한 나라 대통령의 처지를 구분 못하는 일이다. 혹시 대통령이 순간적으로 잘못 생각해서 그런 판단을 내렸다고 치자. 그렇다면 참모들은 다 어디로 갔단 말인가? 그것을 이야기하고 올바르게 조정해내는 참모가 없다면 대한민국은 어디로 갈 것인가? 비서실장이니 의전비서관의 역할은 무엇이던가?  

최근 박 대통령이 한복을 입고 차에서 내리다가 삐끗했다는 소식에도 사람들은 왈가왈부한다. 비서진이 보도 자제를 국내 언론에 요구했기 때문에 외신에서 파다하게 퍼질 때까지 우리 언론은 잠잠했고 그래서 오히려 언론통제 논란이 일어난 것이다. 박 대통령이 삐끗하고서도 멋진 우스갯소리로 위기를 모면했기에 이는 알려져도 좋을 일임에도 지나친 대통령 보호가 결국 망신살을 뻗치도록 했다는 후문이다. 

대통령이 다른 나라에 갔을 때는 대한민국을 상징하기에 언행 하나하나가 나라의 위상이나 체면에 직접적으로 큰 영향을 미친다. 특히 연설은 더욱 중요하기에 신중을 기할 필요가 있다. 박 대통령이 사대주의자가 아닐 바에야 당당하게 한국어로 연설하는 것이 당연한 일일 것이다. 이제 벌어진 일은 어쩔 수 없을지라도 앞으로는 한복 입고 한국어가 아닌 외국어로 연설하는 일은 보지 말았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