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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수의 토박이말 이야기

[오늘 토박이말]눈비음

토박이말 되새김

[그린경제/얼레빗=리창수 기자]

 

[오늘 토박이말] 눈비음

[뜻]남의 눈에 들려고 겉으로만 꾸미는 일
[보기월]눈비음으로 일하는 사람을 누가 좋아하겠습니까?

 
어제는 옷을 잘 챙겨 입어서 그런지 그제보다는 추위를 덜 느낀 하루였습니다. 점심을 먹고 마당에서 공을 차다 온 아이들은 옷을 벗어 들고 땀을 뻘뻘 흘리며 들어와서는 문을 열더군요. 문으로 들어오는 바람이 차가웠지만 여럿이 덥다는 데 이길 수가 없었습니다. 

요즘 배곳 여기저기서 일을 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방을 새로 만드는 일, 마당을 고치는 일도 있고, 바깥에 물감을 칠하는 일도 하고 있습니다. 그 분들을 보면서 삶터가 배움터란 말이 생각났습니다. 배움과 가르침이 어우러지는 곳에서 일을 하는 분들이 좋은 걸 가르쳐 주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아이들의 배움을 돕느라 한창일 때 창밖에 아슬아슬하게 서서 물감칠을 하는 분을 보게 되었습니다. 얼굴이며 옷에 물감이 묻은 아저씨는 물감을 칠하는 일에 몸과 마음을 쏟고 있어 안의 모습을 보지 않는 듯 하였습니다. 하지만  그렇게 일하기 어려운 곳, 남들 눈에 잘 띄지도 않는 곳을 꼼꼼히 가시고(청소하고) 물감을 칠하는 걸 보면서 일꾼으로서 일하는 품(태도)을 배울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아이들에게 저 분의 저런 품을 배우자고 말해 주었습니다. 참일 눈비음으로 일하는 사람을 누가 좋아하겠습니까? 눈비음으로 칠하고 갈 수도 있는데 남들이 챙겨 볼 수 없는 곳까지 꼼꼼히 칠을 하는 것은 일하는 분의 됨됨이를 보여 주는 것이라고 말입니다. 

저마다의 자리에서 스스로 부끄럽지 않게 일하는 사람들이 많은 나라. 그런 좋은 나라가 되도록 몸과 마음을 갈고 닦는 분들이 많아지길 함께 빌어 보면 좋겠습니다. 

'눈비음'은 '눈+빗음'이라고 풀이를 하기도 하는데 저도 그렇다고 생각합니다. 움직씨는 '눈비음하다'이고  아래와 같이 쓴 보기가 더 있으니 보시고 언제든 써 보시기 바랍니다. 

-보기 미상불 예쁘고 소담스러운 좋은 매언마는, 비음뿐이지 먹는 소용  됨이 가석 하되…. (최남선, 백두산 근참기)
-그녀는 눈비음으로 찬 전자손목시계를 번쩍거리며 손사래까지 쳐서 정의 비위를 덧내 놓았다.(이문구, 우리 동네 유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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