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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수의 토박이말 이야기

[오늘 토박이말] 늘옴치래기

토박이말 되새김

[그린경제/얼레빗=리창수 기자]

 

 

[오늘 토박이말] 늘옴치래기

[]늘었다 줄었다 하는 몬(물건)
[보기월]거북이 목은 늘옴치래기라서 그럴 수 있습니다.

 

"눈이 오면 좋겠다."는 사람들의 바람과 달리 어제 제가 있는 곳은 비가 주룩주룩 내렸답니다.  비가 그치고 밤부터 날씨가 많이 추워질 거라고 하더니 춥긴 춥습니다. 길이 얼었을지 모른다고 살살 잘 다녀오라는 인사를 주받고 나왔는데 언 곳은 없었습니다. 
 
좀 더 추워졌다고 몸을 많이 움츠리고 가는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목도리를 하고 지나가는 어떤 사람은 목이 없는 것처럼 보여 우습기도 했지요. 거북이 목은 늘옴치래기라서 그럴 수 있습니다. 하지만 사람 목이 그렇게 없는 것처럼 보여 저도 모르게 웃음이 나왔습니다. 

저는 '늘옴치래기'라는 말을 볼 때마다 어릴 때 동무들과 밤낚시를 갔다가 본 도깨비불 생각이 납니다. 하얀 불빛 덩어리가 커졌다가 작아졌다를 되풀이하면서 옮겨다니다가 저희들 앞으로 곧바로 다가오는 걸 보고 걸음아 나 살려라 도망을 쳤었지요. 머리가 쭈뼛 서고 식은 땀을 줄줄 흘리며 돌밭을 뛰던 생각이 납니다. 

생각해 보면 우리 둘레에 늘옴치래기가 많습니다. 하지만 이 말을 듣도 보도 못하니 쓸 수가 없지요. 이 말을 알고 나면 어려운 말들이 사람들에게 쉽게 다가갈 수 있는데 말입니다. 하늘에 떠 있는 별들 가운데 밝기가 바뀌는 별을 '맥동변광성'이라고 한답니다. 하지만 토박이말로 바꾸면 '늘옴치래기별'이 되거든요. 저는 '맥동변광성'보다  '늘옴치래기별'이 훨씬 쉬운데 여러분은 어떠세요?

제가 겪어 본 바에 따르면  이렇게 쉬운 말로 가르치고 배우게 되면 아이들이 놀 겨를도 나고, 놀면서 꿈을 꾸고 그 꿈을 좇으며 기분 좋게 살 게 할 수 있습니다. 그런 날이 얼른 왔으면 하는 바람으로 어떻게든 사람들 마음을 돌려 보려고 터울거리고 있지요. 

우리 몸속에도 늘옴치래기가 있습니다. '괄약근'이라는 말에 자리를 내주는 바람에 쓰는 사람이 없습니다. 오늘은 많은 분들이 우리 몸에 있는 늘옴치래기라도 떠올려 보는 날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