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경제/얼레빗=김영조 기자] 김후신은 ‘대쾌도(大快圖)’를 그렸는데 만취한 선비가 흐느적거리면서 ‘갈 지(之)’ 자로 걷고 친구들이 부축하는 그림이다. 어쩌면 대쾌도는 술 취한 그림이지만 이는 술 취한 사회를 비웃는 김후신의 뜻이 담겨 있음이 아닐까? 당시는 살벌한 금주령이 내려진 영조임금 시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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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후신 <대쾌도(大快圖)>, 자본담채, 33.7 x 28.2 cm, 간송미술관 |
심각한 사회 문제를 일으키는 술을 빚거나 마시는 것을 엄하게 다스리던 시절, 하지만 금주령 앞에 희생당하는 건 양반이 아닌 일반 백성이었다. 입에 풀칠도 제대로 못하는 백성은 술을 빚어 팔았다고 잡혀가고, 몰래 술 마셨다고 잡혀가지만 금주령이 내려진 대낮에도 양반들은 거리낌 없이 술을 마셨던 것이다. 양반은 취하고 처벌은 백성이 받고, 그림 속 배경인 나무들이 이런 광경을 흘겨보는 양 묘사한 김후신의 번득이는 재치다.
이름을 날렸던 조선의 많은 유명 화가들이 이렇게 술에 빠졌던 까닭은 무엇일까? 술이 아니고는 붓을 잡을 수 없는 그 무엇이 있는 것일까? 술독에 빠진 화가들은 어쩌면 의식과 무의식 중 어느 한 쪽에서도 예술에 대한 영감을 놓지 않았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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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경윤 <수하취면도(樹下醉眠圖)>, 31,2×24.9cm, 고려대학교박물관 |
< 조선의 대표적 주당 화가들 > ① 단원 김홍도 - 호 ‘취화사(醉畵史)’ |
<옛 그림을 제대로 보기 위한 기본상식>
KBS-1TV “진품명품” 프로그램에 서양의 정신, 물질문화가 정통인양 판을 치던 때, 내 나라의 전통문화와 역사를 가운데 두고 그림에 몰두했던 '민족혼의 화가’ 박생광 선생의 “탈”이란 그림 이 출품된 적이 있었다. 그 그림 아래쪽에 “곱일열 백삼천사 라나 내”라는 글씨가 쓰였는데 이를 출연자가 왼쪽부터 읽었다. 우리의 옛글과 그림은 오른쪽에서부터 시작한다는 것을 몰랐기 때문이다.
제대로 읽으면 “내 나라 사천삼백 열일곱”이 되며, 그린 날짜를 쓴 것이다. 순천 선암사에는 대표적인 옛 절집 화장실이 있는데 여기엔 “뒤”라는 글씨판이 붙어 있다. 이 역시 “뒤”라고 읽으면 안 되고, “뒤”이라고 읽어야 “뒷간” 곧 화장실인지 안다. 옛글과 그림을 읽을 때 주의해야 할 일이다.
우리의 옛 그림을 올바르게 감상하기 위한 기본
① 작품 크기의 대각선 또는 그 1.5배 만큼 떨어져서 볼 것,
② 둘째는 오른쪽 위에서 왼쪽 아래로 쓰다듬듯이 바라볼 것,
③ 마음의 여유를 가지고 세부를 찬찬히 뜯어볼 것을 지적한다.
④ 옛사람의 눈으로 보고, 옛사람의 마음으로 느낄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