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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수의 토박이말 이야기

[오늘 토박이말]돌니

토박이말 되새김

 

[뜻] 자갈이나 돌이 많은 길에 이빨처럼 뾰족하게 나온 돌 조각
[보기월] 길을 걷다가 돌니에 차인 그런 기분이었습니다. 

[그린경제/얼레빗 = 리창수 기자]  어제는 아침부터 짜인 일을 하려고 일찍 집을 나섰습니다. 토박이말바라기 갈친이 모임이 있어 창원으로 달려갔습니다. 토박이말 익힘책을 새로 고치고 있는데 함께 일을 하는 분들이 모여 생각을 모아 보기로 했었거든요. 이참에 새로 들어 오신 분이 같이 하기로 해서 더 기쁜 마음으로 갈 수 있었습니다. 

맡고 있는 배해(학년) 배움책을 살펴서 아랑곳한 토박이말을 고르는 일을 먼저 하고 있습니다. 거기에 배움종이(학습지)를 고치고 보태려고 마음을 먹고 있지요. 좋은 마음으로 스스로 나선 일이라 조금은 덜 힘들 거라는 생각도 해 봅니다. 

점심을 먹고는 창녕으로 가서 여러 갈친이 분들을 뵙고 왔습니다. 가서 토박이말 배움터 이야기를 해 드렸습니다. 길지 않은 때새에 꼼꼼하게 말씀드리지는 못 해도 그렇게 많은 분들께 토박이말 이야기를 할 자리가 자주 오는 게 아니라서 고마운 마음에 달려갔습니다. 짧은 이야기였는데도 좋게 들어 주시고 마음 써 좋은 말씀을 해 주신 분들이 계셔서 더욱 힘이 났습니다. 몸은 힘들지만 그런 보람이 있기에 새로운 힘을 낼 수 있는가 봅니다. 

집에 와서는 그제 받았던 물음을 푸느라 머리를 좀 썼습니다. 물음은 한자어 '조건(件)'을 토박이말로 바꾸면 뭐가 좋을까 하는 것이었습니다. 늘 쓰는 말이지만 갈음할 수 있는 토박이말을 얼른 떠오르지 않아서 이러저리 생각을 해 봤습니다. 그러면서 한자 뜻을 풀어 보니 우리가 쓰는 뜻하고 잘 이어지지가 않는 것이었습니다. '조건'은 '어떤 일을 이루게 하거나 이루지 못하게 하기 위해 갖추어야 할 상태나 요소', 또는 '어떤 일을 결정하기 앞서 내놓는 요구나 견해'의 뜻으로 쓰는 데 한자는 '가지 조'에 '물건 건'입니다. 나머지 뜻을 봐도 '조리, 맥락'에 '사건, 조건'의 뜻을 가졌다는 것이었지요
 
한자의 뜻으로 앞의 두 가지 뜻을 풀어 낼 수가 없었습니다. 길을 걷다가 돌니에 차인 기분이랄까요? 생각지도 못했던 것에 걸려 넘어질뻔하여 깜짝 놀라기도 하고 뒷덜미가 서늘해지는 그런 느낌 말입니다. 이렇게 어름어름한 말을 쓰니 '조건'의 뜻을 제대로 알기도 어렵고 풀기도 어려운 거라는 생각이 들지 않으십니까?

'조건'이란 말이 가진 앞의 뜻을 담으려면 '갖추어야 할 바탕'이나 '갖추어야 할 가지'를 줄여 '갖춤바탕', '갖춤가지'라고 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오래 써 오던 말을 하루 아침에 바꿀 수도 없고 그렇게 되기도 어렵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버릇처럼 쓰는 말의 뜻을 새겨보고 그 풀이라도 우리말답게 하는 일을 우리가 부지런히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보다 더 좋은 슬기를 가지신 분들이 함께 슬기를 모아 주시면 더 좋은 말로 다듬을 수 있을 것입니다. 힘과 슬기를 모아주세요.^^ 
   

[오늘 토박이말] 돌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