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9.30 (월)

  • 구름많음동두천 22.4℃
  • 구름많음강릉 23.7℃
  • 맑음서울 24.0℃
  • 구름많음대전 24.7℃
  • 구름많음대구 23.5℃
  • 구름조금울산 24.7℃
  • 구름많음광주 25.8℃
  • 구름조금부산 27.9℃
  • 구름조금고창 26.8℃
  • 구름조금제주 27.7℃
  • 구름조금강화 23.1℃
  • 구름많음보은 23.4℃
  • 구름많음금산 24.8℃
  • 구름많음강진군 25.9℃
  • 구름많음경주시 24.7℃
  • 맑음거제 25.1℃
기상청 제공
상세검색
닫기

이창수의 토박이말 이야기

[오늘 토박이말] 든난벌

토박이말 되새김

[그린경제/얼레빗 = 리창수 기자]
 

 

[뜻] 집 안에서 입는 옷(든벌)과 밖에 나갈 때 입는 옷(난벌)을 아울러 이르는 말
[보기월]가방을 잊고 가는 바람에 제가 입고 간 옷이 든난벌이 되고 말았습니다.

 
그제는 봄을 부르는 비가 아닐까 싶은 비가 추적추적 내린 곳이 있는가 하면 몇 날을 내린 눈이 길눈이 되어 가는 곳도 있었습니다. 이러다가 올겨울에는 눈구경을 제대로 못하고 넘길 수도 있겠다 싶었는데 아침에 눈이 오네요. 눈 때문에 힘들어 하는 분들께는 죄송하지만 눈이 좀 쌓여 눈누리가 되면 좋겠습니다.  

그제 그렇게 비가 오는 밤에 시골집에 갔습니다. 겨끔내기로 아버지를 뵈러 가는데 제 차례였습니다. 건건이도 챙겨 가지만 아프신 뒤로 부쩍 기운도 없으시고 웃음을 잃으신 아버지 말동무도 되어 드려야 했습니다. 저도 엊그제 서울을 가느라 드텨 두었던 일이 많기도 했지만 아내도 일이 많아서 일을 해 놓고 가야해서 늦게까지 집을 나서지 못했습니다. 

너무 늦어지면 아버지께서 걱정을 많이 하셔서 마냥 기다릴 수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아내는 하던 일을 마저 하기로 하고 저만 다녀오기로 마음을 먹고 건건이를 챙겨 나섰습니다. 비도 내리고 밤은 어두워 눈을 크게 뜨고 수레를 몰았습니다. 그런데 가서 보니 옷가방을 놓고 왔지 뭡니까. 그 바람에 제가 입고 간 옷이 난든벌이 되고 말았습니다. 밖에서 입던 옷을 입고 이불 위에 누우려니 꺼림칙했지만 다른 수가 없었습니다. 어릴 때를 생각해 보면 그렇게 가려 입지 않았는데 가려 입던 버릇이 들어서 그렇지요. 참 버릇이란 게 무섭긴 무섭다 싶습니다.

자고 일어나니 뫼허리까지는 하얗게 눈이 쌓였는데 그 아래는 비가 온 모양이었습니다. 쌓인 눈에 바람까지 불어서 더 춥게 느껴졌습니다. 한바탕 집가심을 하고 점심까지 먹고 나와 못다한 일들을 새벽까지 하느라 잠이 좀 모자랍니다. 
   
이제 일과 잠을 바꾸고 나면 그 다음 날 몸이 투정을 부려서 모른척 하기가 어렵습니다. 몸은 거짓말을 안 한다는 말이 맞나 봅니다. 

'든난벌'은 '난든벌'이라고도 하는데  '난벌'과 '든벌'을 아울러 이르는 말이지요. '난벌'은 '나들이할 때 입는 옷, 신발을 통틀어 이르는 말'로 '나들잇벌'이라고도 합니다. '든벌'은 '집 안에서만 입는 옷, 신발을 통틀어 이르는 말'입니다.  '난벌'은 '외출복'에 밀려 쓰이지 않고, '든벌'은 '실내복'에 밀려 쓰이지 않는 토박이말입니다. 말광에라도 두 말을 비슷한 말이라고 해 두면 사람들이 알고 골라 쓸 수도 있을 텐데 이래저래 아쉽기만 합니다. 
 
아래와 같이 쓴 보기도 있네요. 
- 준하는 백화점에 가서 난든벌을 한 벌씩 장만했다.(고려대 한국어대사전)

  4347.2.10.ㅂㄷㅁㅈㄱ.

 

 


[
오늘 토박이말] 든난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