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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수의 토박이말 이야기

[오늘 토박이말] 마투리

토박이말 맛보기

[그린경제/얼레빗 = 리창수 기자]
 

[오늘 토박이말] 마투리

[뜻] 곡식의 양을 섬이나 가마로 잴 때, 한 섬이나 한 가마가 되지 못하는 남는 양.
[보기월] '마투리'과 '자투리'를 알면 '-투리'가 들어간 새말을 얼마든지 만들 수 있을 것입니다.

 
봄다운 날씨 봄을 마음껏 느끼셨는지요? 나들이를 갔다오신 분들이 많을 것입니다. 활짝 핀 개나리에 참꽃뿐만 아니라 날아다니는 하얗거나 노란 나비들, 한결 빛이 고은 옷들을 입고 나온 사람들에게서 봄을 볼 수 있었습니다. 

너도나도 길을 나서는 것을 보며 가까운 곳으로 나들이라도 갈까 생각을 했는데 이런저런 까닭으로 나가지는 못했습니다. 집 두리에 있는 푸나무들 구경하는 것으로 아쉬움을 달랬습니다. 

이레끝 배움자리에서 '토박이말'을 가르치고 배우는 것을 두고 저와 생각이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한마디로 많은 사람들의 삶과 멀어져 버린 말을 되살려 쓰자고 하는 까닭을 잘 모르겠다는 것이었지요. 말이라는 것이 그저 생각이나 느낌을 주고받는 연모(도구)에 지나지 않는다면 저마다 마음에 드는 손쉬운 것을 쓰도록 두어야 할 것입니다. 하지만 말이 그런 구실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엄청난 힘을 갖고 있다는 것을 말을 갈고닦아 깨친 사람들이 말해주고 있습니다. 

우리 한아비(조상)들께서 물려주신 것은 몸뿐만이 아니라 그 분들의 삶과 얼을 담은 우리말이 있습니다. 뿌리가 튼튼한 나무가 거센 바람에도 쓰러지지 않듯이 우리들의 뿌리를 되찾아 튼튼히 하는 일 가운데 가장 종요로운 일이 토박이말을 챙기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지난 이레 시골 집에서 미투리 자루에 있던 나락을 찧어 와서 먹고 있습니다. 시골 어른들은 '마도리'라고도 합니다. 하지만 요즘  '마투리'를 보고도 '마투리'라는 말을 모르기 때문에 쓰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마투리'는 '말+투리'의 짜임이고 '자+투리'와  같은 짜임으로 된 말입니다. '마투리'가 한 가마니가 되지 못하고 남은 것'이고 '자투리'가 잘라 쓰고 남은 옷감 조각'이라면  '-투리'는 '가득 차지 않고 남는(은) 것'이란 뜻을 가진 '뒷가지(접미사)로 말광(사전)에서 풀이를 해 줄 수도 있는데 우리 말광에는 없습니다.  

'마투리'와 '자투리'를 가르치고 배워 알게 되면 '-투리'가 들어간 새말을 얼마든지 만들 수 있을 것입니다. 우리가 이렇게 토박이말을 챙기지 않아서 그럴 수 없는 것처럼 여기게 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많습니다. 생각이 다를 뿐이지 그 사람의 생각이 틀린 것은 아닙니다.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의 말도 귀 기울여 들어보고 높이 여겨주는 누리가 되면 좋겠습니다. 봄기운을 빌려 포근한 마음과 기분으로 좋은 날을 만들어 가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