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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수의 토박이말 이야기

[오늘 토박이말] 말가리

토박이말 맛보기

[그린경제/얼레빗 = 리창수 기자]
 

 

[뜻]말의 갈피와 조리, 또는 말의 줄거리
[보기월] 앞서 한 말을 바로잡으려고 말가리를 들었지만 싸늘해진 기운을 바꿀 수는 없었지요. 

 
비가 그치고 구름 뒤에 숨었던 해와 함께 다가온 봄기운은 참 세게 느껴졌습니다. 좀처럼 꺾일 것 같지 않던 꽃샘추위를 한 방에 몰아낸 따뜻한 기운이 온 나라에 퍼지면서 온갖 꽃들이 함께  피는 보기 드문 일이 일어났다는 기별을 들었습니다. 

여느 해 같으면 마쪽(남쪽)에 꽃이 피었다는 기별을 듣고 이레나 보름 뒤에 윗동네에도 꽃이 피었다는 말을 듣게 되는데 올해는 그렇지 않고 거의 같은 때에 피었다는 말이지요. 일찍 핀 목련꽃은 빗방울과 함께 떨어진 것이 많고 벚꽃은 사나흘 만에 활짝 피어서 곳곳을 벚꽃 마을로 만들어 놓았습니다. 벚꽃이 만든 굴을 지나면서 와~ 좋다는 말이 절로 나왔습니다.^^ 

어느덧 온봄달(3월) 마지막 날입니다. 이런 봄이 오래 가지 않고 여름이 될 거라는 기별이 있어 아쉬운 마음이 앞섭니다. 

두어 달 만에 서울에 사는 가시아우가 와서 가시집 식구들이 모두 모이게 되었습니다. 다들 바쁜 일들을 접어 두고 반가운 마음에 달려와서 만나니 얼마나 기분이 좋았겠습니까? 누구보다 가시어머니께서 아들이 온다고 가장 좋아하셨고 맛있는 먹거리까지 장만하시느라 많이 힘드셨을 겁니다. 

차려 주시는 맛있는 먹거리와 함께 이어진 자리에서는 이런저런 이야기꽃을 피웠습니다. 그러다가 지난 이레 제가 겪었던 말실수 이야기를 해 주었습니다. 여러 사람이 모인 자리였지만 다른 나라 사람이 있을 거란 생각을 못한 채 어떤 나라를 두고 좋지 않은 이야기가 떠 돌고 있다는 이야기를 했는데 그 자리에 그 나라 사람이 있었던 것입니다. 앞서 한 말을 바로잡으려고 말가리를 들었지만 싸늘해진 기운을 바꿀 수는 없었지요. 

조금 더 깊이 생각한 뒤 말하고 움직여야겠다는 다짐을 새삼하게 되었습니다. '말가리'가 쓰인 보기에 아래와 깉은 것이 있네요. 우리들 곁에 온 봄을 제대로 느끼며 멋지게 새 이레를 만들어 가시기 바랍니다.^^
- 김가의 아내가 자기 잘못이 없는 것을 발명하려고 말가리를 드니 "당신 말은 나중 들을 테니 잠깐 가만히 있소."하고 돌석이가 눌렀다. (홍명희, 임꺽정)

[오늘 토박이말] 말가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