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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수의 토박이말 이야기

[그린경제/얼레빗=리창수 기자]

   
 

[오늘 토박이말] 머츰하다

[뜻] 이어 내리던 눈이나 비 따위가 잦아들어 멎는 듯하다.
[보기월] 점심 나절에 머츰하던 비는 해질 무렵이 되어서야 멎었습니다.

갑자기 더워진 날씨에 놀랐었는데 어제 내린 비가 더위를 가시게 해 주었습니다. 구름이 끼고 더위가 주춤할 거라는 기별은 듣고 비가 온다는 말까지는 못 들었는데 비가 왔습니다. 집을 나설 때까지는 비가 안 와서 비받이(우산) 없이 갔는데 얼마 가지 않아 비가 내렸지요. 수레에서 내려 배곳으로 걸어 때까지 방울방울 맞으며 들어갔는데 조금 있으니 주룩주룩 내렸습니다.

쉬는 참에 비구경을 하니 둘레에 보이는 들이 비를 반기는 듯했습니다. 누렇게 익은 보리가 먼지를 씻으며 웃고 있었고, 갈아 놓은 논의 흙덩이들이 입을 쩍 벌려 비를 마시고 있었지요. 일찍 물을 댄 무논은 크고 작은 동그라미를 그리며 노래를 했고, 집을 짓는 제비들이 흙을 물어 울리며 물장구를 치고 있었습니다.

비가 오는 것을 아랑곳하지 않고 뛰어 놀기 바쁜 아이들도 그저 즐겁게 보였습니다. 그렇게 맛있는 비 구경을 하고 난 뒤 점심 나절에 머츰하던 비는 해질 무렵이 되어서야 멎었습니다. 일을 마치고 나올 때 비받이를 들고 나왔는데 도리기를 하러간 밥집 앞에 가니 구름이 걷히고 군데군데 맑은 하늘이 보이더라구요.

웃고 떠들며 맛있는 걸 잘 먹고 이어진 자리에서 제가 말을 많이 하는 바람에 즐거워야 할 자리를 무겁게 바꿔 놓은 게 마음에 걸립니다. 다음 도리기에는 웃음꽃, 이야기꽃을 피울 수 있도록 해야겠습니다.

'머츰하다'가 쓰인 아래와 같은 보기가 있습니다.
- 아침이 되니 빗발이 조금 머츰하다.(표준국어대사전)
- 세차게 퍼붓던 소나기가 머츰하고 해가 나자 동산 위에 무지개가 보였다.(고려대 한국어대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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