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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수의 토박이말 이야기

[오늘 토박이말]묵정밭

토박이말 맛보기

[그린경제/얼레빗=리창수 기자]

 

   
 

 [뜻] 오래 내버려 두어 거칠어진 밭

[보기월] 묵정밭이 된 우리말을 새로 일구는 마음으로 이 일을 꾸준히 해야겠습니다. 

후두둑 후두룩 떨어지는 빗소리에 놀라서 문을 닫느라 한바탕 부지런을 떨었습니다. 날래게 움직여서 비가 안으로 들어오지는 않았습니다. 그러고 나니 이처럼 좀 더 날래게 우리 삶과 말을 챙겼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더욱 크게 느껴졌습니다.
 
나라 안팎으로 다니느라 보름 가까이 토박이말을 맛보여 드리지 못했습니다. 언제든 어디서든 맛보여 드리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았지만 그럴 겨를이 없었습니다. 제가 토박이말을 맛보여 드리지 못하는 동안 많은 일들이 있었고 사람들은 그런 일들을 두고 이러쿵저러쿵 말방아 글방아를 찧는 걸 듣보았습니다. 마음 아프고 답답한 일들을 보면서 기운이 빠지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왜 토박이말을 맛보여 주지 않느냐 무슨 일이 있느냐 물어 주는 분들이 있어 사는 맛도 나고 기운이 났습니다. 묻지 않았다고 해서 토박이말을 기다리지 않았던 것은 아니라는 걸 잘 압니다. 그러니 그리 묻지 않으신 분들도 걱정하지 않으셔도 되겠습니다.
 
많은 걱정과 풀거리들이 우리 앞을 가로막고 있지만 저마다의 자리에서 맡은 일, 옳다고 생각하는 일에 힘을 쓰는 것이 그걸 풀 가장 좋은 수가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오늘은 토박이말교육학회 '토박이말바라기'가 첫 발표 토론과 모두모임(총회)를 곁들여 하는 날입니다. 많은 분들이 함께해서 자리를 빛내 주시길 바라는 마음이 큽니다. 오래도록 챙기지 않아 거칠어지고 덤불이 우거진 우리말입니다. 하지만 그런 줄도 모르는 사람들이 더 많은 게 참일이란 것을 두고 보면 이런 모임과 움직임이 늦은 것도 아니라는 생각도 듭니다. 묵정밭이 된 우리말을 새로 일구는 마음으로 이 일을 꾸준히 해야겠습니다. 그러다보면 토박이말들로 우거진 멋진 우리말밭을 볼 수 있겠지요?
 
'묵정밭'은 '묵밭'이라고도 하며 아래와 같은 보기가 있으니 자주 써 보세요.
- 원, 세상에 벌어먹지도 않은 화전 묵정밭에 세금 나오니 이런 날벼락이 어디 있는고?(현기영, 변방에 우짖는 새)
- 얼어붙은 묵정밭을 파고, 땅에 씨앗을 뿌리듯 그의 몸과 마음을 대지의 깊숙한 곳에 묻었다.(문순태 타오르는 강)
- 찻길 아래로 보이는 묵정밭에는 잔솔과 억새들이 무성하게 자라고 있었다.(고려대 한국어대사전)

  

 

[오늘 토박이말]묵정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