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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수의 토박이말 이야기

[오늘 토박이말] 바람만바람만

토박이말 맛보기

[그린경제/얼레빗=리창수 기자]
 

[오늘 토박이말] 바람만바람만

[뜻] 바라보일 만한 만큼 뒤에서 따라가는 모양을 나타내는 말[보기월] 이런 일을 겪을 때 드는 생각이지만 할 수 있다면 아이들을 바람만바람만 뒤따라다니며 보살펴 주고 싶답니다. 

어제 바람은 그렇게 세게 불지 않았지만 비는 줄기차게 내렸습니다. 아침에 배곳에 오는 길에 때를 맞춘 듯이 바람이 세게 불어서 비받이를 못 쓰게 된 사람들이 있긴 했습니다. 그리고 논에 누렇게 익은 벼들이 바람을 이기지 못하고 살짝 누운 것들이 보였습니다. 일본에서는 싹쓸바람으로 많은 사람들이 아픔을 겪었다는데 그것과 견주면 제가 본 것은 아픔이라고 할 수도 없지 싶었습니다.
 
배움이 많은 날이라 어떻게 때가 지나가는지 모르고 지냈는데 사람을 깜짝 놀라게 하는 기별이 왔습니다. 딸아이가 집에 들어갈 수가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문에 따로 열쇠가 있는 것이 아니라 셈(수)를 누르는 것인데 이제껏 알고 쓰던 걸 눌러도 열리지 않는다는 것이었습니다. 어제 밤에 큰아이가 바꿔 놓고 알려 주지를 않았던 것이지요. 오갈 데가 없게 된 아이는 큰아이가 마칠 때까지 집앞에서 떨고 서 있어야 했습니다.
 
날마다 되풀이 되는 삶을 살기 때문에 걱정없이 지냈는데 안 하던 기별을 받을 때부터 무슨 일이 있다는 느낌이 팍 들었습니다. 이런 일을 겪을 때 드는 생각이지만 할 수 있다면 아이들을 바람만바람만 뒤따라다니며 보살펴 주고 싶답니다. 일을 마치고 집에 갈 때까지 돌봐 줄 어른이 없는 것이 많이 아쉽습니다.

어제 맛보여 드린 부는 '바람'과 걸리는 말인가 싶기도 하지만 '바라보다'와 아랑곳한 말입니다. 소릿결도 예쁜 말이라 자주 쓰면 좋겠습니다. 아래와 같은 보기가 있네요. 
- 한참 달려가자 벙거지들 꽁무니가 보였다. 바람만바람만 뒤를 밟았다.(송기숙, 녹두장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