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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수의 토박이말 이야기

[그린경제/얼레빗=리창수 기자]
 


[오늘 토박이말] 발보이다

[뜻] 1)재주나 품은 뜻을 자랑하느라 일부러 드러내 보이다.
[보기월] 앞으로 토박이말과 아랑곳한 일들은 발보여서라도 더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야겠다고 말입니다. 

 
어제는 배움이 끝나자마자 일이 있어 배곳을 나와야 해서 아침부터 혼자 수레를 타고 갔습니다. 아무래도 때를 맞추지 않아도 되니 마음이 풀어져서 조금 늦게 집에서 나왔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여느 때보다 수레가 많아서 진주를 벗어나는 데 많이 걸렸습니다.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사는 곳과 일터가 멀리 떨어져 있어서 오가는 길에 들이는 돈과 힘이 굉장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일을 하러 가는 사람들이 만나서 제 수레를 타고 갔습니다. 오며 가며 이야기를 할 수도 있고 기름값에 길삯을 모두 아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일을 하러 가서 또 다른 사람들을 만나서 어떻게 하면 좋겠는지 이야기를 듣고 고치는 일을 했습니다. 

무슨 까닭인지 모르지만 갑자기 머리가 깨질 듯이 아팠습니다. 까닭을 모르니 낫게 할 수도 없었습니다. 일을 해 놓고  저녁을 먹어야 해서 배도 고팠습니다. 밥을 먹으니 배고픔은 가셨는데 머리 아픈 것은 가시지를 않았습니다. 
 
늦도록 일을 하고 집으로 돌아 오는 길이 힘도 들었지만 여러 사람이 슬기를 모아 더 나은 길을 찾아 내는 보람도 있어 기분이 좋았지요. 그리고 여러 사람을 만나 많은 이야기를 하고 들으면서 알고 있는 것이나 가진 재주는 드러내어 알려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다들 얼마나 아는 것이 많고 재주가 많은지 모릅니다. 그래저 저도 속으로 다짐을 했습니다. 앞으로 토박이말과 아랑곳한 일들은 발보여서라도 더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야겠다고 말입니다. 

'발보이다'의 준말은 '발뵈다'이며 2)무슨 일을 끄트머리(아주 적은 부분)만 드러내 보이다'는 뜻도 있습니다. 아래와 같은 보기가 있네요.
1)-해안가 도로를 달리다 보면 바다와 긴 모래톱, 굽은 만이 각각 제 맵시를 발보인다.(표준국어대사전)
   -때가 되매 부쩍 일어나서 뚝딱하여 새 면목을 발보일 적에는...(최남선, 심춘순례)
2)-아름다운 자연에 자극을 받아서 자기도 모르게 어디인지 숨어 있던 전통적 유전성인 소극적 인생관이 발보이게 된 것이라고 볼 수도 있는 것이었다.(한용운, 흑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