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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수의 토박이말 이야기

[한국문화신문=리창수 기자]
 

[오늘 토박이말] 밤볼

[뜻] 입 안에 밤을 문 것처럼 살이 볼록하게 찐 볼.
[보기월] 이레끝부터 사흘을 달아 잘 먹었으니 곧 밤볼이 질지도 모르겠습니다.


겨울비가 여름비처럼 많이도 왔습니다. 높배곳(고등학교) 동무들 모임이 있었는데 지난 모임보다 적게 모였더군요. 비가 동무들의 발걸음을 가로막았는지 모르겠습니다. 지난 모임에서 못 보던 새로운 얼굴을 보게 되어 반가웠습니다. 달마다 만나서 무슨 이야기들을 하나 생각했었는데 저마다 다른 이야기 보따리를 가지고 있어서 심심할 겨를이 없었지요.

저녁밥은 적게 먹는 게 좋다고 해서 많이 먹지 말아야지 하는 생각으로 갔는데 두 시간 남짓 이야기를 나누며 집어 먹다보니 어느덧 배가 불러 왔습니다. 많이 먹는 사람 적게 먹는 사람이 있어 먹는 걸 가지고도 이런저런 말을 많이 했습니다. 살이 찌고 싶어도 안 찐다는 사람도 있고, 한 때 참 날씬했었는데 많이 먹어서 몸이 불었다는 사람도 있었습니다. 저도 먹는 데에 따라 잘 쪘다 빠지는 사람들 가운데 한 사람입니다. 이레끝부터 사흘을 달아 잘 먹었으니 곧 밤볼이 질지도 모르겠습니다.^^   

일이 있어 먼저 간 사람도 있고 자리를 옮겨 이야기를 이어서 하고 싶은 사람들은 남는 걸 보고 다음 달에 보자며 저는 집으로 왔습니다. 그동안 제 수레는 흠뻑 젖은 노오란 은행잎 이불을 덮고 있었습니다. 그 모습이 예뻐서 빨리 달릴 수가 없어서 천천히 수레를 몰았습니다. 그렇게 겨울은 또 한걸음 우리들 곁으로 다가왔습니다. 

'밤볼(이) 지다'는 말이 익어서 많이 쓰이며 아래와 같은 보기가 있습니다. 
- 제 어머니를 닮아 예쁘게 밤볼이 진 사촌 누이 머루같이 까만 눈에 눈물이 괴었다.(송기숙, 녹두장군)
- 얼굴은 둥글고 두 볼은 밤볼 지고 눈은 옴팡눈이고, 이마는 숙붙고 살결은 이상히 흰데...(이인직, 모란봉)
- 누나는 최근 과식을 하더니 어느새 밤볼이 졌다.(고려대 한국어대사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