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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수의 토박이말 이야기

[오늘 토박이말] 버캐

토박이말 맛보기

[한국문화신문 = 리창수 기자]
 

[오늘 토박이말] 버캐

[뜻] 2)엉겨서 굳어진 느낌(감정) 따위를 빗대어 이르는 말
[보기월] 남은 열흘은 한 해 동안 쌓인 마음의 버캐들을 걷어 내는 날들이 되면 좋겠습니다.

 
시골집에 갔다가 돌아오는 길에 지나가던 매지구름이 뿌리는 눈송이들을 봤습니다. 멀리서 볼 때는 뿌옇게 먼지 보이던 것들이 가까이 가니 하얀 눈이었습니다. 수레 앞으로 휘어지듯 다가오는 꽃잎같은 눈보라를 보는 것 만으로도 마음이 설렜습니다. 굴을 빠져나오 듯이 바로 멀어졌지만 말입니다. 

  그렇게 짧은 눈구경을 하고 집에 가서 밀린 일들을 몇 가지 했습니다. 들어야 할 것들도 있었고 아이가 하는 일을 도울 것도 있었습니다. 일을 하느라 날이 어두워진 줄도 몰랐고 밥때가 지나는 줄도 몰랐습니다. 가시아우가 아이를 낳으러 간다는 기별을 받고 가시아우의 큰애를 가시집에 데려다 주러 나갔더니 수레 위에 하얗게 눈이 쌓여 있었습니다. 바닥에도 얇게 쌓여 있어서 제 발자국이 남았지요. 큰길에는 수레들이 많이 다녀서 다 녹아서 볼 수가 없었지만 곳곳에 쌓인 눈이 어둠을 밝히고 있었습니다. 

  오늘까지 올해도 딱 열흘 남았습니다. 여기저기서 한해를 돌아보고 마무리하는 것을 두고 이런저런 말을 많이 합니다. 사람들이 어울려 살다보면 갖가지 일들이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때론 서운하기도 하고 때론 아프기도 했을 것입니다. 하지만 기뻤던 일, 고마웠던 일들도 있었을 겁니다. 서운함과 미움과 같은 것은 차가운 바람에 날려 보내고 기쁨과 고마움은 따뜻하게 마음에 품어 두어야겠습니다. 남은 열흘은 한 해 동안 쌓인 마음의 버캐들을 걷어내는 날들이 되면 좋겠습니다.^^

  '버캐'는 '1)액체 속에 들었떤 소금기가 엉겨 생긴 찌끼'를 뜻합니다. 간장독 안에서 흔히 볼 수 있고, 옛날에 오줌을 모으던 통에서 볼 수 있었지요. 그래서 위와 같이 빗대어 쓸 수가 있습니다. 아래와 같은 보기도 있습니다. 

 1)-감나무 아래엔 버캐가 하얗게 낀 찌그러진 오지항아리 하나가 놓여 있었다.(김주영, 객주)
    -골방에 클어박혀 있던 요강에는 버캐가 허옇게 껴 있었다.(고려대 한국어대사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