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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수의 토박이말 이야기

[한국문화신문 = 리창수 기자]
 


[오늘 토박이말]
벋대다

[뜻] 1) 쉬이 따르지 않고 고집스럽게 버티다.
[보기월] 책을 읽어 준다고 하니 벋대지 않고 따라왔습니다. 

 
아침 일찍 일어나야 된다는 생각을 하지 않으니 여느 때보다 더 늦도록 일을 하게 됩니다. 자는 때가 늦어진 만큼 늦게 일어나면 괜찮을 텐데 그렇지 못해서 낮에 하품이 잦습니다. 

아우를 보는 바람에 돌봐 줄 사람이 없어진 조카를 맡게 되었습니다. 제가 일을 하는 동안에는 언니 오빠하고 잘 놀았지요. 그런데 언니 오빠가 제 일보러 나가고 나니 많이 심심해 하였습니다. 이거 해 줄까 저거 해 줄까 물어도 싫다고 하고 마루가 차가워서 안방으로 가자고 해도 안 간다고 벋댔습니다. 

그런데 책을 읽어 준다고 하니 벋대지 않고 따라왔습니다.  처음 책은 앉아서 들었고, 다음 책은 누워서 듣더군요. 그래서 셋째 책은 저도 누워서 읽어 주었습니다. 책을 두 세 쪽 읽었을까 조용하다 싶어 보니 어느새 잠이 들어 있었습니다. 아마도 잠이 와서 이도저도 싫다고 벋댔던 모양이었습니다. 

'벋대다'는 말을 쓸 때면 어릴 때 염소를 먹이러 다닐 때가 생각나곤 합니다. 풀이 많은 곳에 데려가 매어 놓았다가 해가 질무렵에 끌고 오는 일을 맡아 했습니다. 염소가 물을 싫어하는 건 잘 아실 겁니다. 그런데 가끔 물을 건너야 할 때면 앞 발을 나란히 내밀고 벋대는데  이길 수가 없답니다. 고삐를 잡은 손에 고삐 자국이 남도록 힘껏 당겨 봐도 꿈쩍도 하지 않아 어쩔 수 없이 빙빙 둘러 올 때도 있었던 일이 떠오르네요.

'벋대다'는 2)넘어지거나 미끄러지지 않으려고 손이나 발을 받치어 대고 버티다는 뜻도 있습니다. 아래와 같은 보기들을 보시면서 익혀 보시기 바랍니다. 

 1) -자기주장만 내세우며 벋대는 사람하고는 함께 일하기 힘들다.(표준국어대사전)
     -그는 뇌물에도 굴하지 않고 벋댔다.(고려대 한국어대사전)
 2) -나는 얼음이 언 비탈길에서 넘어지지 않으려고 벽에 손을 벋대며 내려갔다.(표준국어대사전) 
    -지원은 미끄러지지 않으려고 기둥을 잡고 벋댔다.(고려대 한국어대사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