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김영조 기자] 예전 선비들은 책과 멀리 떨어져서 살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책을 읽을 때 꼭 있어야 하는 서안은 선비의 벗이었지요. 서안(書案)은 글을 읽거나 글씨를 쓰거나 간단한 편지를 쓸 때 사용하는 낮은 책상으로 서상(書狀)ㆍ서탁(書卓)이라는 이름도 있습니다. 붓과 먹을 두는 연상(硯床)을 따로 곁들여 쓰는 것이 보통입니다. 원래 서안은 모양에 따라 궤안(机案)과 경상(經床) 두 종류가 있었습니다. 궤안은 보통 선비들이 쓰던 것으로 단순한 형태의 것이나, 경상은 절에서 불경을 놓아두는 것으로 여의주무늬, 당초무늬 등을 새겼습니다. 하지만, 뒤에는 이의 구별이 뚜렷하지 않고 선비들도 경상을 사용하였지요. 서안은 주로 사랑 손님과 마주 대하는 주인의 위치를 말해 주기도 하나, 지체 높은 집에서는 안방에도 갖춰놓고 썼습니다. 서안은 책을 올려놓는 판이 평평해 수수하지만 가볍지 않은 품위가 있으며, 경상은 양끝이 한옥 처마처럼 위로 살짝 비켜 올라간 아름다운 모양입니다. 언뜻 보아도 단단하게 보이는데 제주도의 산유자나무, 전라도의 먹감나무, 대청도의 늙은 뽕나무로 만든 것을 으뜸으로 알아줬습니다. 조선의 서안은 서안을 만든 장인들의 솜씨와
[우리문화신문=김영조 기자] 서울 국립고궁박물관에 가면 <일월오봉도(日月五峯圖)> 병풍이 있습니다. 일월오봉도는 조선 왕실 회화 가운데 가장 대표적인 주제의 그림으로서 임금의 권위와 존엄을 상징하는 동시에 왕조가 영구히 지속되리라는 뜻을 나타냅니다. 임금이 있는 곳에는 실내외를 막론하고 어좌(御座) 뒤에 일월오봉도를 놓았습니다. 그뿐 아니라 임금이 죽었을 때 신주를 모셔 두는 장소와 임금의 초상화인 어진(御眞)을 봉안하는 곳에도 일월오봉도를 설치해 두었지요. 다른 이름으로는 오봉병(五峯屛)ㆍ일월오봉병ㆍ일월오악도ㆍ일월곤륜도라고도 불렀습니다. 일월오봉도의 종류에는 4폭ㆍ6폭ㆍ8폭 등의 일반적인 병풍 형태와 별도의 받침대에 끼워서 세우는 삽병(揷屛) 형태로 된 것, 네 짝이 한 조를 이루는 창호(窓戶)에 그려진 것 등이 있습니다. 그림을 구성하는 요소와 기본적인 구도 면에서는 대부분의 일월오봉도가 비슷한 모습인데 청ㆍ홍ㆍ녹ㆍ백ㆍ흑색의 선명한 단청 물감이 쓰였습니다. 정전에 설치된 일월오봉도병풍에 대한 기록은 《인정전영건도감의궤(仁政殿營建都監儀軌)》, 《중화전영건도감의궤(中和殿營建都監儀軌)》와 같은 궁궐 건축 관련 의궤에서 찾아볼 수 있지요. 이 병
[우리문화신문=김영조 기자] “고대 문장가들이 애독 애창하던 진귀한 시문(詩文)이나 수려한 문장내용이 달빛 고요한 밤에 선비의 낭랑한 목소리로 골마다 울려 퍼지는 모습을 상상해 보라! 그리고 어린이들이 목청을 높여 천리(天理)와 진정(眞正)을 깨닫게 되는 명심보감을 부른다고 상상해 보라! 사라져가는 민족혼을 되찾자는 진정한 메시지로 들리지 않겠는가!” 한국전통음악학회 서한범 회장이 송서(誦書)에 대해 한 말입니다. 원로 음악평론가 이상만 선생은 한 학술대회에서 “과학 문명에 의존하지 않았을 때는 글 읽는 소리 곧 송서가 사람의 영혼을 흔들어 놓았다. 정인지의 글 읽는 소리에 이웃처녀가 매혹된 얘기는 자주 인용되는 사례이기도 하다.”라며 송서에 대한 예찬을 한 바 있습니다. 선비의 낭랑한 글 읽는 소리’는 갓난아이의 울음소리, 다듬이소리와 함께 “세상에서 가장 듣기 좋은 소리의 하나”라고 하지요. 우리 국악 가운데 송서와 함께 한시(漢詩)를 노래조로 읊는 율창(律唱)을 아울러 <송서율창(誦書律唱)>이라고 하는 장르가 있습니다. 많은 이들이 이를 잊었지만, 서울특별시는 이 <송서율창>을 서울시무형문화재 제41호로 지정하여 서울시무형문화재 제
[우리문화신문=김영조 기자] 벌써 우리 겨레 가장 큰 명절 한가위가 다가옵니다. 그런데 그 명절은 백화점에서 먼저 시작하네요. 롯데백화점은 “추석맞이”란 광고판을 밖에 내걸었습니다. 그런데 “추석”이 아니라 “한가위”라고 쓰는 게 바람직함을 롯데백화점은 모르고 있습니다. 추석이라는 말은 5세기 송나라 학자 배인의 《사기집해(史記集解)》에 나온 “추석월(秋夕月)”이란 말에서 유래합니다. 여기서 “추석월”의 뜻은 천자가 가을 저녁에 달에게 제사를 드린다는 뜻이었으니 우리의 명절과 잘 맞지 않는 말입니다. 더구나 중국 사람들조차 '중추절'이란이 말을 쓰지 '추석'은 거의 쓰지 않는다고 하지요. 그에 견주면 “한가위”는 뜻과 유래가 분명한 우리 토박이말입니다. “한가위”는 ‘크다’는 뜻의 '한'과 '가운데'라는 뜻의 '가위'라는 말이 합쳐진 것으로 8월 한가운데에 있는 큰 날이라는 뜻이입니. 또 '가위'라는 말은 신라에서 유래한 것인데 다음과 같은 《삼국사기》의 기록에서 찾아볼 수 있습니다. "신라 유리왕 9년에 나라 안 부녀자들을 두 편으로 갈라 음력 7월 열엿새 날부터 8월 보름까지 길쌈을 짜게 하였다. 그리곤 짠 베로 승부를 가름하고, 진편에서 술과
[우리문화신문=김영조 기자] 오늘은 24절기 열다섯 번째 “백로(白露)”입니다. 백로는 흰 이슬이라는 뜻으로 이때쯤이면 밤에 기온이 이슬점 이하로 내려가 풀잎 같은 데에 이슬이 맺힌다고 해서 이런 이름이 붙었지요. 가을의 기운이 완연히 나타나는 때인 이즈음을 옛 사람들은 닷새씩 셋으로 나누어 특징을 말하였는데, 초후(初候)에는 기러기가 날아오고, 중후(中侯)에는 제비가 강남으로 돌아가며, 말후(末候)에는 뭇 새들이 먹이를 저장한다고 했습니다. 백로 무렵에는 장마가 걷힌 뒤여서 맑은 날씨가 계속되지만 간혹 남쪽에서 불어오는 태풍과 해일로 곡식이 피해를 입기도 합니다. 볏논의 나락은 늦어도 백로가 되기 전에 여물고 패어야 하는데 서리가 내리면 찬바람이 불어 벼의 수확량이 줄어든다고 보지요. 제주도 속담에 “백로전미발(白露前未發)”이라고 해서 이때까지 패지 못한 벼는 더 이상 크지 못한다는 말이 전해지기도 했습니다. 백로는 대개 음력 8월 초순에 들지만 어떤 때는 7월 말에 들기도 합니다. 7월에 든 백로는 계절이 빨라 참외나 오이가 잘 되는데 경상도 섬에서는 “8월 백로에 비가 오면 십리 천석을 늘린다.”라는 말이 전하면서 비가 오는 것을 풍년의 징조로 생
[우리문화신문=김영조 기자] 국외소재문화재재단(이사장 지건길, 이하 “재단”)과 독립기념관(관장 이준식), LA한국문화원(원장 김낙중)은 오는 11월 5일부터 10일까지(미국 현지 시각 기준)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미국 속의 한국을 찾습니다’ 행사를 연다. 이번 행사는 나라밖 소재 독립운동사 자료와 문화재의 발굴을 위한 재단과 독립기념관의 첫 공동사업으로, 재외동포가 소장한 한국문화재와 역사자료를 찾고 재조명하는 자리가 될 것이다. 첫 행사가 열리는 LA는 미주이민 1세대의 정착지이자, 미국 내 최대의 코리아타운이 형성된 곳으로, 현재도 LA카운티에는 23만여 명의 한인이 거주하고 있다. 또한 LA는 일제강점기 북미지역 한국독립운동의 대표적인 거점지역으로, 수많은 독립운동가가 활동했던 역사적 장소와 기념물 등이 상당수 남아 있어 이번 행사의 취지에 가장 부합되는 장소이기도 하다. 행사는 먼저 11월 5일부터 3일 동안 LA문화원에서 전문가 유물 감정이 진행된다. 도자기, 회화, 문서 등 소장품을 현장에 가지고 오면, 각 분야 전문가들이 자문해줄 예정이다. 현장 감정에 앞서 9월 4일부터 10월 1일까지 한 달 동안 온라인 사전 신청을 받으며, 모든 과정
[우리문화신문=김영조 기자] 강화전쟁박물관에 가면 가로 413cm, 세로 430cm나 되는 어마어마한 크기의 깃발 하나가 있습니다. 바로 <어재연 장군 수(帥)자 깃발>입니다. 이 깃발은 1871년 일어난 신미양요(辛未洋擾) 당시 강화도 진무영 본진 어재연(魚在淵) 총대장의 것으로 “수(帥)” 자는 장수를 뜻하는 것입니다. 이 깃발은 광성보가 함락될 때 미군의 전리품이 되었고, 미국 해군사관학교 박물관에 140여 년이나 전시돼 있었습니다. 이를 안 우리 정부는 미국 해군사관학교 박물관에 찾아가 수(帥)자 깃발을 확인한 뒤 반환이 불가능함을 알고 10년 장기임대 형식으로 협상하여 국내로 들여오게 되었습니다. 그런 뒤 국립고궁박물관에 전시했고, 이후 강화전쟁박물관으로 옮겨 전시를 해온 것입니다. 2017년 10년 임대 기간이 끝났지만 새로 2020년까지 임대 연장을 허락받아 강화전쟁박물관에 계속 전시되고 있습니다. 이 수(帥)자기는 신미양요 때 미군에 빼앗겼다가 136년 만에 돌아온 것으로 열강에게 패전하고 개국을 강요당한 쓰라린 우리 역사를 상징하는 것입니다. 조선은 그때 총대장 어재연과 350명의 조선군이 전사를 했습니다. 광성보에서 퇴각한
[우리문화신문=김영조 기자] 국가보훈처(처장 피우진)는 보훈정신을 계승하고 ‘따뜻한 보훈’확산을 위한 2018년도 보훈문화상 공모계획을 밝혔다. 보훈문화상은 2000년도부터 시작하여 올해로 19회째로, 독립유공자, 참전유공자, 민주유공자, 유엔참전용사 등 대한민국을 위해 희생하거나 공헌하신 분들을 예우하고 그분들의 보훈정신을 기리는 사업을 실시한 개인이나 단체에게 수여되는 상이다. 보훈문화상은 개인, 단체(예우증진, 기념홍보, 교육문화), 지방자치단체 등 5개 부문으로 나누어 시상하며, 수상자에게는 국가보훈처장 상패와 시상금 각 1,000만 원이 수여된다. 국가보훈처는 이번 보훈문화상 시상을 계기로 나라를 위해 헌신하신 분들의 희생과 공헌을 기리는 사업을 실시한 개인이나 단체의 업적을 널리 알려 국민과 공감대를 형성하고 보훈정신을 계승·발전시킬 수 있는 프로그램을 지속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다. 보훈문화상의 접수기간은 9월 3일부터 10월 19일까지이며, 공식 누리집(http://www.보훈문화상.kr)에서 양식을 내려 받아 온라인으로 접수 또는 운영사무국으로 우편접수 할 수 있으며 11월 중에 수상자를 선정해 발표할 예정이다.(문의 : 보훈문화상 사무
[우리문화신문=김영조 기자] 한참 불볕더위가 기승을 부리던 8월 초 인터넷언론 <이투데이>에는 “가마솥더위에 ‘가마솥’ 잘 나가네“라는 뉴스가 있었습니다. 불볕더위에 어울리지 않을 가마솥 기사에 ”열린장터(오픈마켓) 옥션에서는 최근 한 달(7월 6일~8월 5일) 동안 가마솥 판매량이 전년 동기 대비 2배(126%) 이상 증가했다.“는 이야기였습니다. 열전도율이 뛰어난 가마솥에 각종 재료를 넣고 정성껏 고아내면 전통적인 가마솥 요리를 구현할 수 있어 인기를 끄는 것으로 보인다는 소식이지요. 우리 겨레는 선사시대부터 솥과 함께 살아왔는데 그 재질로는 선사시대에는 토기, 청동기 시대 이후에는 청동, 철기시대 이후로는 쇠를 주로 썼습니다. 크게 3종류의 그런데 이 세 가지 가운데 토기는 쉽게 깨지는 단점이 있고, 청동 또한 불에 약하고 내구성이 떨어지는 단점이 있는데 쇠는 단단하고 오래 쓸 수 있는 장점을 갖추고 있어서 스테인리스나 알루미늄 같은 신소재가 등장하기 전까지 오랫동안 써왔지요. 그런데 가마솥에는 우리 겨레의 슬기와 전통 과학의 힘이 배어 있습니다. 특히 쌀이 잘 익으려면 밥을 지을 때 솥 안의 김이 새면 설익게 되기 때문에 전통 가마솥
[우리문화신문=김영조 기자] 烏府淸班動百官(오부청반동백관) 사헌부 맑은 부서는 백관을 움직이는 자리인데 不才承乏愧朝端(부재승핍괴조단) 무능한 내가 자리만 이어 장관된 게 부끄럽네 何人自有風霜面(하인자유풍상면) 어떤 이는 서릿발 같은 위엄이 있었다는데 今我元非鐵石肝(금아원비철석간) 지금 나는 원래 단단한 심장을 가지지 못했다네 直劍不辭終百折(직검불사종백절) 곧은 칼날은 끝내 백 번 부러짐을 사양치 않지만 曲藤何用要千蟠(곡등하용요천반) 굽은 넝쿨은 천 번이나 휘감겨 어디에 쓰겠는가? 幸逢昭代無封事(행봉소대무봉사) 다행히 태평성대 만나서 누굴 탄핵할 일 없으니 鳴鳳朝陽尙亦難(명봉조양상역난) 양지쪽에 봉황 우는 것 또한 어렵겠구려 이 시는 조선 전기의 문신 서거정(徐居正, 1420∼1488)이 44살에 처음으로 대사헌이 되어 직책에 임하는 자세를 밝힌 <신배대사헌(新拜大司憲)>이라는 시입니다. 서거정은 시에서 사헌부는 모든 신하의 기강을 세우고 임금의 잘못을 간하는 자리인데, 굳고 단단한 마음을 가지지 못한 자신이 그 직책을 맡아서 잘 해낼지 걱정하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자신은 곧은 칼처럼 엄정하게 일을 처리할 것이며, 굽은 넝쿨처럼 부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