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이동식 인문탐험가] 2024년 되었구나. 곧 설이다. 갑진년이란다. 용의 해란다. 갑진년이란 이름은 나에겐 특별하다. 한 해의 간지를 처음 듣고 기억한 것이 1964년 갑진년이었다. 만 11살 때였다. 그 해부터 비로소 갑진년이 어떻고 을사년이 어떻고 병오년이 어떻고 하는 말들을 알아듣고 이해하고 기억하기 시작했다는 뜻이다. 그러고는 해를 꼽는 이름이 60가지나 된다는 것을 알게 되고는 언제 다시 갑진년을 만나게 될까, 했더니 드디어, 마침내 갑진년이 되었다. 갑진년 바로 전 해가 계묘년인 것도 모른 채, 갑진년부터 간지로 해 이름을 배웠다. 그렇게 세상을 알기 시작한 지 올해가 그러니까 60주년이 되는 해이니, 나름대로는 올해 갑진년이 의미가 많은 해라고 하겠다. 말하자면 본격적으로 세상에 발을 들여놓은 시간으로 볼 때 회갑을 맞는 셈이다. 1964년 갑진년, 그때는 초등학교 4학년 겨울이었고 곧 봄에 5학년으로 올라갔다. 그 전 해 여름 4학년 신체검사를 했을 때 키가 125센티, 몸무게 25킬로그램의 좀 작고 연약한 체형이었다. 필자하고 딱 60년 차이인 둘쩨네 아들인 손자는 얼마 전에 재어보니 키 145센티, 몸무게 36킬로라니, 그때의
[우리문화신문=이동식 인문탐험가] 새해를 기다렸다. 한반도를 떠나 동해 한 가운데 울릉도에서 새해를 기다린다. 춥다. 그러나 잠시 세상을 덮었던 어둠이 서서히 밀려난다. 그러고는 자연의 함성들이 들려온다. 우리에겐 어둠만 보이는데 시조시인 노산 이은상은 그 속에서 자연의 마음을 본다. 시대의 증언을 기다린다. 어둠은 아직 짙다 하여도 새벽이 오면 동은 트고야 말리 동햇가 미명의 언덕 위에 발돋움하고 바라보며 더 멀리 더 높은 곳을 향해 새 증언을 기다리는 마음! 아직은 짙은 안개와 구름으로 머리 위를 무겁게 누르는 하늘 빛 속에서 어둠을 보듯이 어둠을 뚫고 빛을 보는 눈 마음의 창문을 활짝 열고 황금빛 햇살을 받아들이자 마침내 밝아오는구나. 떠오르는구나. 먼저 햇살을 보내어 위세를 뽐내고는 서서히 동쪽 하늘을 물들인다. 마침 하늘엔 구름도 없구나. 햇님의 자태를 그대로 다 보여주는구나. 살육과 공포에 사로잡혀 무덤 속 같이 어두운 여기 이 인욕의 땅에 부활의 종소리 들려 오려나 평화를 잉태한 새날의 언약인가 돋아오르는 저 아침햇살! 동해는 푸른 바다 아침 햇빛 눈부신 푸른 바다 흰 갈매기 날개조차 물에 잠기면 푸른 물 들고 혈관 속 돌아가는 피조차 푸른
[우리문화신문=이동식 인문탐험가] 정말로 이번 주가 2023년의 마지막 한 주구나. 올해가 며칠 남았다고? 그래, 나흘 있으면 새해가 온다. 적어도 달력으로는 말이다. 그런데 무사히 새해는 오겠지? 이 며칠이 길다고 느껴지는 것은 올해 하도 예상도 못 한 일들이 터졌기에 또 무슨 일이 터지는가 하는 걱정 때문일 것이다. 왜 연말이면 공연히 마음이 어두워지는가? 왜 거리마다 휘황한 불을 내걸고 있고 사람들은 그 불빛을 찾아 몰려가는 것일까? 그것은 한해 가운데 밤이 제일 긴 날이 있는 달이고, 그것으로 해서 밤이 가장 긴 때이고, 또 날씨도 추워서 조건반사적으로 이뤄지는 현상이라고 일단 해두자. 며칠 전 세상을 밝혀주었다는 예수의 탄생을 축하하는 불빛과 장식들이 한바탕 잔치를 벌였다가 꺼지고 있다. 이제 차분하게 한 해를 되돌아보아야 할 때가 된 것이리라. 크리스마스가 예수의 탄생을 되새기는 날이라면 진정 예수가 탄생했을 때의 풍경은 어땠을까? 베들레헴의 어느 마구간이었다면, 거기는 북위 31도쯤 되는 구릉지대로서 원래 생일은 어떻든 12월 말이라고 몹시 추운 날은 아니었을 것 같다. 이 탄생설화가 북유럽으로 올라가 산타클로스 할아버지 전설과 혼합된 것이 오늘
[우리문화신문=이동식 인문탐험가] 소설을 지나고 대설도 한참 지나 동지로 넘어가는 어느 날 비가 내린다. 쌀가루 같은 흰 눈이 아니라 눈물같이 주룩주룩 내리는 비다. 아무 말이 안 나온다. 그냥 쓸쓸함 그 자체다. 포근함이 아니라 썰렁함이다. 마음이 차가워지며 문득 겪지도 않은 이별이 생각난다. 창문을 열어보니 한겨울에 웬 비 눈은 왜 비로 변했을까? 그대 없는 텅 빈 가슴에 찬기 서린 외로움, 사무친 그리움 한 줌 쓸쓸함마저 다가온다. ... 송태열, <겨울비> 중에서 20년 전 임현정이란 가수가 겨울비를 맞는 그런 마음을 노래로 잘 대변해 주었지. 사랑은 봄비처럼 내 마음 적시고 지울 수 없는 추억을 내게 남기고 이제 잊으라는 그 한마디로 나와 상관없는 다른 꿈을 꾸고 이별은 겨울비처럼 두 눈을 적시고 지울 수 없는 상처만 내게 남기고 이젠 떠난다는 그 한마디로 나와 상관없는 행복을 꿈꾸는 너 아직도 철없는 나뭇잎들이 갈 곳을 잊어버리고 애처롭게 매달려 떨고 있는 이 겨울에 죄 없는 미물들의 딱한 신세가 다 지구를 마구 사용한 우리들의 잘못 때문이 아닌가? 가을에도 덥다가 갑자기 추워져 미처 떨어질 준비도 못 하고 겨울을 맞은 이들
[우리문화신문=이동식 인문탐험가] 올해의 마지막 달 12월의 12일을 보내면서 묘한 생각이 든다. 한 해의 달력을 보면 달마다 그 달과 같은 숫자의 날이 있다. 1월 1일, 2월 2일, 3월 3일... 12월 12일까지...이런 날들이 다 의미가 있는 날이 아니냐는 의문 겸 깨달음이 머리에 번쩍 떠오른다. 지난달 11월 11일은 빼빼로 데이라고 해서 연인들이 서로를 챙겨주는 날이고(캐나다는 이날이 한국전쟁에 파병되어 목숨을 잃은 분들에 대한 추념의 날이란다. 이날은 빨간 양귀비꽃을 가슴에 꽂아 이들을 추모한단다), 10월 10일은, 요즈음 젊은이들은 잘 모르지만, 우리가 클 때는 쌍십절이라고 해서 1910년 중화민국이 건국한 날이다(중화민국은 대만으로 밀려가고 중국 대륙은 중화인민공화국이 들어서 있어 쌍십절은 대만의 건국기념일이 되어버렸다). 이날 중국 식당에 가면 국기를 걸어놓고 축하하는 장면을 볼 수 있었다. 9월 9일은 무슨 날일까? 흔히 1948년에 북한 정권이 수립된 날로 알고 있는데, 그보다 3년 전에는 조선총독부가 정식으로 미군에 항복한 날이란다. 음력으로 9월 9일은 구중(九重), 또는 중양절이라고 해서 예전에는 명절로 즐겼다. 8월 8일은 무
[우리문화신문=이동식 인문탐험가] 마지막 달력 앞에 선다. 회한과도 같은 바람이 분다 한 해의 시간들이 얼어붙는다 12월! 12월은 빙화(氷花)처럼 결정(結晶)한다 차가우면서도 아름다운 결정의 달 이어령 / 증언하는 캘린더 저도 올해 마지막 달 시간의 끝자락을 잡고 다시 섰습니다. 10월 한 달 외국에 나갔다가 돌아와 보니 11월도 휩쓸려 지나갔군요. 미처 한국의 가을, 기온이 높다가 갑자기 영하가 되어 가을의 잎들이 미처 단풍도 못 들고 다 얼어서 말라버린 이 가을을 느끼기 전에 초겨울로 접어들었지요. 올해의 끝 달을 맞아 서른한 칸이 그어진 12월 월력의 5간을 이미 보내고 이제 26간을 곧 채우면 훌쩍 2023년을 과거로 보내버리는 거지요. 서울의 가을을 보지 못해서 아쉽기는 하지만 후회는 할 수 없습니다. 어차피 서울에 있었다면 잘 보지 못하고 지나갈 일상들, 올해는 다른 데서 가을을 보고 온 셈이니 나중에 생각하면 올해 가을이 더 잘 기억될 것 같습니다. 그렇더라도 한 해가 다 끝나 가니 다시 후회가 오는 거지요. 뭔가는 꼭 할 수 있었던 것 같은 올해 초의 기분을 시간이 안 맞춰준 것이지요. 결국 다시 빈손이 되었으니까요. 그러고 보면 지난 시간을
[우리문화신문=이동식 인문탐험] 저 멀리 동해바다 외로운 섬 오늘도 거센 바람 불어오겠지 조그만 얼굴로 바람 맞으니 독도야 간밤에 잘 잤느냐 독도에 관한 뉴스, 일본이 독도에 대해 뭐라고 한다는 소식을 들을 때면 저는 언제부터인가 이 노래 '홀로 아리랑'을 흥얼거리게 됩니다. 1990년 무렵부터 대중가수 서유석의 노래로 알려지기 시작했지만 원래 한돌이란 분이 작사ㆍ작곡한 이 노래는 가사와 분위기 때문에 대중들의 사랑을 받기 시작했고 2005년 조용필 씨의 평양공연에서 북한 측이 앙코르곡으로 이 노래를 요청해 부른 이후 더욱 국민의 사랑을 받는 노래입니다. 그런데 저는 1980년대 후반 방송기자로 일할 때 수원의 서지학자인 이종학 선생이 일본의 독도침략 야욕에 맞서기 위해 발굴한 독도 관련 귀중 자료들을 뉴스로 전하는 과정에서 독도문제를 좀 들여다보게 되었고 그래서 일본의 소유권 주장에서 지켜내야 하는 우리의 소중한 영토라는 생각에 이 노래가 더욱 가슴에 와닿았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독도는 많은 국민처럼 꼭 가 보아야 할 대상이 되었습니다. 지난주 11월 21일은 ‘독도대첩의 날’이었습니다. 한국전쟁이 한창이던 1952년, 일본은 한반도의 전란을 틈타 세
[우리문화신문=이동식 인문탐험가] 약 한 달 동안 미국에 나가 있다가 돌아온 뒤 필자는 집 바로 뒤에 있는 작은 절에 가서 여행에서 무사히 돌아오게 된 것에 대해 감사의 인사를 올렸다. 집을 나갔다가 탈 없이 다시 돌아온 것이 고마운 것이다. 그 고마움 속에는 집 나간 불상에 관한 법원의 확정판결이 10여 년 만에 마침내 이뤄진 데 대한 안도와 감사함도 들어 있었다. 무슨 이야기인가 하면, 약 한 달 전쯤인 10월 26일 우리 대법원이 일본 대마도 소재 관음사(觀音寺)에서 절취되어 국내에 들어와 있던 금동관음보살좌상의 소유권이 대마도의 절에 있음을 인정함으로써 불상이 일본으로 되돌아가게 된 사정을 말한다. 이 판결이 난 10월 26일은 박정희 전 대통령 시해사건이 난 날이어서 이와 관련된 뉴스가 많이 난 날인데 그런 뉴스 속에서 이날 대법원에서 낸 이런 판결이 나라 밖에 있던 필자에게는 아주 의미 있게 생각되었기에 안도의 한숨을 쉴 수 있었던 것이다. 이미 알려진 대로 우리 국민 몇 사람이 2012년 10월 6일경 대마도 관음사(觀音寺)에서 금동보살상을 훔쳐서 국내에 밀반입하다 검거되어 범인들은 유죄판결을 받았고 불상은 압수된 사건이 있었다. 이후 그 불상에
[우리문화신문=이동식 인문탐험가] 지난달 미국 여행길, 요세미티 공원 근처 어느 펜션의 앞 마당에 앉아있는데 조금 괴상하게 생긴 나뭇잎들이 후두둑 떨어진다. 그 옆 미루나무는 우리나라 것과 같은데 이 나무는 뭐지? 단풍나무 종류인가? 전에 살던 문래동 아파트단지에도 비슷한 잎 모양의 나무가 있던데... 단풍나무 종류가 아닐까, 하고 단풍으로 검색해 보니 노르웨이단풍이라는 것이 비슷하다. 그런데 다시 보니 잎 모양이 달라도 매우 다르다. 그러면 뭘까? 궁금하던 차에 펜션에 비치된 컵에다 차를 따라 마시다가 옆을 보니 거기에 답이 있었다. 오크(Oak)나무였다. 오크통을 만드는 나무. 옛날 70년대에 많이 듣던 팝송 'Tie a yellow ribbon round the old oak tree'의 오크나무. 이 나무의 잎이 이렇게 생겼고 이게 그 나무구나. 원 나도 참. 그렇게 이 오크나무란 이름을 긴 세월 듣고 지났는데 정작 그 나무와 나뭇잎을 나이 70이 넘은 이 가을에 미국 산골에 와서야 알게 되다니... 탄식과 자조를 겸한 한숨을 내쉬며 집 주위를 돌아보니 집집마다 입구 쪽에 이 나무가 서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말하자면 우리 한국인들 시골집 주위
[우리문화신문=이동식 인문탐험가] 한 달 예정으로 미국 LA에 건너온 지 열흘이 되는 날이다. 폴게티 미술관을 찾은 이야기를 쓴다. 2023년 10월 17일 화요일이다. _________<<<<<<<<<<_______ 인생은 짧고 예술은 남은... 우리가 인생을 살면서 다시 한번 기회를 얻는 일이 있을 수 있는가? 모든 일이 그럴 수 있다면 그만큼 인식의 깊이가 깊어지고 오류나 실패의 확률도 줄어들 것이다. 그 점에서 올해 나는 특별한 해를 경험하고 있다. 지난 6월에 일본의 한 시골동네를 40년 만에 다시 가서 그 동네에 얽힌 과거의 역사와 그 의미를 다시 생각해 볼 기회가 있었는데 하반기에는 10년 만에 다시 미국 LA에 와서 이곳의 훌륭한 미술관을 다시 가 볼 행운이 온 것이다. 그 미술관은 미국 LA북쪽 베벌리힐스(속칭 비벌리 힐즈)에 있는 폴 게티 미술관이다. 폴 게티(Paul Getty 1892~ 1976)는 미국의 석유사업가로 1913년 옥스퍼드대학을 졸업하고 아버지와 함께 석유사업을 시작해 유전을 사들인 것이 대박을 쳐서 1920년대에 게티 오일이란 회사로 엄청난 부호가 된다. 그는 곧 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