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 아침에 해가 살짝 얼굴을 내밀더니 다시 구름이 하늘을 덮었습니다. 날씨알림이 이렇게 잘 맞을 수가 있을까 싶을 만큼 잘 맞습니다. 오늘은 구름과 함께하지 않을까요? 어제까지 땅, 하늘과 아랑곳한 토박이말을 이어서 알려드렸습니다. 오늘부터는 하늘과 땅 사이에서 살아가는 '사람'과 아랑곳한 토박이말을 알려드리려고 합니다. 어른들이 잘 쓰시는 말로 '사람값'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너도 이제 사람값 좀 해야 안 되겠니?" "저 놈도 사람값을 할 날이 오겠지?" 저는 이런 말을 하시는 것을 들은 것 같은데 여러분은 어떤 말을 듣거나 보셨습니까? '사람값'은 '사람+값'의 짜임으로 말 그대로 '사람으로서의 값어치나 구실'을 뜻하는 말입니다. 자주 쓰는 말이고 뜻도 쉬운 말이기는 합니다. 하지만 사람값을 하고 살기가 쉬운 듯 하면서 어렵습니다. 사람값을 재는 잣대가 저마다 다를 때가 있어서 나름대로 한다고 하는데 그 잣대에 미치지 못할 때도 있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사람값'이 들어간 익은말(관용구)에 '사람값에 가다', 가 있는데 '사람으로 쳐줄 만한 값어치를 지니다'는 뜻이고 '사람값에 들다'도 비슷한 뜻입니다. '사람값에 들지 못하다'는 '사람으로 쳐
[우리문화신문=이창수 기자] 비가 좀 많이 올 거라고 하더니 아침부터 하늘이 잔뜩 찌푸리고 있었습니다. 바람이 불어서 시원하기는 했지만 비를 몰고 오는 바람이 아닐까 싶었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 비가 내렸습니다. "땅거미 등에 지고 창가에 앉아~" 이런 노랫말을 아시는지요? 아마 이 노래를 아시는 분들과 모르시는 분으로 나이를 가늠할 수도 있겠지요. 이선희 님이 부른 '영'이라는 노래에 나오는 노랫말이랍니다. 여기 나오는 '땅거미'는 해가 진 뒤 어스레한 상태. 또는 그런 때'를 가리키는 말입니다. "땅거미가 지다."와 같이 쓰기도 하지요. 흔히 쓰는 '황혼(黃昏)'을 갈음해 쓸 수 있는 말이 바로 '땅거미'입니다. 보시다시피 이 말은 '땅'과 '검다'의 '검', 이름씨(명사)를 만드는 뒷가지(접미사) '이'를 더해 만든 것으로 보입니다. 해가 지면 어두워져서 땅이 검게 되는 것을 보고 만든 말이라는 풀이가 가장 그럴 듯합니다. 하지만 '땅거미'라는 말은 거미 가운데 '땅거밋과의 거미를 통틀어 이르는 말'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이 땅거미가 나와서 움직이는 때가 저녁이기 때문에 거기서 왔다는 풀이도 있긴 합니다. '땅거미'라는 말을 가지고 땅거미가 들어간 노래도
[우리문화신문=이창수 기자] 이레끝 잘 보내셨습니까? 그렇게 많은 비가 내리던 하늘이 맞나 싶을 만큼 달라진 하늘을 보면 놀라울 때가 있습니다. 오늘 아침에는 어제보다 더 맑은 하늘을 보여주는군요. 구름 하나 없는 하늘빛이 가장 하늘빛다운 날입니다. 하늘빛은 날씨에 따라서 때에 따라서 저마다 달라 보입니다. 하지만 맑은 날 파란 하늘이 가장 하늘빛다운 빛이라고 생각합니다. 두말할 것도 없이 하늘빛다운 하늘빛은 가을하늘이긴 합니다만 오늘 아침은 가을하늘을 보는 것처럼 파란빛입니다. '하늘빛'은 '하늘의 빛깔'을 가리키는 말이면서 '맑은 하늘의 빛깔과 같은 옅은 파란빛'을 가리킬 때도 쓰는 말입니다. '하늘색'이라는 말을 많이 쓰는데 '하늘빛'이라는 이름을 쓰는 곳도 적지 않답니다. '하늘'과 아랑곳한 이야기를 해야 할 때는 '하늘빛'이라는 토박이말을 떠올려 쓰는 사람들이 많아지기를 바랍니다.
[우리문화신문=이창수 기자] 구름이 끼어 있는데가 안개까지 끼어서 유난히 더 낮은 하늘입니다. 옛날 어른들 말씀에 흐린 날 안개가 끼면 비는 오지 않는다고 했는데 그러기를 바랍니다. 오늘 아이들과 함께 숲에가서 겪배움(체험학습)을 하기로 했거든요. "개울가에 올챙이 한 마리 꼬물꼬물 헤험치다" 여러분은 이 노래를 아시는지요? 한때 온 나라에서 모르는 사람이 없을 만큼 널리 알려졌던 노래죠. 이 노래의 처음에 나오는 말이 '개울가'인데요. '개울가'라는 말도 있고 '냇가', '길가'도 있으며 '하늘가'도 있습니다. 오늘 토박이말이 '하늘가'입니다. '하늘가'라는 말을 보니 지난해 밤낚시를 갔을 때가 생각이 납니다. 물때를 맞춰서 가다보니 새벽에 일어나 갔는데 고기는 안 잡히고 어두운 바닷물 구경만 실컷 하고 왔지요. 그리고 그날 하늘가에 걸려 있던 새벽 달이 생각납니다. 고기도 못 잡고 모기에 물린 팔다리를 긁고 있는 저를 달래주는 것 같았지요. 《표준국어대사전》에는 '하늘가'를 '하늘의 끝'이라고 풀이를 하고 있는데 《고려대한국어대사전》에는 '하늘의 둘레 또는 언저리'라고 풀이를 하고 있습니다. 그러고 보니 《표준국어대사전》에서 '개울가'를 '개울의 주변'으
[우리문화신문=이창수 기자] 오늘 하늘은 어제보다 낮습니다. 바로 빗방울이 떨어질 것 같은 느낌인데 날씨알림에선 비가 내리지는 않고 어제보다 더울 거라고 하네요. 오늘 토박이말은 '하늘마음'입니다. '하늘처럼 맑고 밝고 넓은 마음을 이르는 말'인데 날씨가 맑았으면 오늘 하늘을 찍어 보여드렸더라면 더 좋았을 것 같다는 생각도 해 봅니다. 하늘이 늘 맑지는 않는 것처럼 사람 마음도 맑았다 흐렸다가 합니다. 하지만 가장 맑고 밝은 하늘과 같은 마음을 가졌으면 하는 바람을 담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우리가 하늘마음으로 살면 서로 다툴 일은 없겠지요? 넓기로 치면 하늘과 견줄 수는 없지만 우리가 발을 디디고 사는 땅보다는 훨씬 넓고도 깊기까지한 바다와 같은 마음도 우리가 가질 만한 마음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바다처럼 넓고 깊은 마음을 이르는 말'로 '바다마음'이라는 말도 쓸 만한데 아직 우리 말집(사전)에는 오르지 않았네요. 많은 사람들이 자주 쓰다보면 언젠가 오를 수 있을 것입니다. '하늘마음'도 좋고 '바다마음'도 좋은데 우리가 '한마음'으로 토박이말을 잘 챙겨 가르치고 배워서 나날살이에 부려 쓰면서 길이길이 이어주었으면 하는 마음도 가져 봅니다. 앞으로 흐린
[우리문화신문=이창수 기자] 이른 아침에는 구름에 안개까지 겹쳐서 날이 흐릴 것 같았습니다. 그런데 구름 사이로 해가 나오니 햇볕이 더 뜨겁게 느껴지네요. 구름 사이로 나온 해지만 해가 나오니 오늘은 하늘땅이 모두 어제와 많이 달라보입니다. 활개마당을 돌고 있는 아이들의 낯빛도 더욱 밝아보입니다. 오늘 토박이말은 '하늘땅'입니다. '하늘과 땅을 아울러 이르는 말'이라는 풀이를 보지 않아도 누구나 뜻을 알 수 있는 말이지요. 그런데 이렇게 쉬운 토박이말을우리가 나날날이에서 잘 쓰지 않다 보니 말이나 글에서 만나기는 쉽지 않은 것도 참일입니다. "세상 천지에 이런 일이 있나?" "천지분간도 못하는 사람같으니라구."와 같은 말을 쓰는 것을 더러 봅니다. 이럴 때 '하늘땅'을 넣어 보면 "하늘땅 누리에 이런 일이 있나?", "하늘땅도 가리지 못하는 사람같으니라구."처럼 쓸 수 있을 것입니다. 제가 살고 있는 고장에서 '아주 많다', '매우 많다'는 뜻으로 "천지삐까리다."는 말을 쓰는데, 여기서 '천지'는 한자말 '천지(天地)'라는 것은 잘 아실 것이고 '삐까리'는 '벼를 베어서 가려 놓거나 볏단을 차곡차곡 쌓은 더미'를 가리키는 '볏가리'입니다. 그러니 '천지에
[우리문화신문=이창수 기자] 낮은 하늘에서 곧 빗방울이 떨어지지 싶었는데 가랑비가 내렸습니다. 오늘도 좀 시원하게 보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오늘 알려드릴 토박이말은 '하늘바라기'입니다. '하늘바라기'라는 말을 들으시면 뭐가 떠오르시는지요? 아마도 '하늘바라기'라는 이름의 노래를 떠올리시는 분들이 많을 것입니다. 하늘나라에 계신 아버지를 생각하며 지은 노랫말이 마음을 울리죠. '하늘바라기'라는 이름의 꽃도 있어서 꽃을 떠올리시는 분도 계실 것 같습니다. 저는 시골에서 태어나서 자랐기 때문에 '하늘바라기' 하면 흔히 '천수답(天水畓)이라고도 하는 논이 떠오릅니다. 이 논은 '빗물이 있어야 벼를 심어 기를 수 있는 논'이기 때문에 그야말로 비가 내리기를 바라면서 하늘만 바라봐야 하는 논이랍니다. 다른 말로 ‘천둥지기’라고도 합니다. 하늘바라기가 있는 집에서는 걱정이 많았죠. 요즘처럼 비가 잦으면 하늘바라기에도 모를 심었겠죠? '천수답'보다 '하늘바라기'라는 말이 훨씬 예쁘고 멋지지 않나요? 어쩜 이렇게 알맞게 빗댄 말을 만드셨는지 놀라우면서도 그런 말을 만들어 남겨주신 할아버지 할머니가 고맙기도 합니다. '저희 모임 이름이 ‘토박이말바라기’인데 해를 바라보는
[우리문화신문=이창수 기자] 하늘에서 비가 내립니다. 저보다 먼저 온 아이들이 재잘거리는 소리 만큼은 아니지만 빗길 위를 덮은 지붕에 떨어지는 빗소리를 들으며 들어왔습니다. 오늘 알려드릴 토박이말은 '하늘길'입니다. 아시다시피 땅에는 비가 내리고 있어도 비를 내리는 구름 위에는 여전히 해가 비치고 있습니다. 그 위를 날아서 다니는 사람들도 있구요. 땅에 있는 길을 따라 수레와 사람들이 다니 듯이 하늘에도 길이 있어 사람들이 다닐 수 있는 것이죠. 그렇게 '비행기를 타고 하늘로 날아가는 길'을 '하늘길'이라고 합니다. 오늘도 하늘길을 따라 오가는 사람들이 많을 겁니다. 흔히 '육로(陸路)'라고 하는 것은 땅에 난 길, 뭍에 난 길이기 때문에 토박이말로 '땅길', 또는 '뭍길'입니다. '해로(海路)'는 바다에 난 길이니까 '바닷길'이고, 항로(航路)는 하늘에 난 길이니까 '하늘길'입니다. 아이들에게 어떤 말이 더 쉬운지 물으면 '땅길, 뭍길, 바닷길, 하늘길'이 쉽다고 합니다. 그런데 우리는 이제까지 배곳(학교)에서 '땅길, 뭍길, 바닷길, 하늘길'이라는 말을 가르치고 배운 적이 없습니다. 우리 고유의 말인 토박이말이 있는데도 토박이말로 가르치고 배우지 않은 것
[우리문화신문=이창수 기자] 아침부터 비가 올 거라고 하더니 어김없이 비가 내렸습니다. "어쩜 이렇게 잘 맞히지?" 라고 생각하면서 일터로 왔습니다. 아이들은 비를 맞고 활개마당에서 놀고 있었습니다. 비 맞지 말고 들어가자고 해도 아랑곳하지 않고 놀더라구요. 오늘 알려드릴 토박이말은 '하늘구멍'입니다. '하늘구멍'은 무슨 뜻일까요? 비가 엄청 많이 올 때 "하늘에 구멍이 났나?"라는 말을 하기도 하는데 그와 같이 하늘에 구멍이 났다는 뜻일까요? '하늘구멍'은 두 가지 뜻으로 쓰는 말입니다. '가려진 것의 틈으로 내다보이는 하늘의 조각(부분)'을 가리킬 때도 쓰고 '덮였던 구름이 갈라지면서 나타나는 하늘의 작은 조각(부분)'을 가리킬 때도 쓴답니다. 여러분은 언제 어디서 하늘구멍을 보셨는지요? 저는 어릴 때 나무 위에 떨어진 적이 있는데 제가 작다보니 나무에 푹 묻히다시피 되었죠. 그때 나뭇잎 사이로 본 '하늘구멍'이 떠오릅니다. 이 비가 그칠 무렵에도 여러분이 계신 곳곳에서 하늘구멍을 보실 수 있을 것입니다. 하늘구멍으로 내리 비치는 햇빛이 참 아름답고 신기하게 느낀 적도 있답니다. 우리말에 알맞은 말이 없다고 다른 나라말을 마구 갖다 쓰는 것도 안타깝지만
[우리문화신문=이창수 기자] 오늘은 하늘이 낮습니다. 구름이 하늘을 가리고 있네요. 하지만 여전히 높은 하늘입니다. 제가 날씨 이야기를 자주 합니다. 그러다보니 하늘을 보지 않는 날이 거의 없지 싶습니다. 오늘부터는 그런 하늘과 아랑곳한 토박이말을 알려드리고자 합니다. 하늘이 들어간 말에 '하늘가재'라는 말이 있습니다. '사슴벌레'를 가리키는 또 다른 이름입니다. 보시다시피 이 말은 '하늘+가재'의 짜임이지요. 우리 할아버지 할머니들께서 왜 '사슴벌레'를 '하늘가재'라고 불렀을까요? 궁금하지 않으세요? 둘레 분들에게 물어 보시기 바랍니다. "'사슴벌레'를 '하늘가재'라고도 한다는데 왜 그런 이름을 붙였을까?"라고 말이지요. 저마다 다른 이야기들을 하실 겁니다. 그런 이야기를 나누는 것도 나름 재미가 있습니다. 말을 만드신 분이 옆에 안 계시기 때문에 물어 볼 수가 없지만 누구나 어림은 할 수 있습니다. 잘 아시다시피 '가재'는 맑은 개울에 살며 앞에 있는 큰 발에 집게발톱이 있습니다. '사슴벌레'와 '가재'의 가장 비슷한 겉모습이 이거라고 생각합니다. 사슴벌레는 이렇게 생긴 것은 가재와 비슷한데 가재와 달리 하늘을 날아다닐 수 있습니다. 그래서 생김새는 가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