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이창수 기자] [오늘 토박이말] 속속들이 [뜻] 깊은 속까지 샅샅이[보기월] 길에서속속들이말씀을 드릴 수 없어 그렇게 말씀드리고 헤어졌습니다. "봄방학인데 학교 가세요?" 아침에 배곳 가는 길에 만난 이웃 분께서 하신 말씀입니다. "아이들은 안 오지만 가서 해야 할 게 많습니다." 길에서속속들이말씀을 드릴 수 없어 그렇게 말씀드리고 헤어졌습니다. 참일(사실) 할 일이 많았습니다. ^^ 배곳에 가자마자 보내 드릴 것이 있어서 슬기틀을 켰는데 누리그물(인터넷)이 안 됐습니다. 그래서 일차례를 바꿨습니다. 제가 쓰던 방에서 짐을 빼기는 했지만 가심을 못 하고 있었는데 그걸 하기로 했습니다. 가심틀(청소기)을 돌리고 책꽂이 갈무리를 했습니다. 마지막으로 책상 줄까지 맞추고 나니 한결 깨끗해 보였습니다. 나름대로 치운다고 치웠는데 쓰실 분 마음에 들지는 모르겠습니다. 일을 마치고 나와 이를 손보러 갔습니다. 어떻게 손을 보면 좋을지 이야기를 해 본다고 갔는데 이를 갈아 내고 씌운다고 하더라구요. 생각했던 것보다 오래 걸려서 다음 해야 할 일 때문에 마음이 바빴습니다. 이를 오래 벌리고 있었더니 턱도 아프고 뒤에는 머리도 아프더군요. 성할 때
[우리문화신문=이창수 기자] [오늘 토박이말] 짐병 [뜻] 모질고 나쁜 짓을 함이나 억지 또는 떼[보기월] 앞으로는 토박이말을 배우고 싶다고짐병을 부리는 사람들이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지난 닷날(금요일) 권만옥 교육장님이 물러나시는 자리에 가서 고마움을 가득 담아 큰 손뼉을 쳐 드리고 왔습니다. 두 해 동안 토박이말을 가르치고 배우는 일을 이끌어 주시고 또 밀어 주셨습니다. 새로운 삶을 즐겁고 보람 있게 사시기를 빌어 드렸습니다. 엿날(토요일)은 토박이말바라기 갈침이 동아리 배움 나들이가 있었습니다. 여러 가지 일 때문에 모두가 다 못 가서 많이 아쉬웠지만 먼 길을 달려간 보람이 많았습니다. 반갑게 맞아 주시고 좋은 이야기와 함께 많은 것을 알려 주신 충주 우리한글박물관 김상석 관장님께서 참 좋은 분을 만나게 해 주셨거든요. 모르는 사람이 없을 만큼 널리 알려진 '강아지똥' 그림을 그리신 '정승각' 님을 만났답니다. 맛있는 낮밥을 먹으며 이야기를 나눈 뒤 사시는 집까지 구경시켜 주셨습니다. 만남이 또 다른 만남으로 이어져 새로운 일을 함께할 바탕을 마련하게 되니 얼마나 기쁘고 고마웠는지 모릅니다. 가기로 했던 것보다 많이 늦게 닿은 늘푸른 자연학교에서
[우리문화신문=이창수 기자] [오늘 토박이말] 어안 [뜻] 어이없어 말을 못하고 있는 혀 안[보기월] 그가 하고 있는 꼴을 보면 누구나어안이 벙벙해질 것입니다. 열 길 물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른다는 말이 있는데 요즘 그 말이 절로 나오는 일을 제가 겪고 있습니다. 슬기틀에 더 갈무리할 곳이 모자라 아는 사람한테 손을 좀 봐 달라고 맡겼습니다. 맡기는 날 바로 살펴보고 기별을 준다고 했었는데 그 뒤에 아무 기별이 없었지요. 많이 바쁜가 보다 생각하며 기별이 올 때까지 기다렸습니다. 그렇게 기다린 게 한 달이 넘었습니다. 제가 기별을 넣어도 받지를 않고 글을 남겨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멀리 나라 밖에 나갔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면서 잘 아는 사람한테 물어 보니 그것도 아니었습니다. 무슨 일이 있는지 까닭을 모르니 답답한 것을 넘어 성이 나기도 했습니다. 안 되면 안 된다고 하고 못 했으면 못 했다고 하면 될 텐데 왜 그러는지 그 속을 알 수가 없습니다. 그가 하고 있는 꼴을 보면 누구나 어안이 벙벙해질 것입니다. 집에 슬기틀이 없으니 일을 제대로 안 되는 것은 말할 것도 없고 아내와 아이들한테 눈치를 받는 게 많이 힘듭니다. 이 말은 '어안이 막
[우리문화신문=이창수 기자] [오늘 토박이말] 속살거리다 [뜻] 남이 알아듣지 못하도록 작은 목소리로 자질구레하게 자꾸 이야기하다=속살대다[보기월]속살거리며말해야 할 것과 그렇게 말해야 할 때를 잘 가렸으면 좋겠다 싶었습니다. 새배해(새학년) 새 일거리를 받았습니다. 마음에 들어 하시는 분도 있었고 그렇지 않은 분도 있었지만 그럭저럭 다들 받아들이셨습니다. 저도 안 해 본 일을 맡게 되어 짐스럽기는 하지만 해 본 분께 도움을 받아 하나씩 배우는 마음으로 해 나가야겠습니다. 제가 쓰던 방을 비워 드려야 하는데 짐도 다 안 싸서 마음에 걸렸습니다. 짐 싸는 것보다 먼저 해야 할 일이 있어서 그 일을 챙겨서 하는데 짐을 들고 오셨습니다. 오시는 분이 같이 한 해를 보냈던 분이라 마음은 한결 가벼웠습니다. 그렇지 않았으면 짐부터 빼 드려야 했는데 말이지요. 뒤낮 일을 하고 있는데 지난해 맡았던 아이들이 놀러 왔더군요.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가 저희들끼리 뭔가를 속살거리더니 막 웃더라구요. 무슨 이야긴지 물어도 알려 주지도 않고 말이지요. 대단한 이야기가 아닌 줄 알지만 그리 기분이 좋지는 않았습니다. 속살거리며 말해야 할 것과 그렇게 말해야 할 때를 잘 가렸
[우리문화신문=이창수 기자] [오늘 토박이말] 짊다 [뜻] 짐을 가뜬하게 꾸려서 지게나 수레 따위에 올려 얹다.[보기월] 그 많은 일들을 혼자짊어지고 왔으면 벌써 지쳤을 것입니다. 배곳에 가도 아이들은 없지만 할 일은 많습니다. 벌써 했어야 하는 했는데 겨를이 나지 않아 못 하고 있던 일들을 몇 가지 했습니다. 꾸림빛(운영위원)을 모시는 일, 다른 모임과 울력다짐을 했으면 하는 바람을 알려 드리는 일을 하고 나니 속이 시원했습니다. 남들은 낮밥을 먹으러 갈 무렵 서울에서 손님이 오셨습니다. 다른 분이 낮밥을 드시고 올 때까지만 이야기를 나누고 낮밥을 사 드리려고 했는데 이런저런 말을 하다보니 때를 훌쩍 넘기고 말았습니다. 그 동안 해 온 일들을 돌이켜 말씀 드리면서 함께해 주신 분들께 새삼 고마운 마음이 더 들었습니다. 그 많은 일들을 혼자짊어지고 왔으면 벌써 지쳤을 것입니다. 그 분들이 계셨기에 오늘과 같은 만남도 있다 싶어서 말입니다. 밥집에 가서 보니 돌아갈 때가 얼마남지 않아 밥도 제대로 못 드시고 바삐 가시게 해서 마음이 쓰였지요. 그래도 늦지 않게 닿아 가셨다는 기별을 받고 마음이 놓였습니다. 멀리 있는 이곳까지 저를 만나러 와 주신 것도 고마
[우리문화신문=이창수 기자] [오늘 토박이말] 어쌔고비쌔다 [뜻] 해 달라거나 하라는 것을 이런저런 까닭으로 마다하다.[보기월] 일을 처음 맡을 때는 많이 바빴는데어쌔고비쌜수가 없어서 한 일이긴 했습니다. 어제는 바람이 참 많이 불었습니다. 사람들은 봄을 데리고 오는 바람이라고 했습니다. 하지만 추위 속에서도 벌써 핀 꽃들이 바람에 떨어지지 않을까 걱정하는 분도 있었습니다. 집을 나가면서 앞뜰에 핀 꽃을 보기는 했지만 걱정할 만큼 많이 피지는 않았더라구요. 차가운 바람에 옷깃을 여미며 생각해 보니 이 바람은 꽃이 피는 걸 시샘하는 '꽃샘바람'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봄으로 들어가는 들봄달 막바지 꽃들이 피고 있는 요즘 불어닥치는 이런 추위를 '꽃샘추위'라고 한다는 것은 잘 아실 것입니다.^^ 날씨는 추웠지만 여러 달 동안 여러 사람이 힘과 슬기를 모은 열매를 거두어 알리는 자리가 있어 제 마음은 참 포근했습니다. 참고을 진주 아이들이 고장 진주를 재미있게 배울 수 있도록 돕는 책을 만들어 그것을 쓰실 갈침이들께 풀이를 해 드리는 자리였지요. 일을 처음 맡을 때는 많이 바빴는데어쌔고비쌜수가 없어서 한 일이긴 했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그 열매를 받고 보니
[우리문화신문=이창수 기자] [오늘 토박이말] 속말 [뜻] 속마음에서 우러나오는 말[보기월] 하고 싶은 이야기가 많았는데 끝을 내고 보니속말을 다 못 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지난 닷날 태어나서 처음으로 '방송국'이라는 곳에 가서 제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하고 왔습니다. 하고 싶은 이야기가 많았는데 끝을 내고 보니속말을 다 못 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그래도 제가 살고 있는 고장에서 고장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는 풀그림을 만들어 주는 곳에서 그런 자리를 마련해 준 것이 참으로 고마웠습니다. 무엇보다 (사)토박이말바라기가 하고 있는 토박이말 살리는 일에 남다른 마음을 써 주시는 서경방송 김호진 님을 비롯한 여러분들께서 도움을 주셨기 때문에 할 수 있었습니다. 앞으로 서로 도움이 될 일을 찾아 보기로 했고 될 수 있으면 '토박이말'을 널리 알리는 풀그림을 만들면 좋겠다는 바람도 말씀드리고 왔습니다. 작지만 또 한 걸음 앞으로 내디뎠다고 생각합니다. 하고 싶은 일도 많고 해야 할 일도 많은데 일을 생각할 때마다 함께할 손이 모자라서 아쉬움이 큽니다. 일을 더 하고 싶어도 늘 함께해 주시는 분들께 짐을 지워 드리는 것 같아 망설이게 됩니다. 그만큼 갈 길이 멀다는
[우리문화신문=이창수 기자] [오늘 토박이말] 질펀하다 [뜻] 2)주저앉아 하는 일 없이 늘어져 있다.[보기월] 바닥에질펀하게앉거나 누워서 좋아하는 걸 보니 잘했다 싶었습니다. 배해끝 아이들은 놀고 싶다는 말을 입에 달고 있습니다. 여러 가지 뜻 깊은 일들을 마련해서 하고 있는데 아이들이 재미있어 하는 것과는 조금 먼 것이기는 하지요. 다 배운 배움책을 버리고 난 뒤부터는 더 그랬습니다. 그래서 책상을 밀고 바닥에서 놀이를 하자고 했습니다. 놀이라고 해도 그냥 멍하니 있기와 누워 있기였습니다. 바닥에질펀하게앉거나 누워서 좋아하는 걸 보니 잘했다 싶었습니다. 늘 자리에 앉아서 하다가 바닥에 앉기만 해도 저렇게 좋아하는데 진작부터 좀 자주 해 줄 걸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돌이켜 보면 아이들이 바라는 것보다는 제가 바라는 것을 훨씬 더 많이 했습니다. 제가 바라는 것들을 다 이루지도 못 한 것은 말할 것도 없구요. 그래서 많이 미안하기만 합니다. 오늘은 그런 아이들과 보내는 마지막 날입니다. 무엇을 해 줄까 생각을 하다가 그냥 아이들이 바라는 것을 해 주기로 마음 먹었습니다. 그리고 더 좋은 사람들을 만나서 즐거운 일만 가득하기를 빌어 주려고 합니다. 문득
[우리문화신문=이창수 기자] [오늘 토박이말] 어슴새벽 [뜻] 조금 어둑어둑한 새벽[보기월]어슴새벽에 일어나 몸을 움직이며 챙기는 사람도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어제부터 날씨가 좀 풀리기는 했습니다. 하지만 지난 몇 날 날이 추웠다는 것을 제 몸이 바로 알려 줍니다. 날씨가 추워지면 가장 먼저 알려 주는 것은 눈입니다. 슬픈 일도 없는데 눈이 시리고 눈물이 나오거든요. 그 다음은 손끝입니다. 손끝이 거칠어지고 어떨 때는 살이 깨진 것처럼 벌어지기도 합니다. 그러니 요즘 제 눈과 손은 안 봐도 어떤지 아실 수 있을 겁니다.^^ 해가 갈수록 달라지는 몸을 보며 이제 좀 챙겨야 된다고 생각은 하지만 생각만큼 잘하고 있지는 않습니다. 그런데 그제 동무가 갑자기 쓸개를 떼어 냈다는 기별을 듣고 마음이 아팠습니다. 동무들 사이에서는 누구보다 튼튼하다고 이야기하던 사람이었기 때문에 더 그랬습니다. 몸에 좋은 것들을 알려주고 얼른 많이 먹고 나으라는 말을 해 주었지요. 그리고 저도 남 걱정을 할 때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서 마실을 나갔다 왔습니다. 바쁘다는 핑계로 이리저리 미루면 안 될 것 같아서 말입니다.어슴새벽에 일어나 몸을 움직이며 챙기는 사람도 있다는
[우리문화신문=이창수 기자] [오늘 토박이말] 속다짐 [뜻] 1)마음속으로 하는 다짐(어떤 뜻을 마음속으로 굳게 가다듬음)[보기월] 무슨 일이 있어도 싫은 소리를 하지 않겠다고속다짐을 하며 하루를 보냈습니다. 땅을 파고 들어 가서라도 가까워지고 싶은 마음인데 우리 아이들은 참 깊은 곳에 있나 봅니다. 아이들이 요즘 지내는 걸 보며 한 생각입니다. 아름다운 마무리를 하자는 말은 귓등으로 흘리는 게 틀림이 없지 싶습니다. 아니 마음이 다른 곳에 가 있어서 들리지 않는지도 모르겠습니다. 해야 할 일을 하는 아이들, 지켜야 할 것을 지키는 아이들보다 그렇지 않은 아이들이 더 많으니 말입니다. 무슨 일이 있어도 싫은 소리를 하지 않겠다고 속다짐을 하며 하루를 보냈습니다.^^ 생각지도 않았던 일들이 일어나서 하던 일을 못 하기도 하고 바쁘게 다니느라 해 내라는 것을 제때 못 내는 일도 있습니다. 그럴 때면 내가 있어야 할 자리가 아니라는 생각이 굴뚝 같습니다. 저보다 나은 분들이 많은데 그 분들이 맡아서 하시면 더 잘하실 텐데 싶은 생각이 나서 말이지요. 아름다운 마무리를 이야기하면서도 새로운 만남을 생각할 겨를이 없는 건 그것 때문인지 모르겠습니다. 하루가 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