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허홍구 시인] 며칠 전 지나가는 길에 안내하는 표지판을 따라 고양시 덕양구 원당동에 있는 사적 제200호 서삼릉을 찾았다. 임금과 왕비의 무덤을 우리는 릉이라 부른다. 서삼릉은 중종 계비 장경왕후의 희릉, 인종과 인성왕후의 효릉, 철종과 철인왕후의 예릉을아울러 말한다. ▲ 서삼릉에 비스듬히 누운 채로 아파하는 소나무 ▲ 서삼릉에 비스듬히 누운 채로 아파하는 소나무 빠른 걸음으로 릉을 돌아 나오는데 나를 힘들게 하는 소나무가 한그루 있었다. 나만 힘든 것이 아니라 소나무는 정말 힘들게 서 있었다. 곧 넘어질듯 한 소나무를 그대로 두려면 넘어지지 않도록 나무를 받쳐 주던지 다른 어떤 조치를 해야 할 것이다. 하지만 소나무는 그저 비스듬히 누운 채로 말 한 마디 못하고 있다. 잠시 산책 삼아 들렸던 서삼릉의 그 소나무 탓에 나는 아직도 힘들다. 서삼릉 관리자는 힘겹게 버티어 서 있는 소나무에 눈길을 주고 사랑을 주길 바란다. ▲ 서삼릉 / 중종 계비 장경왕후의 희릉, 인종과 인성왕후의 효릉, 철종과 철인왕후의 예릉(위부터, 문화재청 제공)
[우리문화신문=허홍구 시인] 우리가 사는 세상의 일은 참 복잡하고 시끄럽다 서로의 이해관계에 따라 또 보는 시각에 따라 다르겠지만 사랑하는 맘과 진실과 역사만큼은 왜곡되지 않았으면 좋겠다. 패망의 전쟁터에서 일구어 낸 오늘의 우리 대한민국은 기적이라 할 만큼 지금 세계인들이 부러워하는 나라가 되었다 그러나 아직도 우리는 남쪽과 북쪽의 형제들은 만나지 못하고 분단과 긴장 속에 살고 있다 아직도 보수와 진보의 이념투쟁이 우리를 괴롭히고 있다 지역과 세대와 계층 간의 갈등도 더 좁혀질 줄 모른다. 우리의 현실이 이러하거늘 국민들을 평안하게 살도록 저마다의 맘을 통합하게 해 줄 이 시대의 어른은 없는 것일까 내로라하던 그 많고 많은 잘난 인물들은 다 어디로 숨었는가? 언제까지 네 편 내편만 있는 부끄러운 모습을 보아야 하는가? 진심으로 나라와 국민을 생각하고 조국의 미래를 생각하고 좌절하는 청년을 벌떡 일으켜 세울 희망을 가슴에 안겨주자 보수 진보를 다 부둥켜안을 수 있는 통합과 사랑을 꿈꾸어본다 ▲ 1919년 대한민국임시정부 내무총장 겸 국무총리 대리로 활약할 당시의 안창호(도산 온라인기념과 제공) 도산 안창호 진리는 반드시 따르는 자가 있고 정의는 반드
[우리문화신문=허홍구 시인] 점심식사를 하고 청계천 길을 걷다가 서울시청 시민청 지하 이벤트홀 에서 전시하는 시각장애인 학생들의 미술작품 초대전 전시회를 관람했다. 내가 사람의 이름을 제목으로 하여 시로 그린 인물화를 쓰고 있는데 혼자 생각으로 앞을 보지 못하는 학생들은 과연 무엇으로 사물을 보고 그림을 그릴 수 있을까 참으로 궁금하였다. ▲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엄마아빠를 그린 시각장애인 작품 캄캄한 어둠속에서 그들이 읽고 본 어머니와 아버지의 얼굴, 그들이 몸으로 느낀 바람, 각종 조각 작품들, 나무와 노을과 친구들의 얼굴, 새, 꽃밭, 자신의 얼굴 등등. 많은 작품을 보고 느끼면서 그 학생들이 만든 자신의 손모양의 조각품 앞에서는 나도 모르게 눈물을 쏟고 말았다. 그래 그들의 눈은 손이었을 것 이며 또 귀와 코 그리고 마음이었을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세상을 보게 해주는 소중한 손, 점자 읽느라 지팡이 잡느라 아주 고생 많았어. 오늘은 예쁘게 꾸며줄게 팔찌에 반지에 반짝이 까지 더하니 세상에서 제일 멋진 손이 되었네. 아니 밝고 환한 눈이 되었네. ▲ 그들의 눈이었을 손에 예쁙 장식을 하고 있다. ▲ 전시회 관계자에게 설
[한국문화신문=허홍구 시인] 윤구병 교수 오래 전 내가 만들던 잡지에 원고를 청탁하여 실은 적이 있다. 그때도 울림이 있는 글을 실어 독자들의 사랑을 받았던 윤구병(전 충북대 교수)씨의대담 기사를 읽고 이 글을 적는다. 20년 전 스스로 대학교수직을 버리고 농부가 되었던 사람 남의 뜻과 눈치를 보지 않고 자신의 뜻으로 살아가는 것- 어찌 생각 해 보면 참으로 당연하고도 위대 해 보였다. 대학에서 15년 동안 철학을 가르쳤지만 전혀 즐겁지 않았단다. 학생들은 죽어 가는데 정작 교수들은 말도 제대로 하지 못하는 그래서 그는 정년이 보장된 교수직을 버리고 농부가 되었다. 이제 하늘은 높고 푸르른 가을! 결실의 계절이다. 나는 무엇을 거두고 또 무엇을 버려야 할 것인가를 생각한다. 가을이라 하여 우리 어찌 다 거두기만 할 것인가. 버려야 할 것들을 버리지 못하면 얻을 것을 잃어버린다. 욕심을 버리는 것, 가진 것을 나누는 것, 참 행복한 일이다 이 가을에 여러분은 무엇으로 행복하시렵니까? ▲ 눈을 뜨면 그저 고맙다는 큰 절 부터 시작하는 윤구병 농사꾼, 그림 이무성 한국화가 윤구병* 짧은 머리에 번뜩이는 총기와 선한 눈망울 칠순노인인데 저렇게
[한국문화신문=허홍구 시인] 오늘 경향신문을 보니까 요즘 기업들, 고위층 자녀 토털 케어라는 제목으로 다음과 같은 머리기사가 올랐습니다. 국내 대기업들이 정치인과 고위공직자 등의 자녀들을 위해 취업과 해외연수, 고속승진 등 특별배려를 해주는 관행이 고착되고 있다. 고관대작(高官大爵) 자녀들을 위한 토털 케어(Total Care) 시스템을 가동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면서 제목 토털 케어 아래에 Total Care : 전면적 관리란 토를 달아 놓았습니다. 꼭 이렇게 해야만 하나요? 그냥 쉬운 우리말로 고위층 자녀, 전면적 관리라고 쓰면 무식해 보인다고 생각하나요? 또 고관대작이 뭔가요? 조선시대도 아니고. 언론이 이렇게 우리말 파괴에 앞장서지 말았으면 좋겠습니다.
[한국문화신문 = 허홍구 시인] 동물의 왕국이라는 T.V 프로를 보면 사자나 호랑이가 자신의 아픈 상처를 혓바닥으로 쓰다듬으면서 그 상처를 스스로 아물게 하여 치유해가는 것을 볼 수 있다 사람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남의 상처나 자신의 아픈 상처를 그냥 내버려두지 않고 사랑으로, 용서하는 맘으로, 혹은 참회하는 맘으로 쓰다듬으면 상처는 서서히 치유 될 뿐만 아니라 아름다운 무늬의 사랑으로 꽃을 피우기도 한다. 세상에 부끄럽고 아픈 상처 없는 이가 어디에 있으랴! 서로의 상처를 보듬고 쓰다듬어 주다보면 그 아픈 사연을 서로 잘 이해하게 되고 상처가 아름다운 무늬로 빛날 것이다. 아직도 광화문광장에서 아픔으로 몸부림치는 세월호 유족들과 마땅히 보살핌을 받아야 할 아픈 사연의 이웃들이 너무나 많다 서로가 서로의 아픈 상처를 쓰다듬으면서 함께 한다면 모난 것도 둥글게 다듬어지고 아픔도 아름다운 사랑의 꽃으로 다시 활짝 피어날 것이다. ▲ 세월호 희생자 단원고 부모가 내건 펼침막들 김 현 숙 푸르다 하여 다 소나무가 아니다 관솔이 있은 후에라야 진짜 소나무가 되는 것이다. 옹이로 박힌 관솔을 쓰다듬어 진한 솔향기로 산다. 사랑이 될 수도 있고 아픔이
[한국문화신문 = 허홍구 시인] 세상에서 가장 사랑받은 대통령은 게릴라 출신의 호세 무히카 우르과이 대통령이었다. 15년 동안의 감옥 생활이 자신의 내면을 강하게 만들었다고 했고 월급의90%를 기부하고 대통령관저 대신 자신의 농장에서 지냈다 그가 타고 다닌 1987년에 생산한 폭스바겐 비틀 자동차는 그의 검소함의 상징이었으며 우르과이 국민들의 자부심이 됐다 그는 늘 넥타이를 매지 않고 입던 평범한 옷만 바꿔가며 입었다 고등학교 졸업장도 없지만 철학자 대통령이라 불렸다 국민들과는 스스럼없이 어울렸으며 우쭐하지 않은 보통사람이었다. 퇴임은 떠남이 아니라 국민 여러분에게로 돌아가는 것이라 했다. 가장 이상적인 정치인은 국민과 함께 어울려 사는 삶이라 했다. 삶에는 가격표가 없다고 말했고 나는 가난한 대통령이었지만 맘은 결코 가난하지 않다고 했으니 어찌존경 하지 않을 수 있으랴 ------------------------------------------------- *2015년 3월에 퇴임한 79세의 우르과이 대통령 bbc 방송은 세계에서 가장 사랑받은 대통령으로 소개했다 ▲ 호세 알베르토 무히카 코르다노(Jos Alberto Mujica Cordano) 호
[한국문화신문 = 허홍구 시인] 2014년 4월 16일 그로부터 1년이 지난 오늘 4월16일 돌아오지 못한 사랑하는 아이들에게 편지를 보낸다. ▲ 그림 이무성 한국화가 세월호 1년- 팽목항에 보내는 편지 사랑하는 아이들아 얼마나 외롭고 슬프니 얼마나 어둡고 불안하고 춥고 배가 고프니 사랑하는 어머니 아버지 가족이 얼마나 보고 싶니 함께 공부하던 친구들과 선생님은 얼마나 그리우니 참고 참다가 얼마나 힘들고 지치고 분노하니 1년이 지났건만 아직도 돌아오지 못한 아이들아 눈물 흘리며 약속했던 일들이 물거품이 되는 것인지 아직도 우리 서로 만나지 못하고 울고 있구나. 이윤보다 안전을 외졌지만 한철 매미소리처럼 들리고 어이없는 사고가 되풀이되는 위험 속에 우리가 산다. 참으로 아깝고 사랑하는 젊고 싱싱한 아이들아 우리가 왜 이토록 눈물이 나는지 왜 이렇게 무능한지 미안하고 부끄럽고 부끄러워 할 말을 잊는구나. 네가 눈물 나고 아프면 우리도 눈물 나고 아프다 네가 분노하면 살아있는 우리들도 가슴이 터진다 이제 우리 서로를 잊지 말고 그날을 기억하자 역사는 반드시 진실을 기억하고 상벌 할 것이다 사랑하는 아이들아 우리 절
[한국문화신문 = 허홍구 시인] 그대 자유로 가라 (성완종 회장의 자살을 보고) 죽은 생명도 싱싱하게 살아온다는 이 봄 날 저만 혼자 떠나야 하는 그 아픈 사연이 무엇인가 목숨을 함부로 한 죄 값은 내 따질 일이 아니나 부디 이승에서 그대를 옭아맨 그 끄나풀을 풀고 가시라 봄날의 이 따사로운 햇살처럼 가시라 ▲ 봄은 아직인데 벌써 꽃이 지는가?(그림 이무성 한국화가) 죽은 생명도 싱싱하게 돌아오는 이 봄날에 이 무슨 일입니까? 국회의원도 했고 큰 기업의 회장에 돈도 많을 텐데 도대체 왜 왜 입니까? 신문을 보니 지역의 가난한 이웃을 위해 돈을 쓸 줄도 알고 어려운 고비를 넘어 그만큼 일어서기까지는 남모를 눈물도 흘렸을 것인데- 도대체 그 까닭이 뭡니까? 무엇이 그렇게 억울했기에 목숨을 버렸나요? 쪽지 한 장 달랑 남기고 사랑하는 가족마저 버리고 홀로 그렇게 하셨는지요? 어쩌면 좋습니까? 당신은 이미 되돌아 올 수 없는 길을 가셨고 그대가 거명한 인물들은 하나같이 1원도 받지 않았다고 합니다. 말하지 않아도 그리고 밝히지 못한다하여도 국민들은 속으로 짐작을 합니다. 그래, 그래 저 사람이 오죽 억울했으면 이 봄
[한국문화신문 = 허홍구 시인] 나도 이제 세월이 빠르다는 걸 몸으로 느끼는 나이가 되었다. 아득하게 먼 곳으로만 생각했던 일흔의 고개를 넘는다. 이제 날마다 맞이하는 아침은 내게 새롭고 신비로운 아침이다. 생각해보니 참으로 먼 길 어려웠지만 무탈하게 여기까지 왔다. 세월 따라 변한 것도 많지만 잃어버린 것도 한둘이 아니다. 정년퇴직을 하면서 가지고 있던 지위와 권위가 무너지고 심지어 충직하게 날 대신하여 일하던 어금니도 뽑혀나가고 몰래몰래 숨겨 두었던 비자금은 다 어디로 갔는지 없어졌다. ▲ 눈물 나게 고마운 요양병원의 간병인(그림 이무성 한국화가) 이제 누가 또 무엇이 날 대신 해 줄 것인가? 뽑혀나간 어금니를 대신한 틀니를 바라보며 고마워한다. 자식들도 못하는 요양병원의 간병인을 눈물 나게 고마워한다. 새벽 길거리를 깨끗하게 치워주는 환경미화원의 노고에도 멀리에 있는 친인척보다도 가까이에서 안부를 묻고 보살펴주는 내 이웃의 따뜻한 우정과 사랑에 가슴이 뜨거워진다. 나는 너를 위해 또 이웃을 위해 무엇일까를 생각해본다. 누가 무엇이 날 대신 해 주듯이 나도 누군가를 위해 그 사람의 옆자리에 있어주고 대신해주는 그러한 나를 생각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