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이창수 기자] 아침부터 햇볕이 뜨겁습니다. 어제는 한낮에 해가 났지만 그렇게 뜨겁게 느껴지지는 않았는데 어제 데워 놓은 데 더해서 그런지 오늘은 보다 뜨거운 느낌입니다. 저처럼 수레를 타고 일터를 오가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집과 일터 사이가 조금 가까운 사람과 먼 사람이 다르겠지요. 수레 안에 누가 타고 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수레를 모는 것을 보면 누군지는 모르지만 어떤 사람인지는 어림할 수 있기도 합니다. 다른 사람을 먼저 생각해 주거나 다른 사람을 생각하면서 수레를 모는 사람이 있고 그렇지 못한 사람도 있습니다. 어떤 사람과 함께 길을 달리느냐에 따라 좋은 마음으로 하루를 열기도 하고 안 좋은 마음으로 하루를 마감하기도 합니다. 사람의 됨됨이가 수레를 모는 것에 드러난다는 것이지요. 사람의 됨됨이를 가리키는 토박이말이 바로 '사람됨'입니다. 거의 모든 사람들이 '인품(人品)', '인격(人格)'이라는 말을 많이 쓰기 때문에 '사람됨'이라는 말을 처음 보는 분도 계시지 싶습니다. 하지만 '사람됨'이라는 말을 처음 보아도 이 말이 사람의 됨됨이를 나타내는 말이라는 것을 한 눈에 알 수 있을 것입니다. 사람됨은 그 사람이 하는 말에서도 드러나기
[우리문화신문=이상훈 전 수원대 교수] 4대강 사업의 두 번째 목표는 ‘홍수를 막기 위함’이다. 4대강 사업에서는 홍수를 막기 위하여 강바닥을 깊게 팠다. 바닥을 깊게 파면 홍수 때에 강물의 수위가 낮아질 것이다. 굴삭기 같은 중장비가 없던 옛날에는 강바닥을 파는 대신 제방을 높였다. 바닥을 깊게 파거나 제방을 높이거나 효과는 마찬가지이다. 홍수가 제방을 넘지 못하게 하여 범람을 막는 것이다. 이명박 정부에서는 예산 22조 원(필자 주:4대강 사업을 시작한 2009년도 국가 총예산은 274조 원이었음)을 들여 4대강 사업을 추진하면서 다음과 같은 경제성 이유로 4대강 사업의 필요성을 역설하였다. "매년 홍수 피해와 복구비로 평균 7조 원의 예산이 지출된다. 4대강 사업을 마치면 더 이상 홍수 피해는 발생하지 않으므로 3년만 참으면 4대강 사업비 22조 원은 자동적으로 절약된다." 이러한 주장이 사실이라면 4대강 사업을 반대할 어리석은 사람은 한 사람도 없을 것이다. 4대강 사업비 22조 원을 아깝게 생각할 필요가 없다. 3년만 참고 지내면 그 뒤로는 해마다 7조 원의 홍수 관련 예산이 절감되는데, 이처럼 경제성 있는 사업을 누가 반대할 수 있겠는가? 그러나
[우리문화신문=정운복 칼럼니스트] 밀레의 ‘만종’이나 ‘이삭줍기’ 같은 그림을 보면 한편의 아름다운 시를 보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밀레가 살았던 당시의 화풍과는 어울리지 않았고 밀레는 가난한 화가로서 힘든 세월을 보냈습니다. 부인과 자식들이 배고픔과 추위에 떨어야 했으니, 그의 삶은 참으로 팍팍했을 겁니다. 어느 날 절친 루소가 밀레를 찾아옵니다. 밀레의 화실은 온기 하나 없이 추웠습니다. 성공한 루소와는 많은 차이가 있었지요. 그때 루소는 이야기합니다. "좋은 소식이 있네. 자네 그림을 사겠다는 사람이 나타났어, 그리고 미리 돈까지 보냈다네." 그리고 루소는 '접목하는 농부'라는 그림을 갖고 돌아갔습니다. 그 돈으로 밀레는 물감과 음식을 살 수 있었지요. 훗날 그는 루소의 집을 방문합니다. 그리고 거실에 걸려있는 자신의 그림 '접목하는 농부'를 발견하지요. 친구의 자존심을 지켜주기 위하여 루소는 자기 돈으로 그림을 사고는 거짓말을 했던 것입니다. '접목하는 농부'라는 그림은 밀레와 루소의 우정을 상징하는 작품이 되었습니다. 마치 한 그루 나무에 다른 종의 가지를 접목하여 새로운 열매를 맺듯이, 두 사람의 우정은 서로에게 새로운 영감과 힘을 주었습니다. 그
이른 아침에 해가 살짝 얼굴을 내밀더니 다시 구름이 하늘을 덮었습니다. 날씨알림이 이렇게 잘 맞을 수가 있을까 싶을 만큼 잘 맞습니다. 오늘은 구름과 함께하지 않을까요? 어제까지 땅, 하늘과 아랑곳한 토박이말을 이어서 알려드렸습니다. 오늘부터는 하늘과 땅 사이에서 살아가는 '사람'과 아랑곳한 토박이말을 알려드리려고 합니다. 어른들이 잘 쓰시는 말로 '사람값'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너도 이제 사람값 좀 해야 안 되겠니?" "저 놈도 사람값을 할 날이 오겠지?" 저는 이런 말을 하시는 것을 들은 것 같은데 여러분은 어떤 말을 듣거나 보셨습니까? '사람값'은 '사람+값'의 짜임으로 말 그대로 '사람으로서의 값어치나 구실'을 뜻하는 말입니다. 자주 쓰는 말이고 뜻도 쉬운 말이기는 합니다. 하지만 사람값을 하고 살기가 쉬운 듯 하면서 어렵습니다. 사람값을 재는 잣대가 저마다 다를 때가 있어서 나름대로 한다고 하는데 그 잣대에 미치지 못할 때도 있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사람값'이 들어간 익은말(관용구)에 '사람값에 가다', 가 있는데 '사람으로 쳐줄 만한 값어치를 지니다'는 뜻이고 '사람값에 들다'도 비슷한 뜻입니다. '사람값에 들지 못하다'는 '사람으로 쳐
[우리문화신문=김선흥 작가] 민기 원년 4월 4일 내란 우두머리 파면 선고가 천하를 울릴 때 나는 박규수(朴珪壽 1807-1877)의 쩌렁쩌렁한 목소리를 들었다. 그는 연암 박지원의 친손자다. 삶의 마지막 기간을 오늘날 헌법재판소 경내의 백송나무 자리에서 살았다고 한다. 그가 환생하여 북을 치고 경을 치는 것을 우리는 들었다. 그러나 그것은 어느 한 사람의 목소리가 아니었다. 헌법 재판관 한 사람의 목소리가 아니었다. 그것은 우리 모두의 목소리, 집단지성의 공명이었다. 그 시원을 찾아 한없이 거슬러 올라가면 단군의 홍익인간까지 이른다는 사람도 있을지 모르겠다. 그러나 그보다 훨씬 가깝게 근세 여명기의 환재 박규수에서 찾는 게 더 실감 날지 모른다. 그는 놀랍게도 20대 초에 근 200년 뒤의 한국을 내다보았던 것만 같다. “무당이 발호하거든 나라가 망할 때가 온 것임을 알라.” 그가 20대 초, 1830년 어름에 썼던 다음 글에서 그런 목소리가 들린다. “골짝과 덤불과 시내와 늪은 때로 사(邪氣)를 뿜고, 벌레와 물고기와 나무와 돌은 오래되면 요물이 되어, 이매망량과 같은 도깨비로 변한다.(…) 이것들이 왕왕 세상에 나타나 백성들의 재앙이 된다. 그러자 요사
[우리문화신문=이동식 인문탐험가] 오늘은 6월 25일이다. 남북 간의 충돌, 아니 북한이 우리를 남침해서 시작된 동족 사이의 전쟁이 일어난 날이다. 75년 전에 일어났으니 이제 이 전쟁의 참상이나 아픔을 보고 듣고 기억하는 분들이 주변에서 거의 만나기가 어려워졌다. 그런 만큼 전쟁에서 고향을 잃고 가족을 잃고 남으로, 북으로 흩어진 사람들의 기막힌 아픔도 점점 역사 속에서 희미해져 가고 있다. 필자도 전쟁이 막 휴전으로 들어간 뒤인 1953년 10월생이니 이 전쟁의 실상이나 아픔을 알 턱이 없다. 그런데 오늘 아침에는 한 논픽션 소설이 생각난다. 《통일교향곡》이란 제목으로 2012년에 나온 책이다. 1950년 6월, 이 논픽션 소설의 주인공인 19ᅟힲᆯ의 청년 윤정호는 서울에서 열린 전국 음악 콩쿠르 대회 피아노 부문에서 대상을 수상한다. 성악 부문에서 대상을 받은 최영애와 사랑에 빠진다. 영애는 정략결혼을 추진하는 아버지의 뜻을 따를 수 없어 가출하여 정호와 결혼하기 위해 충주로 갔으나, 결혼식을 올리기 직전에 인민군의 남침으로 6ㆍ25 전쟁이 터지고, 정호와 영애는 인민군에게 붙잡히고 만다. 그들은 곧 의용군으로 인민군에 징발되어 침략한 북한군을 위한 위
[우리문화신문=김영조 기자] 장맛비 장대비에 짓무른 사방 천지 (돌) 천둥과 벼락에 기겁한 땅낯 (심) 올 비는 와도 짓물지나 말지 (빛) 썩고 병든 것들 쓸어버리게 (달) ... 25.6.21. 불한시사 합작시 장마는 6월 말에서 7월 초에 내리는 비를 말한다. 여름철이 되면 대륙이 해양보다 빨리 뜨거워진다. 온도의 차이로 북쪽의 대륙은 저기압이 되고 남서쪽 해양은 고기압이 된다. 이렇게 장마전선이 형성되면서, 남서풍이 많은 물기를 품고 불어오면 오랫동안 장마가 지곤 한다. 장마는 ‘오래도록 내리는 비’란 뜻인데, ‘장’은 한자의 長에서 왔고 ‘마’는 우리말의 ‘비’를 뜻하는 ‘마ㅎ’에서 왔다고 한다. “마ㅎ‘의 용례를 찾기 어렵다. 다만 ‘마시다’란 동사에 주목해 보면 대강을 유추할 수 있다. 신발을 뜻하는 ‘신’에 ‘다’를 붙여 ‘신다’라는 동사가 만들어졌듯, 물을 뜻하는 ‘마ㅎ’에 ‘다’를 붙여 '물을 먹다’는 뜻의 ‘마히다>마시다’란 동사가 만들어지지 않았나 생각된다. 시어에서 ‘짓무른’과 ‘짓말지’에 얽힌 얘기도 재미있다. 여기서 1행에 나오는 ‘짓무른’의 원형은 ‘짓무르다’인데 우리말이고, 3행에 나오는 ‘짓물지’의 원형은 ‘짓물다’인데 북
[우리문화신문=이창수 기자] 비가 좀 많이 올 거라고 하더니 아침부터 하늘이 잔뜩 찌푸리고 있었습니다. 바람이 불어서 시원하기는 했지만 비를 몰고 오는 바람이 아닐까 싶었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 비가 내렸습니다. "땅거미 등에 지고 창가에 앉아~" 이런 노랫말을 아시는지요? 아마 이 노래를 아시는 분들과 모르시는 분으로 나이를 가늠할 수도 있겠지요. 이선희 님이 부른 '영'이라는 노래에 나오는 노랫말이랍니다. 여기 나오는 '땅거미'는 해가 진 뒤 어스레한 상태. 또는 그런 때'를 가리키는 말입니다. "땅거미가 지다."와 같이 쓰기도 하지요. 흔히 쓰는 '황혼(黃昏)'을 갈음해 쓸 수 있는 말이 바로 '땅거미'입니다. 보시다시피 이 말은 '땅'과 '검다'의 '검', 이름씨(명사)를 만드는 뒷가지(접미사) '이'를 더해 만든 것으로 보입니다. 해가 지면 어두워져서 땅이 검게 되는 것을 보고 만든 말이라는 풀이가 가장 그럴 듯합니다. 하지만 '땅거미'라는 말은 거미 가운데 '땅거밋과의 거미를 통틀어 이르는 말'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이 땅거미가 나와서 움직이는 때가 저녁이기 때문에 거기서 왔다는 풀이도 있긴 합니다. '땅거미'라는 말을 가지고 땅거미가 들어간 노래도
[우리문화신문=정운복 칼럼니스트] 내륙에서 유년 시절을 보냈던 저는 바다가 참 좋습니다. 바닷가에서 살아보는 것이 소원인데…. 아직 그 꿈을 이루진 못했지요. 저는 동해보다는 서해가 좋습니다. 물론 청정하기는 동해만 한 것이 없지만 서해에는 갯벌이 존재하고 그곳에 많은 것들이 살고 있기 때문이지요. 바닷가에서 가장 흔하게 볼 수 있는 것에 작은 게 종류입니다. 그 가운데 소라게가 있지요. 소라게는 비어 있는 소라 껍데기나 달팽이 껍데기와 같은 물체를 피난처이자 보호용으로 사용하는 습성이 있습니다. 빈집을 이용해야 하는 특성상 복부는 오른쪽으로 뒤틀려 있고 커다란 집게발도 오른쪽 것이 더 크지요. 이것은 껍질 속에 있을 때 입구를 덮을 필요가 있기 때문입니다. 지구상에서 집을 달고 다니는 몇 안 되는 종이기도 합니다. 소라게는 자기 몸집에 알맞은 집을 선택해야 합니다. 너무 작으면 들어갈 수 없고 너무 크면 이동에 불편을 겪기 때문이지요. 교직에 첫발을 디딜 때 연립주택 방 한 칸에 월세를 주고 살았습니다. 요즘 말하면 깔세라고 해서 10개월 치를 선납하고 살아가는 방식이지요. 주인과 싱크대도 공유해야 했고, 거실도 공유해야 했습니다. 아이를 기르는데 좋은 환
[우리문화신문=이창수 기자] 이레끝 잘 보내셨습니까? 그렇게 많은 비가 내리던 하늘이 맞나 싶을 만큼 달라진 하늘을 보면 놀라울 때가 있습니다. 오늘 아침에는 어제보다 더 맑은 하늘을 보여주는군요. 구름 하나 없는 하늘빛이 가장 하늘빛다운 날입니다. 하늘빛은 날씨에 따라서 때에 따라서 저마다 달라 보입니다. 하지만 맑은 날 파란 하늘이 가장 하늘빛다운 빛이라고 생각합니다. 두말할 것도 없이 하늘빛다운 하늘빛은 가을하늘이긴 합니다만 오늘 아침은 가을하늘을 보는 것처럼 파란빛입니다. '하늘빛'은 '하늘의 빛깔'을 가리키는 말이면서 '맑은 하늘의 빛깔과 같은 옅은 파란빛'을 가리킬 때도 쓰는 말입니다. '하늘색'이라는 말을 많이 쓰는데 '하늘빛'이라는 이름을 쓰는 곳도 적지 않답니다. '하늘'과 아랑곳한 이야기를 해야 할 때는 '하늘빛'이라는 토박이말을 떠올려 쓰는 사람들이 많아지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