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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훈 교수의 환경이야기

문재인 정권 때, 산지 태양광 시설 급증하지 않았다

이상훈 교수의 환경이야기 130

[우리문화신문=이상훈 전 수원대 교수]  최근 2030 세대에서 중국을 혐오하는 혐중(嫌中) 현상이 뚜렷이 나타나고 있다고 한다. 혐중 음모론의 신호탄은 윤석열 전 대통령이 직접 쏘아 올렸다. 2024년 12월 4일 새벽에 국회의 의결로 비상계엄이 해제되자 당시 윤 대통령은 “법적 책임을 회피하지 않겠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일주일쯤 지난 12월 12일 대국민 담화문을 발표했는데, 윤대통령은 태도를 바꾸어 중국발 안보 우려를 계엄 선포 정당성 가운데 하나로 들면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지금 거대 야당은 국가 안보와 사회 안전까지 위협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지난 6월 중국인 3명이 드론을 띄워 부산에 정박 중이던 미국 항공모함을 촬영하다 적발된 사건이 있었습니다. 지난달에는 40대 중국인이 드론으로 국정원을 촬영하다 붙잡혔습니다. 만일 망국적 국헌 문란 세력이 이 나라를 지배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지겠습니까?. 원전 산업, 반도체 산업을 비롯한 미래 성장동력은 고사할 것이고, 중국산 태양광 시설들이 전국의 삼림을 파괴할 것입니다.”

 

윤 전 대통령의 발언 직후에 중국사회과학원 둥샹룽(董向路) 연구원은 “윤대통령이 야당을 비판하면서 중국을 거론했지만, 그의 발언에는 논리적 근거가 없다. 일례로 중국산 태양광 패널이 한국 전역의 산림을 훼손하다고 비판한 것은 터무니 없는 주장이다”라고 지적했다.

 

필자는 이 글에서 “태양광 시설이 전국의 삼림을 파괴하는가”에 초점을 맞추어 일부 국민들의 산지 태양광 시설에 대한 오해를 지적하고 정확한 실상을 알리고자 한다.

 

 

산지 태양광 시설 허가 면적이 급증한 시점은 2013년부터이다. 이명박 정부(기간: 2008.2~2013.1) 시절인 2012년 1월에 ‘신재생에너지 공급 의무화제도(RPS:Renewable Portfolio Standard)’가 시행되었다. 이 제도의 내용은 일정 규모 (500MW) 이상의 발전사업자에게 총발전량 가운데 일정 비율을 태양광, 풍력 등의 신재생에너지로 공급하도록 의무화한 제도이다. 이 제도는 신재생에너지를 확대하여 온실가스 감축을 유도하고 산업경쟁력을 강화한다는 좋은 목적으로 도입되었다.

 

의무적으로 신재생에너지 발전량을 확보해야 하는 발전사업자는 비교적 저렴하고 터 확보가 쉬운 산지에 태양광 시설을 설치하기 시작하였다. 정부에서는 장기 고정가격 구매 계약 등으로 산지 태양광 시설을 지원하였다. 경사도 25도 이하의 산지에 지목을 변경하여 태양광 시설이 등장하기 시작하였다.

 

박근혜 정부(기간: 2013.2~2017.3) 시절인 2015년 3월에 산업통상자원부는 100kW 미만 소규모 사업장에 대한 신재생에너지 공급 인증 가중치를 기존의 0.7에서 1.2로 상향 조정하여 소규모 산지 태양광 발전이 더 유리하도록 고시를 개정하였다. 발전사업자는 본격적으로 전국 곳곳의 산지에 태양광 시설을 설치하기 시작하였다. 2015년의 태양광 발전 목적의 산지 전용 허가 면적은 지난해에 견줘 3배가 급증했고, 이후 2018년까지 계속해서 늘었다.

 

 

시기적으로 보면 문재인 정부 시절인 2018년에 산지 태양광 허가 면적이 최고로 늘어났으나 산지 태양광 허가 건수와 시설 증가는 이미 박근혜 정부에서부터 진행됐다.

 

2018년 7월 태풍의 영향으로 경북 청도군의 태양광 발전 시설 인근에서 산사태가 발생하자 펜엔마이크 등 일부 언론에서 태양광 발전과 산사태를 연관시켜서 보도하였다. 2020년 8월 초에 집중호우로 곳곳에서 산사태가 발생하자 연합뉴스와 KBS 등에서 태양광 발전과 산사태의 관련성을 다루는 보도가 나오기 시작하였다. 인터넷 포털과 보수 언론에서 “산지 태양광이 산사태의 주범”이라는 주장이 확산하었다.

 

특히 보수 언론의 대표 격인 조선일보에서 2020년 8월 11일 <1만여 山地 태양광 70% 文정부때 세워...주민들 ”산사태 정부 책임“>이라는 제목의 기사가 나왔다. 기사 내용 가운데는 ”산지 태양광은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 이후 급증했다“라는 주장도 나왔다. 탈원전 정책과 산지 태양광을 연관시키려는 의도가 엿보이는 기사였다.

 

문재인 정부(기간: 2017.5~2022.4) 초인 2018년에 무분별한 산지 훼손을 막기 위하여 산지관리법 내용 가운데 세 가지를 개정하였다. 첫째는 산지 태양광 발전기를 설치할 수 있는 경사도를 이전의 25도 이하에서 15도 이하로 변경했다. 경사도가 급한 곳의 태양광 발전 시설 설치를 막아 산사태 등 산림훼손을 막겠다는 목적이었다.

 

둘째, 산지 태양광의 신재생에너지 공급 인정 가중치를 1.2에서 0.7로 낮추었다. 산지 태양광이 더 이상 유리하지 않도록 하는 조치였다. 셋째, 태양광 발전 시설의 수명이 다하면 해당 터를 원래의 산지로 복원해야 하는 의무를 규정하였다. 태양광 발전을 설치하면 시설 터의 지목을 변경하여 부동산 투기의 대상이 될 수가 있었는데 산지를 일시적으로만 사용하게 하여 투기의 대상이 되는 것을 막았다.

 

2018년의 산지관리법 개정으로 산지에 설치된 태양광 시설은 사용이 끝나면 터를 원래의 산지로 복원해야 하므로 산지 태양광 시설은 상대적으로 불리해졌다. 지목 변경으로 인한 부동산 투기도 불가능해졌다. 그 결과, 개정된 산지관리법이 적용되기 전인 2018년 신규 산지 전용 허가 면적은 2,443헥타르였는데 개정 뒤인 2019년에 신규 허가 면적은 1,024헥타르로 대폭 줄어들고 2020년에는 112헥타르로 급감하였다. 문재인 정부에서는 산지 태양광 시설을 지원한 것이 아니고 산지 태양광 시설을 억제하는 정책을 채택하였다.

 

산지 태양광 시설에 대한 정부별 정책 변화를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이명박 정부에서 산지 태양광 시설을 권장하는 규정을 만들었고, 박근혜 정부 시절에 산지 태양광 시설이 늘어나기 시작하면서 부작용이 나타나기 시작하였다. 문재인 정부 시절에 산지 태양광 시설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여 산지 태양광은 경제성이 떨어져서 더 이상 늘어나지 않고 있다. 따라서 ”산지 태양광은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 이후 급증했다“라는 우익 성향 언론들의 기사는 전혀 사실과 맞지 않는다.

 

산지 태양광은 줄었지만 태양광 발전을 지원하는 정책은 계속 유지되고 있다. 다만 토지 훼손을 최소화하기 위하여 정부에서는 산지 태양광 발전 대신 영농형 태양광, 저수지형 태양광, 지붕형 태양광 등을 지원하고 있다.

 

태양광 발전과 관련하여 걱정되는 점은 중국산 태양광 셀의 한국 시장 점유율이 높다는 점이다. 2019년 38%였던 중국산 태양광 셀 점유율이 2024년에는 95%까지 증가했다. 정부에서는 반도체와 인공지능 분야 외에도 태양광 셀의 연구 개발 분야도 적극적으로 지원해야 할 것이다.

 

전국 1,330개 산업단지 공장의 지붕에 모두 태양광 발전시설을 갖추면 원자력 발전소 5개에 해당하는 전기를 생산할 수 있다고 한다. 또한 전국의 50개 구획 이상의 대형 주차장에 태양광 발전을 설치하면 원전 3기에 해당하는 전기를 생산할 수 있다고 한다. 굳이 거리가 먼 산지에 태양광 시설을 만들지 않아도 지붕과 유휴지를 이용하면 막대한 전기를 생산할 수 있다.

 

결론적으로, 야당(당시 민주당)이 집권하면 산지 태양광이 계속 늘어나서 전국의 삼림을 파괴할 것이라는 윤석열 전 대통령의 우려는 근거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