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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승국 변호사의 세상바라기

평점 최하위를 받은 대법원장

평판사 시절 때의 제2차 사법파동이 기억나
[양승국 변호사의 세상 바라기 305]

[우리문화신문=양승국 변호사]  이번에 법원공무원노조가 실시한 전국 법원장 다면평가에서 대법원장이 최저점을 받았다지요? 설문에 참여한 법원직원 평균 10명 가운데 약 8명이 대법원장의 직무 수행에 대해 부정적인 의견을 표하였다고 합니다. 이 기사를 보고 법원공무원들이 색안경을 끼고 대법원장에 대해 부당한 평가를 하였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 같습니다. 대법원장이 이재명 후보(판결 당시)에 대해 전무후무한 초고속 판결을 한 것은 누가 보더라도 비정상적인 판결이었습니다.

 

그리고 불법 비상계엄으로 헌정질서가 파괴될 위기까지 간 것에 대해, 또 전례 없는 폭도들의 서부지법에 난동, 파괴에 대해 그냥 입을 다물고 있었다는 것은 분명 문제가 있는 것이지요. 사법부의 수장으로서 이런 중차대한 문제에 대해 말하지 않고, 뭐에 대해 말한단 말입니까? 그 바람에 행정기관 신뢰 평가에서 항상 상위에 있던 법원이 검찰 다음으로 최하위에 내려앉게 된 것도 대법원장으로서는 깊은 책임을 느껴야 할 것입니다. 아마 모르긴 몰라도 법관들을 상대로 설문조사를 하더라도 대법원장에 대해서 부정적인 평가가 더 많이 나올 것입니다.

 

 

그러다 보니 예전 제가 평판사 시절 때의 사건이 떠오릅니다. 1988년 노태우 정부가 들어선 뒤, 전국의 평판사들은 김용철 대법원장이 전두환 군사정권으로부터 사법부 독립을 지켜내지 못하였다며 들고 일어나 성명을 냈습니다. 판사들은 정보기관 직원의 법원 상주, 대법원장의 인사권 전횡(서울형사지법에 정권 성향에 맞는 판사 배치 등), 판사 청와대 파견 등을 문제 삼으며 독재정권 시절의 대법원장은 물러나야 한다는 것이었지요.

 

당시 저는 부산지방법원에 근무하고 있었는데, 부산지방법원에서도 대부분 평판사가 성명에 참여하였습니다. 참! 당시에는 법원은 노동조합이 결성되기 전입니다. 법원공무원노조는 그때로부터도 한참 뒤인 2004년에 결성되었습니다. 많은 판사가 참여하다 보니 한 장에 동참하는 판사들의 서명을 다 받을 수 없어 여러 장의 종이에 나누어 받았습니다. 그리고 서명한 판사 명단을 부산지역 신문이 기사로 냈는데, 서명한 판사들 가운데 제 이름이 제일 앞에 올라가 있었습니다. 그랬더니 교회 분들이 제 아내에게 걱정하는 투로 얘기하더랍니다. 제가 앞장서서 성명을 냈으니, 앞으로 신분상 불이익을 받는 것 아니냐는 것이지요.

 

그건 오해였습니다. 물론 제가 서명한 종이에는 제 이름이 제일 먼저 올라가 있었지만, 이건 서명한 여러 종이 가운데 하나였습니다. 그런데 기자가 자기 손에 잡히는 대로 명단을 기사에 올리는데, 우연히 제가 서명한 종이의 명단을 먼저 올린 것이지요. 김용철 대법원장은 결국 이 때문에 자리에서 물러났습니다. 이를 제2차 사법파동이라 부릅니다.

 

요즈음 법원에 가면 ‘조희대 대법원장은 물러나라’라는 법원공무원노조에서 붙인 벽보를 볼 수 있습니다. 사법부의 최고 수장이 수많은 법원직원으로부터 신뢰를 받지 못하고 물러나라는 요구를 받는다면, 대법원장으로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법원의 신뢰도가 이렇게 바닥을 치는 것을 보는 제 마음은 아픕니다. 아무래도 법원은 제겐 친정과 같은 존재이니까요. 하루빨리 법원이 예전의 신뢰를 다시 회복하기를 간절히 바랄 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