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김영조 기자] 오늘은 24절기 가운데 열아홉째로 겨울에 들어선다는 입동(立冬)입니다. 입동 무렵이면 밭에서 무와 배추를 뽑아 김장을 하지요. 입동을 앞뒤로 하여 닷새 안팎에 담근 김장이 맛이 좋다고 합니다. 농가에서는 냉해(冷害)를 줄이기 위해 수확한 무를 땅에 구덕(구덩이)을 파고 저장하기도 하지요. 또 추수하면서 들판에 놓아두었던 볏짚을 모아 겨우내 소의 먹이로 쓸 준비도 합니다. 예전에는 소가 먹을 풀이 없는 겨울철에는 주로 볏짚을 썰어 쇠죽을 쑤어 소에게 먹였지요. 《동국세시기(東國歲時記)》에 따르면 10월부터 정월까지의 풍속으로 궁궐 내의원(內醫院)에서는 임금에게 우유를 만들어 바치고, 기로소(耆老所)에서도 나이 많은 신하들에게 우유를 마시게 했다고 하지요. 이런 궁궐의 풍습처럼 민간에서도 ‘치계미(雉鷄米)’라고 하는 아름다운 풍속도 있습니다. 이는 입동(立冬), 동지(冬至), 섣달 그믐날에 나이든 노인들을 모시고 음식을 준비하여 대접하는 것입니다. 이때는 아무리 살림이 어려운 집이라도 치계미를 위해 곡식을 내놓았다고 하지요. 입동에는 또 다른 아름다운 풍속도 있었습니다. 농가에서 고사를 많이 지내는데 음력 10월 10일에서 30일 사
[우리문화신문=김영조 기자] 모레 23일 일요일은 24절기의 열여덟째 “상강(霜降)”입니다. 말 그대로 서리가 내리는 때인데 벌써 하루해 길이는 노루꼬리처럼 뭉텅 짧아졌습니다. 어느 날 아침 일어나 보면 하룻밤 새 들판 풍경은 완연히 다릅니다. 된서리 한방에 푸르던 잎들이 수채색 물감으로 범벅을 만든 듯 누렇고 빨갛게 바뀌었지요. 그리고 서서히 그 단풍은 하나둘 떨어져 지고 나무들은 헐벗게 됩니다. 옛 사람들의 말에 “한로불산냉(寒露不算冷),상강변료천(霜降變了天)”이란 말이 있습니다. 이는 “한로 때엔 차가움을 별로 느끼지 못하지만 상강 때엔 날씨가 급변한다.”는 뜻입니다. 상강이야말로 가을 절기는 끝나고 겨울로 들어서기 직전이지요. 갑자기 날씨가 싸늘해진 날 한 스님이 운문(雲門, 864~949) 선사에게 “나뭇잎이 시들어 바람에 떨어지면 어떻게 되느냐?”고 물었습니다. 그러자 운문 선사는 “체로금풍(體露金風)이니라. 나무는 있는 모습을 그대로 드러낼 것이고(體露), 천지엔 가을바람(金風)만 가득하겠지.”라고 답했다고 합니다. 상강이 지나면 추위에 약한 푸나무(식물, 植物)들은 자람이 멈추지요. 천지는 으스스하고 쓸쓸한 가운데 조용하고 평온한 상태로 들어가
[우리문화신문=김영조 기자] 내일은 공기가 점점 차가워지고, 말뜻 그대로 찬이슬이 맺힌다는 24절기 열일곱째인 한로(寒露)이며, 모레는 우리 겨레가 명절로 지내왔던 중양절(重陽節, 重九)입니다. 한로와 중양절 무렵에는 국화전(菊花煎)을 지지고 국화술을 담가 먹었는데 국화술은 그 향기가 매우 좋아 많은 사람이 즐겼습니다. 가난한 사람들은 막걸리에 노란 국화를 띄워 마셨지요. 또 이무렵에는 추어탕(鰍魚湯)을 즐겨 먹었습니다. '미꾸라지 추(鰍)' 자를 보면 '가을 추(秋)' 자 앞에 '고기 어(魚)' 자를 붙인 것으로 보아 미꾸라지가 가을이 제철인 물고기임을 알 수 있습니다. 《본초강목》에는 미꾸라지가 양기를 돋우는 데 좋다고 기록되어 있지요. 음력 9월 9일을 중양절(重陽節), 또는 중구일(重九日)이라 했는데 여기서 중양이란 음양사상에 따라 양수(홀수)가 겹쳤다는 뜻이며, 중구란 숫자 '9'가 겹쳤다는 뜻으로 양수가 겹친 날인 설날ㆍ삼짇날ㆍ단오ㆍ칠석과 함께 명절로 지냈습니다. 신라 때에는 중양절에 임금과 신하들이 함께 모여 시를 짓고 품평을 하는 일종의 백일장을 열었습니다. 또 중양절에는 붉은 수유 열매를 머리에 꽂고 산에 올라 시를 지으며 하루를 즐기는
[우리문화신문=김영조 기자] 줄다리기는 농경의식의 하나인 일종의 편싸움 놀이입니다. 그 가운데 충남 당진 기지시리에 가면 국가무형문화제 제75호로 지정된 “기지시줄다리기”가 있습니다. 이 줄다리기는 마을을 뭍(육지)과 바닷가쪽 두 편으로 나누는데 생산의 의미에서 여성을 상징하는 바닷가 쪽이 이겨야 풍년이 든다고 믿었습니다. 줄다리기는 윤년 음력 3월초에 재앙을 막고 풍년을 기원하는 당제를 지낸 다음 행해졌지요. 전설에 따르면 기지시리는 풍수적으로 옥녀가 베 짜는 모양이어서 베를 양쪽에서 잡아당기는 시늉을 한데서 줄다리기가 생겼다고 합니다. 줄의 길이는 50∼60m이며 지름이 1m가 넘는 경우도 있어 사람이 줄을 타고 앉으면 두 발이 땅에 닿지 않을 정도라고 하지요. 또 줄이 커서 손으로 잡아당길 수가 없기 때문에 원줄의 중간 중간에 가늘게 만든 곁줄을 여러 개 매달아 잡아당기기 좋도록 만듭니다. 줄 위에 올라선 대장이 지휘를 하면 줄다리기가 시작되지요. 줄다리기가 끝나면 사람들이 몰려들어 칼로 줄을 끊어 가는데 이 줄을 달여 먹으면 요통이나 불임증에 효과가 있다고 믿었기 때문입니다. 이와 함께 줄에 양잿물을 떨어뜨리거나 바늘을 꽂으면 줄이 끊어지고 여자가 줄
[우리문화신문=김영조 기자] 낮때와 밤때가 똑 같다 하느니 오면 앗 읽고 달 돋으면 임 생각고 고요히 깊어가는 갈 선비는 졸 닦고 위 노래는 일본 교토의 한밝 김리박 선생이 쓰신 “갈 같 날”입니다. 여기서 ‘갈같날’은 추분(秋分)을 가리키는 토박이말이며, ‘앗’은 책, ‘갈’은 가을, ‘졸’은 지조(志操)를 뜻합니다. 조금 쉽게 풀어본다면 “추분은 낮과 밤이 똑 같다 하느니 / 추분 오면 책 읽고, 달 돋으면 임 생각나는 때라 / 고요히 깊어가는 가을, 선비는 지조를 닦고 있어라”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추분은 낮과 밤이 같다고 하는데 춘분과 함께 바로 “더함도 덜함도 없는 날”이어서 우리는 이때 중용(中庸)을 생각해봐야만 합니다. 세상일이란 너무 앞서가도 뒤쳐져도 안 되며, 적절한 때와 적절한 자리를 찾을 줄 아는 것이 슬기로운 삶임을 추분은 깨우쳐 줍니다. 더불어 가을 벌판 고개 숙이는 벼가 보여주는 겸손, 그리고 한여름 강렬한 햇빛과 천둥과 비바람을 견디어낸 벼의 향[香]를 생각해볼 때입니다.
[우리문화신문=김영조 기자] 내일은 우리 겨레의 가장 큰 명절 한가위입니다. 이 한가위에는 여러 가지 세시풍속이 전해 오는데 그 세시풍속 가운데 민속놀이는 강강술래, 줄다리기, 가마싸움, 소놀이, 거북놀이, 밭고랑기기, 원놀이, 올게심니, 소싸움, 닭싸움 같은 것들이 있습니다. 그 가운데 “밭고랑기기”는 전남 진도에서 전해지는 것인데 한가위 전날 저녁에 아이들이 밭에 가서 발가벗고, 자기 나이대로 밭고랑을 깁니다. 이렇게 하면 그 아이는 몸에 부스럼이 나지 않고 밭농사도 잘된다고 믿었습니다. 더 재미난 것은 “거북놀이”입니다. 거북놀이는 수수 잎을 따 거북이 등판 마냥 엮어 이것을 등에 메고, 엉금엉금 기어 거북이 흉내를 내는 놀이지요. 이 거북이를 앞세우고 “동해 용왕의 아드님 거북이 행차시오!”라고 소리치며, 풍물패와 함께 집집이 방문하는데, 대문에서 문굿으로 시작하여 마당, 조왕(부엌), 장독대, 곳간, 마굿간, 뒷간 그리고 마지막에는 대들보 밑에서 성주풀이를 합니다. 이때 조왕에 가면 “빈 솥에다 맹물 붓고 불만 때도 밥이 가득, 밥이 가득!” 마구간에 가면 “새끼를 낳으면 열에 열 마리가 쑥쑥 빠지네!” 하면서 비나리(걸립패가 마당굿에서 잘 되기를
[우리문화신문=김영조 기자] 오늘은 24절기 열다섯째로 흰 이슬이 내린다 하는 백로(白露)입니다. 옛 사람들은 이때만 되면 편지 앞머리에 “포도순절(葡萄旬節)에 기체후 일향만강(氣體候一向萬康) 하옵시고”라는 인사를 꼭 넣었습니다. 그것은 포도가 제철인 때 곧 백로부터 추분까지의 절기에 어른에게 안녕하신지 묻는 것입니다. 포도는 예부터 다산(多産)의 상징으로 생각해서 맨 처음 따는 포도는 사당에 고사를 지낸 다음 그 집 맏며느리가 통째로 먹었습니다. 그러나 처녀가 포도를 먹으면 망측하다고 호통을 들었지요. 또 이때쯤 되면 ‘포도지정(葡萄之精)’을 잊지 말라고 합니다. 그것은 어머니가 아이에게 포도를 먹일 때 한 알 한 알 입에 넣고 씨와 껍질을 발라낸 뒤 아이의 입에 넣어주던 정을 일컫습니다. 누구나 어렸을 땐 어머니의 지극 정성한 공으로 자라건만 다 자라면 저 홀로 자란 듯 부모의 은공을 잊고 때론 부모를 죽이기까지 하는 세상이어서 참으로 씁쓸합니다. 백로 때는 밤 기온이 내려가고, 풀잎에 이슬이 맺혀 가을 기운이 완연해집니다. 원래 이때는 맑은 날이 계속되고, 기온도 적당해서 오곡백과가 여무는데 더없이 좋은 때입니다. 늦여름에서 초가을 사이 내리쬐는 하루
[우리문화신문=김영조 기자] 오늘은 24절기 가운데 열넷째인 “처서(處暑)”입니다. 처서는 ‘땅에서는 귀뚜라미 등에 업혀오고, 하늘에서는 뭉게구름 타고 온다.’라고 할 만큼 여름은 가고 본격적으로 가을 기운이 자리 잡는 때입니다. “處暑”라는 한자를 풀이하면 “더위를 처분한다.”라는 뜻이 되지요. 하지만 아직 찌는 듯한 더위는 처서를 무색하게 합니다. 처서 무렵엔 “모기도 입이 비뚤어진다.”라고 하는데 모기 입이 삐뚤어지기는커녕 아직 매미만 신이 난 듯합니다. “처서에 창을 든 모기와 톱을 든 귀뚜라미가 오다가다 길에서 만났다. 모기의 입이 귀밑까지 찢어진 것을 보고 깜짝 놀란 귀뚜라미가 그 사연을 묻는다. ‘미친놈, 미친년 날 잡는답시고 제가 제 허벅지 제 볼때기 치는 걸 보고 너무 우스워서 입이 이렇게 찢어졌다네.’ 라고 대답한다. 그런 다음 모기는 귀뚜라미에게 자네는 뭐에 쓰려고 톱을 가져가느냐고 물었다. 그러자 귀뚜라미는 ‘긴긴 가을밤 독수공방에서 임 기다리는 처자ㆍ낭군의 애(창자) 끊으려 가져가네.’라고 말한다.” 남도지방에서 처서와 관련해서 전해 오는 재미난 이야기입니다. 그런데 처서 때의 세시풍속 가운데 가장 큰 일은 포쇄(曝曬)라고 해서 뭔가
[우리문화신문=김영조 기자] 오늘은 복날의 마지막 말복(末伏)입니다. 복날에는 보신(補身)을 위하여 특별한 음식을 장만하여 먹지요. 특히, 개를 잡아서 개장국을 만들어 먹거나, 중병아리를 잡아서 영계백숙을 만들어 먹고, 또한 팥죽을 쑤어 먹으면 더위를 먹지 않고 질병에도 걸리지 않는다 하여 팥죽을 먹거나 시원한 참외나 수박을 먹기도 합니다. 어른들은 탁족(濯足)이라 하여 계곡에 들어가 발을 씻으며 더위를 피하기도 하고, 해안지방에서는 바닷가 백사장에서 모래찜질을 하면서 더위를 이겨내기도 했습니다. 장마가 끝나고 입추와 말복 무렵이 되면 날씨가 좋아 햇볕이 내리쬐는 시간이 많기 때문에 벼가 자라는 것이 눈에 보일 정도로 빠르다고 합니다. 그래서 “말복 나락 크는 소리에 개가 짖는다.”라고 하여 귀가 밝은 개는 벼가 자라는 소리를 들을 수 있을 정도라는 속담도 있습니다. 이 속담은 벼가 쑥쑥 자라기를 바라는 농사꾼들의 마음과 닿아 있지요. 한편 ‘복날에 비가 오면 청산 보은의 큰애기가 운다.’는 말이 있습니다. 이것은 충청북도 청산과 보은이 우리나라에서는 대추가 많이 생산되는 지방인 데서 유래한 속설입니다. 대추나무는 복날마다 꽃이 핀다고 하는데, 복날에는 날씨
[우리문화신문=김영조 기자] “임금이 수라상을 밀어 이광좌에게 주니 그는 동료 신하들과 나누어 먹기를 청했다. 임금이 ‘경이 먼저 먹고 난 다음에 우의정에게 주고, 또 나머지를 싸서 좌의정에게 전해주라. 경들이 이 밥을 먹으면 어찌 차마 잊겠는가? 그릇을 자손들에게 나누어주어라. 그리하여 오늘 음식을 하사하고 그릇을 나눈 일을 알게 하여 대대로 내 자손을 보필하게 하라’고 일렀다.” 이는 《영조실록》 13년(1737) 8월 14일치 기록입니다. 이렇게 임금이 수라를 들고 난 뒤에 남은 음식은 “퇴선(退膳)” 곧 “상물림”을 합니다. 상물림이란 임금이 수라를 들고 남은 음식을 신하나 아랫사람들에게 내려주어 먹을 수 있게 한 것을 말하지요. 수라상이 상다리가 부러질 만큼 차려진다고 하지만 사실 그것은 임금이 혼자 먹는 것이 아님을 알 수가 있습니다. 또 이 상물림은 궁궐뿐 아니라 감영 등 관아에서도 있었지요. 예를 들면 감사가 밥을 먹고 나면 이 물림상은 이방, 호방 등 6방과 비장, 수청기생들이 번갈아 차례를 정해가며 받아갑니다. 우리 겨레의 아름다운 풍습입니다. 국어사전에서 “물림”을 찾아보면 “물려받거나 물려주는 일”이라고 풀이되어 있습니다. 그 물림 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