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이상훈 전 수원대 교수] RE100은 (Renewable Energy 100%)은 기업들이 지구촌의 탄소중립을 달성하기 위하여 기업 내에서 쓰는 전력을 모두(100%) 태양광이나 풍력 같은 재생에너지로 공급하겠다는 협약이다. RE100은 영국에 기반을 둔 비영리단체인 ‘더클라이밋그룹(The Climate Group)’이 공동 주관하여 2014년부터 시작한 일종의 사회운동인데, 명목상으로는 구속력이 없다. 또한 이 운동은 연간 100 GWh 이상의 전력을 사용하는 대기업을 대상으로 하고 있어서 중소기업은 해당하지 않는다. 그런데도 이름만 대면 알 수 있는 지구촌 기업인 구글, 애플, GM, 이케아, 마이크로소프트, BMW 등 모두 370개의 기업이 이 운동에 동참하고 있어서 그 파급력이 만만치 않다. 우리나라에서는 2022년 7월 기준으로 SK계열사, 현대차 계열사 등 21개 기업이 RE100 협약에 가입하였다. RE100을 달성하려면 기업에서 사용하는 전력 모두를 온실가스를 배출하지 않는 재생에너지로 조달해야 한다. 기업에서는 직접 재생에너지 발전소를 짓거나, 재생에너지 발전사로부터 전력을 사서 쓰면 된다. 기업으로서는 RE100 협약을 무시할
[우리문화신문=이상훈 전 수원대 교수] 지난 6월 중순부터 시작된 기록적인 몬순 폭우는 파키스탄 국토의 1/3을 물바다로 만들었다. 파키스탄의 전례 없는 대홍수는 기후변화가 원인으로 지목된다. 지구온난화가 몬순을 강하고 불규칙하게 만들어 올해 8월 파키스탄에 평년보다 500~700% 많은 비가 내렸다는 것이다. '계절풍'을 의미하는 몬순(monsoon)은 대륙과 해양의 열 차이에 의해 계절풍이 부는 현상이다. 이때 기온이 높아지면 수증기가 많이 발생해 폭우로 이어질 수 있다. 지구온난화가 일으킨 엄청난 재앙에 대해 파키스탄의 기후변화부 장관은 9월 4일 가디언지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오염을 일으킨 부유한 국가들이 홍수 피해를 본 파키스탄에 배상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서 “파키스탄의 온실가스 배출량은 (지구 전체 배출량의) 1% 미만이다. 우리의 배출량은 매우 적다. 반면 화석연료를 기반으로 부자가 되어온 나라들이 있다. 선진국들이 기후재앙에서 더 많은 역할을 해야 한다.” 파키스탄의 홍수에 대해서 선진국들이 책임을 져야 한다는 이러한 주장은 근거가 있을까? 아니면 억지 주장일까? 지구 기온을 상승시키는 원인은 이산화탄소의 증가로 알려져 있다. 이산
[우리문화신문=이상훈 전 수원대 교수] 서울을 둘러싸고 있는 경기도 농촌에 가보면 비닐하우스를 이용하여 작물을 재배하는 모습을 흔히 볼 수 있다. 비닐하우스 덕분에 겨울에도 마트에 가보면 상추, 호박, 오이, 딸기 등이 진열되어 있다. 제주도의 특산물로 알고 있는 감귤을 경기도의 비닐하우스에서 재배하여 서울 시민에게 공급하고 있다. 유리온실에서는 카네이션을 재배하여 사시사철 꽃을 공급하기도 한다. 21세기 대한민국에서 사는 일반 국민의 겨울철 식탁을 보면 조선시대 임금보다도 더 화려한 식사를 한다고 말할 수도 있을 것이다. 유리나 비닐, 플라스틱으로 지은 인공 구조물에서 인위적으로 재배 환경을 조절하면서 작물을 재배하는 농사 방법을 ‘시설재배’라고 한다. 시설재배 가운데서도 가장 흔한 비닐하우스의 색깔이 하얀색이다. 그래서 멀리서 보면 농촌이 작물의 색깔인 푸른색이 아니고 백색으로 보인다. 그래서 백색혁명이라는 새로운 말이 만들어졌다. 사전을 찾아보면 백색혁명이란 “비닐하우스 농법의 보급으로 한겨울에도 푸른 채소를 공급할 수 있게 함을 이르는 말”이라고 설명한다. 필자가 사는 강원도 산골에서도 밭농사를 지으면서 비닐하우스를 이용하는 농가가 많이 보인다. 강원
[우리문화신문=이상훈 전 수원대 교수] 2022년 8월 1일 자 ‘한겨레21’의 특집기사 일부를 인용한다. “2022년 7월 15일 경남 창원시 본포취수장 100m 동쪽의 강가. 정수근 대구환경운동연합 생태보존국장과 임희자 낙동강네트워크 공동집행위원장이 등까지 올라오는 방수복을 입고 낙동강으로 들어갔다. 강물 속 흙을 한 삽 퍼서 강가에 쏟아 놓았다. 모래와 검은 오니(더러운 진흙) 속에서 붉고 작은 것이 꼬물꼬물 움직였다. 붉은깔따구 애벌레(유충)이었다. 한 삽을 퍼올 때마다 한 마리꼴로 애벌레가 나왔다. 대여섯 삽을 퍼오자 모두 5마리가 나왔다. 깔따구는 파리목 깔따구과의 벌레로 모기와 비슷하게 생겼다. 환경부가 4급수 지표종으로 제시한 벌레이며 애벌레는 오니 속에서 산다. 현재 깔따구 애벌레는 본포취수장 부근에서만 나오는 것이 아니다. 정수장에서도 나오고, 심지어 가정용 수돗물에서도 나온다. 7월 7일 창원시 석동정수장에서 애벌레가 발견되었다. 7월 8일에는 석동정수장에서 물을 받는 창원시 진해구의 한 집에서 애벌레가 발견되었다. 석동정수장의 물을 공급받는 가정에서 애벌레가 나왔다는 신고도 모두 12건이 접수되었다. 석동정수장의 물을 공급받는 집은 6만
[우리문화신문=이상훈 전 수원대 교수] 지나가는 개미를 밟아 죽이는 일을 어떻게 볼 것인가? 법적인 측면에서, 도덕적인 측면에서, 또는 윤리적인 측면에서 우리는 개미를 죽이는 일을 비난할 수 있겠는가? 비난하는 근거는 무엇인가? 개나 고양이 같은 동물에게 사람과 같은 생존권을 인정하자는 것이 동물보호론자들의 주장이다. 프랑스 파리의 유네스코 본부에서 세계동물권리선언이 발표된 것은 1978년 10월 15일이다. 동물권리선언의 제1조는 다음과 같다. 제1조 모든 동물은 태어나면서부터 평등한 생명권과 존재할 권리를 가진다. 여기에서 동물의 정의와 범위가 문제가 될 것이다. 동물의 정의에 이의 없이 포유류(고양이, 개, 소, 말, 염소 등등)는 당연히 포함될 것이다. 돌고래도 포유류이니 포함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바닷가재는 어떨까? 개미는? 꿀벌은? 질문이 확대되면 복잡해지지만, 이러한 질문에 답하려는 시도가 환경윤리다. 환경윤리는 생태계의 모든 생명체를 인간 생명과 대등한 존재로 인정하고, 생명체의 생존권을 인정하자는 윤리다. 모든 생명체에 환경윤리를 적용하면 개미를 밟아 죽이는 일은 나쁜 일, 비윤리적인 행동이 되는 것이다. 우리가 논에 농약을 뿌려 간접적
[우리문화신문=이상훈 전 수원대 교수] 지난 2003년 경부고속전철 공사 과정에서 제기된 천성산 터널 중단 소송에서 도롱뇽은 원고 자격이 없으므로 소송의 당사자가 될 수 없다는 이유로 소송이 각하된 판례를 소개한 바 있다. 기존의 법에서는 자연(산, 강, 땅)과 동식물(나무, 개, 소)은 사람의 소유물로 본다. 그러므로 현행법에서는 도롱뇽의 주인이거나 도롱뇽의 서식지가 파괴되어 손해를 보는 사람만 소송을 낼 수 있다고 해석했다. 도롱뇽 자체는 법적 권리의 주체가 될 수 없다고 해석했다. 그로부터 10년이 지나 2013년에 서울대공원의 ‘제돌이’를 제주 바다로 돌려보낸 이후 돌고래의 생존권에 관한 관심과 논란이 커지고 있다. 국내에서는 제주 연안에만 서식하는 남방큰돌고래는 과거 제주도 전역에서 1,000마리 이상이 발견됐지만, 현재는 제주 서귀포시 대정읍 앞바다 부근에 120여 마리가 사는 것으로 추정된다. 개체 수가 급격히 줄면서 2019년 세계자연보전연맹(IUCN)은 남방큰돌고래를 준위협종(멸종위기직전의 상태)으로 분류했다. 무분별한 선박 관광과 해상풍력발전 등으로 생존의 위협을 받는 제주 남방큰돌고래를 생태법인으로 지정해 보호하려는 방안이 제주도 국회의원
[우리문화신문=이상훈 전 수원대 교수] 그리스의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는 자연의 구성원을 무생물, 식물, 동물, 그리고 인간으로 분류하였다. 그에 따르면 무생물이라는 질료(형식을 갖춤으로써 비로소 일정한 것으로 되는 재료)에 나서 자라고 번식의 능력을 갖춘 것이 식물이다. 식물의 속성에 추가로 운동과 감각의 능력을 갖춘 것이 동물이고, 동물의 속성에 이성을 추가로 갖춘 것이 인간이다. 인간을 식물이나 동물보다 높은 차원의 존재로 보는 이러한 자연관은 인간의 자존심을 만족시켰다. 이러한 자연관은 아리스토텔레스의 제자이며 서양 철학의 원조 격인 플라톤을 거치고, 신약성서의 서간문들을 쓴 바울을 통하여 기독교에 흡수되었다. 유태교에서 비롯된 기독교에서는 인간은 하느님의 형상을 닮은 영혼을 가졌기 때문에 강과 산은 물론, 다른 동물과 식물과는 질적으로 구별되는 것으로 보았다. 이러한 기독교 사상은 오랫동안 서양인의 자연관을 지배했다. 현대의 환경위기가 기독교의 잘못된 자연관에서 비롯되었다고 보는 매우 도전적인 견해가 미국의 역사학자인 화이트(L. White) 교수에 의해 1967년 Science 지에 발표되었다. 이 주장에 따르면 본래 유럽 사람들은 물활론(세상 만물
[우리문화신문=이상훈 전 수원대 교수] 우리나라에는 지금 많은 국민이 잊고 있는 운하가 하나 있다. 인천 앞바다에서 김포시의 한강까지를 연결하는 길이 18km의 경인운하이다. 이명박 정부의 대표적인 예산낭비 사업이었지만, 이제 아무도 관심을 두지 않는다. 지역 언론에서만 일부 보도가 되고 있을 뿐 대부분 언론은 보도하지 않는다. 주류 언론이 보도하지 않으니 일반 국민의 관심에서 사라지고 있다. 경인운하는 굴포천 방수로 사업에서부터 시작되었다. 김포 일대의 홍수 피해를 막기 위하여 건설부에서는 방수로 사업을 1990년대에 진행하고 있었다. 경인운하 사업은 노태우 정부에서 시작되었다. 정부에서는 1995년에 경인운하를 민간투자대상사업으로 선정하고 1998년 3월에는 (주)경인운하가 사업시행자로 선정되어 실시협약까지 체결하였다. 김대중 정부에서 환경단체들이 경제성과 환경파괴 등을 이유로 경인운하 반대 운동을 펼쳤다. 2002년에 한국개발연구원에서 2차에 걸쳐 경인운하의 경제성을 분석한 결과 비용편익 비율(B/C 비율)이 0.82와 0.92로 나왔다. 경인운하는 경제성이 없다는 연구 결과다. 비용편익 비율은 대규모 사업의 계획 단계에서 실시하는 경제성 평가 지표이다
[우리문화신문=이상훈 전 수원대 교수] 윤석열 후보는 지난 2022년 3월 9일 실시된 20대 대통령 선거에서 0.73% 차이로 이재명 후보를 이기고 당선되었다. 그동안 원전 문제에 관해서 몇 차례 이곳에서 글을 쓴 필자는 한 가지 걱정이 생겼다. 새 정부에서는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이라는 국정 노선을 뒤집고 새로이 원전을 건설할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가 산업화를 이룩하는 중간에 어떤 정책에 관해서 국론이 갈릴 때 흔히 적용하는 해결 기준이 있다. “선진국들은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했는지 조사해 보자”라고 제안하면 논란을 어느 정도 정리할 수 있다. 이러한 제안의 장점은 선진국들이 겪었던 시행착오를 거치지 않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문제 해결 방식은, 달리 말하면 후발자의 유리함이라고 볼 수 있다. 2011년 3월에 발생한 후쿠시마 원전 사고는 원전의 안전성과 경제성에 대해서 심각한 의문을 불러일으켰다. 특히 1986년에 체르노빌 원전 사고로 홍역을 치른 유럽 국가들은 긴장하였다. 후쿠시마는 먼 일본에 있지만 방사능 오염은 국경이 의미가 없기 때문이다. 바람과 해류를 타고 방사능 오염은 전 세계의 대기와 바다로 퍼질 수가 있어서
[우리문화신문=이상훈 전 수원대 교수] 전통 농업사회에서는 쓰레기라는 것이 따로 없었다. 식량과 자원이 부족한 가운데서 자연의 순리, 요즘 용어로 말하면 생태계의 원리에 따라 살았기 때문에 쓰레기가 과잉으로 나오지 않았다. 나무나 종이, 볏짚은 태워서 요리와 난방에 사용하였다. 우리 선조들은 집집이 가축을 기르고 마당을 가지며 텃밭을 가꾸었다. 음식물 찌꺼기는 개나 닭, 돼지의 먹이가 되었다. 플라스틱이나 비닐, 스티로폼 등이 개발되기 전에는 물질의 순환이 자연스럽게 이루어졌다. 나무를 태우고 남은 재도 그냥 버리지 않고 퇴비로 만들어 사용하였다. 강화도에서 발견된 금표에는 ‘기회자 장삼십, 기분자 장오십 (棄灰者 丈三十, 棄糞者 丈五十’이라고 쓰여 있다. 재를 함부로 버리는 사람은 곤장이 30대요, 똥을 함부로 버리는 사람은 곤장이 50대라는 경고문이다. 재나 똥이 모두 다 농사에 유용한 자원인데 그것을 함부로 버리는 행위를 죄로 간주한 것이다. 이러한 정신이 있었기 때문에 수천 년 동안 농사를 짓고 살면서도 비옥한 땅을 유지하고 깨끗한 물을 얻을 수가 있었다. 1950년대까지만 해도 여전히 옛날의 가치관이 그대로 남아 있었고, 버릴 쓰레기가 없을 정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