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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훈 교수의 환경이야기

기온 섭씨 1.5도가 중요한 까닭

이상훈 교수의 환경이야기 105

[우리문화신문=이상훈 전 수원대 교수]  산업혁명이 일어나기 전인 1800년 무렵 지구의 평균 기온은 13.5도였는데, 200년이 지난 2000년에는 14.5도로 1도 올랐다. 그런데 독자 여러분은 대기의 기온이 1도 오른 것을 피부로 느낄 수가 있는가? 필자는 느끼지 못한다. 지구 기온이 겨우 1도 오른 현상을 두고서 환경학자들은 지구온난화, 기후 위기로 난리법석을 떤다. 정말 그들은 호들갑을 떨고 있는가?

 

지구의 역사를 살펴보면 지금부터 258만 년 전부터 시작된 제4 빙하기에는 얼음이 많이 얼어서 바다 면적이 줄어지고 육지 면적이 넓어졌다. 해수면은 현재보다 120m 낮아서 일본은 한반도와 연결되어 있었다. 서해와 남해 역시 육지의 일부분이었다. 동해는 육지 내의 호수였다. 빙하기 시대의 지구 온도는 영하 몇 도나 되었을까? 빙하기 시대에 지구의 평균 온도는 지금보다 불과 4도 낮았다고 한다. 그러므로 지구 온도가 1도 올랐다는 것은 지구가 엄청나게 더워졌음을 뜻한다.

 

지구가 더워진 것은 분명하다. 올해 여름은 기상 관측이 시작된 이래 가장 더웠다. 서울에서는 열대야가 39일 동안이나 계속되었다. 올해 한가위는 9월 17일이었는데, 그날 서울의 기온은 35도까지 올랐다. 그래서 추석(秋夕)이 아니라 하석(夏夕)이라는 말이 나왔다. 심지어는 기후변화를 반영하여 한가위를 양력 10월로 변경시키자는 의견까지 나왔다.

 

지구가 더워지면서 북극에 있는 얼음과, 남극에 있는 빙하가 녹고 있는 것은 엄연한 사실이다. 얼음이 녹으니, 해수면이 꾸준히 높아지고 있다. 빙하기와는 반대로 육지의 면적은 해안에서부터 점점 줄어들고 있다. 인도네시아의 서울 자카르타는 항구도시인데, 해수면 상승과 지반 침하 때문에 매년 15~20cm씩 물속에 잠기고 있다. 인도네시아의 조코위 대통령은 2019년 8월, 서울을 자카르타에서 북쪽으로 1,300km 떨어진 ‘누산타라’라는 곳으로 옮기기로 했다.

 

지구온난화를 억제하지 못하면 2100년이 되기 전에 해안에 있는 대도시들 예를 들면 뉴욕, LA, 암스테르담, 리스본, 나폴리, 시드니, 천진, 상해, 블라디보스토크, 도쿄, 인천, 부산, 목포, 통영, 제주 등 항구도시들이 모두 물에 잠기는 사태가 일어날 것이다. 그러므로 지구온난화로 인한 기후위기는 지구상의 어느 한 나라만의 문제가 아니고 모든 나라들이 해결해야 할 공동의 문제다.

 

기후 위기를 해결하기 위하여 196개 나라의 대표가 프랑스의 파리에 모여 2015년 파리기후협약을 선언했다. 파리기후협약에서는 2100년까지 지구의 평균 온도를 산업화 이전에 견줘서 2도 이내로 억제하자는 목표를 설정했다. 이러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2050년까지 탄소 중립(주: ‘탄소 제로’ 또는 ‘넷제로-net zero’라고도 한다. 한 나라의 영토 내에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를 연료 전환, 산림 조성 등으로 흡수해서 탄소 배출량을 0으로 만든다는 뜻이다.)을 모든 나라가 실천해야 한다.

 

그러나 환경학자들은 2도 억제 목표가 너무 느슨하다고 비판하였다. 이러한 비판을 받아들여 2018년 인천에서 열린 국제 기후변화회의(IPCC 총회)에서는 2100년까지 지구 온도 상승을 1.5도로 막자는 데에 합의하였다. 이러한 목표를 달성하려면 화석연료의 사용을 줄이고 나무를 많이 심어야 한다. 탄소 발생량을 줄이기 위해서는 인류 모두가 친환경적인 생활을 받아들여야 한다. 일상생활에서 물건을 적게 사용하고 전기와 물을 아껴 쓰고 쓰레기를 적게 만들어야 할 것이다.

 

기후위기를 극복하기 위하여 지금까지의 생활습관을 바꾸자는 사회 운동이 “기후행동 1.5도씨”이다. 여기에서 ‘씨’는 섭씨온도를 나타내는 C를 말한다. 교육부에서는 각급 학교에 친환경 생활을 전파하기 위하여 “기후행동 1.5도씨”라는 이름의 앱(https://www.c-action.kr 에 들어가면 내려받을 수 있음)을 만들어서 보급하고 있다.

 

 

 

기후행동 실천 운동에 앞서가는 지역이 경기도다. 경기도(도지사 김동연)에서는 ‘지구를 위한 작은 행동에 보상을!’이라는 구호 아래 경기도민이라면 누구나 가입할 수 있는 ‘경기도 기후행동 기회소득’이라는 이름의 앱을 2024년 7월부터 보급하고 있다. 이 앱을 설치하고 가입하여 여러 가지 환경보호활동에 참여하면 점수가 지급되고 점수가 쌓이면 지역화폐로 전환해서 현금처럼 쓸 수 있다.

 


 

 

온실가스를 줄이는 효과가 있는 구체적인 활동을 살펴보자. 자전거 이용 항목에서 자전거를 이용하여 5km를 이동했다면 400원이 적립된다. 대중교통을 이용하면 1회에 300원이 적립된다. 다회용 컵 사용자에게 에누리를 해주는 카페를 방문하면 1회에 500원이 적립된다. 단순히 기후행동 서약을 하기만 해도 5,000원이 적립된다. 다만 적립금은 한 해에 많아도 3만 원까지로 제한하고 있다.

 

 

2018년에 인천 기후변화 회의에서 <지구온난화 1.5도 특별 보고서>를 발표할 때만 해도 약간의 희망이 있었다. 기후 학자들은 2040년대 어느 시점에서 지구 온도가 1.5도 경계선을 넘을 것이라고 바라봤다. 그러나 최근에 과학자들은 2030년 이전에 경계선을 넘을 것이 거의 확실하다고 보고 있다. 필자 역시 임계점인 1.5도가 지켜질 것으로 생각하지 않는 비관론자이다.

 

지구 온도 상승이 1.5도를 넘는다고 해서 당장 인류가 멸망하지는 않을 것이다. 지구 평균 기온 1.5도는 물의 온도로 말하자면 100도와 같은 의미이다. 물이 100도를 넘으면 끓기 시작하면서 액체인 물은 기체인 수증기로 급격하게 변하기 시작한다. 이와 마찬가지로 지구 온도가 임계점인 1.5도를 넘으면 지구 환경에 급격한 변화가 일어날 것이다.

 

2022년 8월에 파키스탄에서는 한 해에 내릴 강수량이 하룻밤에 집중되어 나라 땅의 1/3이 물에 잠겼다. 3,300만 명의 수재민이 발생하고 피해액은 약 5조 원(한화 환산)에 달했다. 해수면 상승과 홍수, 가뭄 등 기후 위기로 인한 경제적인 피해는 규모가 엄청나다. 인도네시아가 물속에 가라앉는 서울을 자카르타에서 누산타라로 이전하는 비용은 327억 달러로 추산하고 있다.

 

인구 폭발과 산업혁명의 부작용인 지구온난화가 기후 위기를 불러왔다. 지구촌에 현재 살고 있는 인류는 기후 위기를 막지 못하고 있다. 가까운 미래에 지구촌에는 엄청난 기후 재난이 곳곳에서 일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현세대는 후손에게 기후 재난이라는 엄청난 부채를 넘겨주고 있다. 안타깝지만 엄연한 현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