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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훈 교수의 환경이야기

열대야와 지구온난화

이상훈 교수의 환경이야기 104

[우리문화신문=이상훈 전 수원대 교수]  올여름은 유난히도 더웠다. 열대야는 저녁 6시 1분부터 이튿날 아침 9시까지 기온이 25도 이상을 유지하는 현상을 말한다. 기상청에 따르면 지난 8월 25일 아침 6시 12분에 서울의 기온이 24.9도까지 내려가 8월 24일 밤은 열대야가 아니었다고 한다. 이로써 34일간 계속된 서울의 최장 열대야는 끝났지만, 올해 여름에 서울에서 열대야가 발생한 날 수는 모두 37일로 이 역시 기상 관측 이래 제1위에 해당한다고 한다. ‘님이 그리워’ 잠 못 이루는 밤이 아니고 ‘날씨가 더워서’ 잠 못 이루는 밤은 해마다 반복되며 해마다 길어질 것으로 염려된다.

 

이처럼 열대야가 길어지는 것은 지구가 더워지는 지구온난화 현상 때문이다. 환경학자들은 산업 혁명 이후 지구의 평균온도가 빠른 속도로 높아지는 것이 관측되자 지구온난화라는 새로운 용어를 만들었다. 인류는 과학기술의 발달로 일어난 산업혁명 이후 대량생산과 대량소비가 가능해졌다. 모든 나라에서 경제가 발전하면서 화석연료의 소비가 늘어나고 연쇄적으로 이산화탄소의 발생이 증가하였다. 이산화탄소는 이른바 온실가스로서 태양열을 붙잡아두기 때문에 이산화탄소의 농도가 높아지면 지구의 온도가 높아진다.

 

도대체 지구의 온도가 얼마나 높아져서 이처럼 호들갑을 떠는가? 산업혁명 이전인 1850년무렵 지구의 평균온도는 13.5도였다. 2010년경 지구의 평균온도는 1도가 올라서 14.5도가 되었다. 온도가 겨우 1도 올랐는데 그렇게 문제가 되는가? 여러분은 기온이 1도 변하는 것을 감각으로 느낄 수 있는가? 나는 느끼지 못한다.

 

 

한반도에서도 과거 빙하 시대의 흔적이 발견되고 있다. 이것은 한반도가 빙하의 주변지역이었음을 알려 준다. 지금부터 약 1만2500년 전 제4빙하기의 말기에는 빙하로 인해 해수면이 낮아져서 중국 대륙, 한반도, 일본 열도, 대만 등이 육지로 연결되어 있었다. 지금의 동해도 당시에는 호수였다. 그러면 빙하기의 지구 평균온도는 영하이었을까? 아니다. 빙하기의 지구 온도는 지금보다 겨우 4도 정도 낮았다. 그러므로 지구 평균 온도가 1도 높아졌다는 것은 엄청나게 큰 변화이다.

 

지구온난화를 이해하기 쉽게 설명하기 위하여 체온을 예로 들어 보자. 사람의 정상 체온은 36.5도다. 만일 체온이 1도 높아져서 37.5도가 된다면, 일단은 몸에 이상이 있다는 신호로 받아들여야 한다. 이상 신호가 있는 상태에서 2도가 더 높아져서 체온이 39.5도가 된다면 이것은 명백한 위험 신호이다. 병원에 가서 진찰을 받고, 의사가 처방하는 약을 먹어야 할 것이다.

 

지구온난화를 막기 위하여서는 국제적인 협력이 필요하다. 어느 한 나라에서 이산화탄소의 발생을 줄이더라도 이웃 나라에서 연료를 많이 소비하면 소용이 없다. 모든 나라 모든 인류가 함께 연료 소비를 줄여야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그래서 만들어진 국제 협약이 2015년 파리기후협약이다. 196개국이 참가한 파리기후협약에서는 지구 평균 온도가 산업화 이전 수준 대비 2도 이상 상승하지 않도록 온실가스 배출량을 단계적으로 감축하자고 합의하였다. 파리기후변화협약에 따라서 세계의 여러 나라들이 2050년까지 탄소제로(자국 영토에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의 양을 0으로 만듬)를 달성하겠다고 선언하고 실천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그러나 환경학자들은 지구 기온 상승을 2도 이내로 억제하자는 목표는 너무 느슨하다고 주장하였다. 그리하여 2018년 10월에 인천 송도에서 개최된 제48회 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에서 만장일치로 <지구 온난화 1.5도 특별 보고서>를 채택했다. 이 보고서에서는 “2100년까지 지구의 평균온도 상승 폭을 1.5도 이하로 억제할 필요가 있음을 확인하고, 그 실현을 위해 전 세계가 협력하여 2030년까지 이산화탄소의 배출량을 지금의 절반 이하로 낮출 필요가 있다“는 내용을 담았다.

 

그렇지만 지구온난화를 믿지 않는 정치가도 있다. 올해 초인 2024년 1월 17일, 미국에 영하 50도의 한파가 몰려오자 트럼프는 “지구 온난화는 도대체 어디로 사라진 것이냐? 제발 빨리 돌아오라. 우리는 지구온난화가 필요하다”는 내용의 글을 자신의 트위터에 올렸다. 이어서 그는 자기가 11월의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당선되면 지구온난화 방지를 위한 파리기후변화협약에서 탈퇴할 것이라고 공약을 내걸었다. (미국은 오바마 대통령 때에 파리기후변화협약에 가입하였다. 그러나 트럼프가 대통령에 당선되자 협약에서 탈퇴하였다. 바이든 대통령은 당선되자마자 협약에 다시 가입하였다.) 그가 당선될까봐 걱정이 된다.

 

학자들 중에서도 지구온난화를 믿지 않는 사람들이 있다. 1973년 노벨 물리학상 수상자인 미국의 이바르 예베르는 2012년에 “지구온난화는 유사과학이다”라는 제목의 강연을 하였다. 덴마크의 통계학자 비외른 롬보르는 2001년에 <회의적 환경주의자>라는 책을 써서 지구온난화가 확고한 과학적인 사실은 아니라고 주장하였다. 내 주변에서도 겨울에 날씨가 추워지면 “지구온난화 맞는 거야?”라고 묻는 사람들이 많다.

 

영국의 일간지 가디언은 2019년 5월 ‘기후 변화’라는 용어 대신 ‘기후 위기’를 사용하겠다고 선언했다. 전 세계 11,000명 이상의 과학자들은 2020년 1월의 과학저널 바이오사이언스 기사에서 “기후 위기가 도래했다”고 선언하였다. 지구온난화라는 용어는 지구가 천천히 더워지고 있다는 의미를 가지므로 너무 미온적이라는 주장도 있다. 최재천 이화여대 석좌교수는 긴박감을 주기 위하여 온난화(warming) 대신 백열화(heating)라고 표현하자고 주장했다. 구테후스 유엔 사무총장은 2023년에 “지구온난화 단계를 넘어 지구가 끓어오르는 시대에 접어들었다”고 경고했다.

 

프랑스는 파리기후변화협약의 개최국으로서 온실가스 감축에 매우 적극적이다. 프랑스는 2024년 파리 올림픽을 가장 친환경적인 올림픽으로 만들겠다고 공언하면서 전기를 많이 소비하는 에어콘을 없애겠다고 선언하였다. (그러나 선수들의 항의로 주최 측이 양보하여 소형 에어컨 2500대를 선수촌에 설치하였다.) 파리 시장 안 이달고는 “선수들의 편안함도 존중하지만, 인류의 생존 문제를 더 생각한다. 파리 올림픽이 환경의 관점에서 모범이 되기를 바란다”라고 말했다.

 

우리나라 국회 사무처는 2024년 4월 22일 ‘지구의 날’을 맞아 여의도 국회 경내에 기후위기 시계를 설치하고 탄소 중립 실천의 확산 운동에 나섰다.


 

 

기후위기시계는 기후 위기를 보다 직관적으로 나타내는 상징물로서, 산업화 이전 대비 지구 평균 기온이 1.5도 상승하기까지 남은 시간을 보여준다. 이날 남은 시간은 약 5년 3개월로 나타났다. 기후위기시계는 여의도 국회의사당 외에 인천대공원, 대전 엑스포시민광장에도 세워졌다.

 

하루하루 먹고 살기에 바쁜 대부분의 인류는 지구의 온도가 높아진다는 사실에 관심을 가지지 않는다. 에베레스트 산의 빙하가 녹고, 북극곰의 개체 수가 줄어든다는 사실이 내 생활과 무슨 상관이 있다는 말인가? 나 하나가 온실가스를 줄인다고 해서 무슨 효과가 있을 것인가? 안타까운 현실이다.

 

우리 세대에서 지구온난화를 막지 못한다면, 우리의 자녀 세대, 손자 세대에게 뜨거워진 지구를 물려주게 된다. 후손에게 커다란 짐을 물려주는 셈이다. 뜨거워진 지구는 열대야 외에도 식량부족, 사막화, 해수면 상승 등 엄청난 재앙을 불러올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