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김영조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 오늘은 복날의 마지막 말복(末伏)입니다. 올해는 초복과 중복이 열흘 만에 온 것과 달리 중복과 말복은 스무날(20일) 차이인데 이를 우리는 월복(越伏)이라고 합니다. 1614년 이수광이 펴낸 한국 최초의 백과사전적인 책 《지봉유설(芝峰類說)》에 보면 복날을 '양기에 눌려 음기가 바닥에 엎드려 있는 날'이라고 함으로써 사람들이 더위에 지쳐있을 때라고 하였습니다. ‘음양오행’에 따르면 여름철은 '화(火)'의 기운, 가을철은 '금(金)'의 기운인데 가을의 '금‘ 기운이 땅으로 나오려다가 아직 '화'의 기운이 강렬하므로 일어서지 못하고, 엎드려 복종하는 때라고 합니다. 그래서 엎드릴 '복(伏)'자를 써서 '초복, 중복, 말복'이라고 하지요. 또 최남선이 쓴 《조선상식(朝鮮常識)》에는 복날을 '서기제복(暑氣制伏)'이라는 뜻으로 풀이하고 있습니다. 서기제복에서 ‘복(伏)’은 꺾는다는 뜻으로, 복날은 더위를 꺾는 날 곧, 더위를 피하는 피서를 하는 것이 아니라 정복한다고 이야기합니다. 장마가 끝나고 입추와 말복 무렵이 되면 날씨가 좋아 햇볕이 내리쬐는 시간이 많아서 벼가 자라는 것이 눈에 보일 정도로 빠르다고 합니다. 그래서
[우리문화신문=이한영 기자] 국립민속박물관(관장 김종대)은 관내 소장품 《거상잡의(居喪雜儀)》를 뒤쳐(번역) 상세한 주석을 붙인 전통생활문화자료집 제8호 《19세기 경주김씨 집안의 삼년상 일지-거상잡의(居喪雜儀)》(최순권 역주)를 펴낸다. 이 책은 관내 소장자료 연구의 결과를 담은 성과물로 국립민속박물관은 이 같은 우리관 소장자료에 대한 연구를 지속해서 실시할 계획이다. 조선시대 예법은 엄격하게 지켜졌을까? 원칙과 현실 사이의 고민, 《거상잡의》 《거상잡의》는 상중에 행하는 여러 가지 의례를 빠짐없이 기록한 일지로, 조선 후기에 실제 상을 당한 사람이 어떠한 의례를 행했는지를 살펴볼 수 있는 귀중한 자료다. 다만, 불행하게도 저자와 작성 연대 등이 알려지지 않았다. 이에 국립민속박물관에서는 1년 동안 조사, 연구를 통해 저자가 경주김씨 계림군파 김준영(金準永, 1817~?)이고, 아울러 김준영이 한양 집과 화성의 묘소를 오가며 그의 아버지 김규응(金奎應, 1779~1846)이 죽은 1846년(헌종 12) 9월 12일부터 1848년 11월 5일까지, 그의 어머니 한산이씨가 죽은 1859년(철종 10) 1월 21일부터 1861년 4월 5일까지 삼년상에서 실제로
[우리문화신문=김영조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 오늘은 24절기 가운데 열셋째 입추(立秋)다. 입추는 여름이 지나고 가을에 접어들었음을 알리는 절후인데 이날부터 입동(立冬) 전까지를 가을이라고 한다. 《고려사》 권84 「지(志)」38에 “입추에는 관리에게 하루 휴가를 준다.”라는 내용이 보인다. 입추는 곡식이 여무는 시기여서 이날 날씨를 보고 점친다. 입추에 하늘이 맑으면 만곡(萬穀)이 풍년이라고 여기고, 이날 비가 조금만 내리면 길하고 많이 내리면 벼가 상한다고 여겼다. 또한 천둥이 치면 벼의 수확량이 적고 지진이 있으면 다음 해 봄에 소와 염소가 죽는다고 점쳤다. 다만, 가을이 들어서는 때라는 입추가 왔어도 이후 말복이 들어 있어 더위는 아직 그대로인데 입추가 지난 뒤의 더위를 남은 더위란 뜻의 잔서(殘暑)라 한다. 그뿐만이 아니라 더위를 처분한다는 처서에도 더위가 남아 있는 것이 보통이다. 그런데 옛사람들은 왜 입추를 말복 전에 오게 했을까? 주역에서 보면 남자라고 해서 양기만을, 여자라고 해서 음기만 가지고 있다고 보지는 않는다. 모든 것은 조금씩 중첩되게 가지고 있다는 얘기인데 계절도 마찬가지다. 여름에서 가을로 넘어가려면 연결되는 부분이 있어야 하고,
[우리문화신문=이윤옥 기자] 한국어에 ‘도둑이 제 발 저리다’라는 말이 있다. 한국인이라면 누구나 아는 말이겠지만 <다음 국어사전>의 뜻을 빌리자면 “지은 죄가 있으면 자연히 마음이 조마조마해진다는 말”이라고 한다. 일본어에는 이런 말이 없지만 구태여 일본말로 옮겨보면 “悪いことをすると気がとがめて必ずばれてしまう(나쁜 짓을 하면 마음의 가책을 느껴 반드시 들통난다)”라는 정도로 바꿀 수 있겠다. 왜 이런 이야기를 하는가 하면 그제(2일), 교도통신(共同通信) 보도가 볼썽사나운 내용이었기 때문이다. 이 기사에 따르면 “도쿄 올림픽 한국선수단이 선수촌에서 제공되는 후쿠시마 산 식재료를 피해 자체 급식센터를 설치했다”라면서 근거없는 피해(風評被害, 후효히가이)를 조장하는 한국선수단의 급식센터에 대해 일본 정부가 한국 정부에 대응해야 한다는 게 골자였다. 이러한 교도통신의 뉴스에 대해서는 이미 한국의 언론에서도 “2008년 북경 올림픽 때부터 자체 급식센터를 운영해왔는데 새삼 무슨 소리냐.”라고 반박하는 기사가 나와 있는 상황이다. 문제의 본질은 일본이 후쿠시마산 식재료에 대해 너무 과민 반응을 보인다는 점이다. 올림픽 참가 선수들은 단순한 관광객들이 아니
[우리문화신문=서한범 단국대 명예교수] 지난주에는 시조의 세청(細淸)창법에 관한 이야기를 하였다. 경제 평시조에는 중장과 종장 첫 부분에 고음(高音)이 나오기 때문에 이를 세청(또는 가성(假聲)이라고도 함)창법으로 부른다는 점, 이것은 곧 속소리 창법으로 일종의 변통창법이란 점, 그러나 내포제 평시조에는 고음(高音)이 출현하지 않아 이러한 창법이 쓰이지 않는다는 이야기를 하였다. 고음이 나오지 않기 때문에 가성창법을 쓸 필요가 없다는 말을 뒤집어 보면, 세청창법을 쓰지 않기 위해 고음을 기피했을지도 모른다는 말이 된다. 정가의 대표적인 장르, 남창가곡도 세청의 창법은 금지하고 있는 창법이다. 평시조에서는 고음이 청황종(潢)이지만, 가곡에서는 황(潢)보다 훨씬 높은 청중(㳞)이나 청임(淋)의 소리도 절대 가성으로 처리하지 않고, 육성으로 내야 한다. 내포제 평시조에서 세청 창법을 불허하는 점에서 보면, 창법에 있어서는 내포제시조가 오히려 가곡의 창법과 유사하다는 점을 느끼게 한다. 그러나 발음법에 있어서는 가곡의 예와 다르다. 가령, 경제시조에서는 소치는 <아희 놈>이나 <재 넘어 사래 긴 밭>과 같은 노랫말을 옮길 때, <희>
[우리문화신문=이윤옥 기자] 전 세계가 고통을 겪고 있는 전염병, 코로나19로 지각 올림픽(2020년)이 열리고 있는 도쿄 날씨는 그야말로 불가마 속이다. 한국보다 습기가 많은 날씨이기에 그 더위의 강도는 더 세다. 가만히 있어도 숨이 탁 막히는 이때, 경기장마다 구슬땀을 흘리고 있는 선수들 모습을 텔레비전 화면에서 보고 있자니 안쓰럽기 짝이 없다. 이렇게 무더운 여름이면 일본인들은 무더위 속의 안부 편지인 ‘쇼츄미마이(暑中見舞い)’를 보내는 풍습이 있다. 쇼츄미마이를 우리말로 옮기자면 ‘무더위 속 안부편지’ 정도로 이해하면 된다. 쇼츄미마이는 편지나 엽서를 이용하기도 하고 직접 안부를 묻고 싶은 사람 집에 찾아가기도 한다. 엽서의 경우에는 보기만 해도 시원한 산과 바다 풍경이나 찬 수박, 금붕어가 헤엄치는 어항 사진 등 ‘시원한 그림’이 주종을 이룬다. 일본우편주식회사(日本郵便株式会社)에서는 이때를 특별 엽서보내기 기간으로 정하여 1950년부터 “쇼츄미마이용우편엽서(暑中見舞用郵便葉書)”를 발행하고 있다. 또한 1986년부터는 엽서에 복권 번호처럼 번호를 새겨 넣어 당첨되면 선물을 주는 제도를 채택하고 있다. 특히 무더위 안부를 묻는 쇼츄미마이 엽서 이름을
[우리문화신문=서한범 단국대 명예교수] 서울, 경기지방에 전승되어오는 경제(京制) 평시조와 충청지방의 내포제(內浦制)는 말 붙임의 형태가 서로 달라 비교가 된다는 이야기를 악보를 통해 확인하였다. 지난주에 살펴본 바와 같이 양 제(制)는 부분부분, 가사 붙이는 박의 위치가 서로 다른 곳이 몇 군데 있다. 예를 들면 <소 치는> 부분, 종장의 제1각, “재넘어” 부분, 종장의 제2각 “사래 긴 밭을” 부분 등이다. 양자의 비교를 통해 확인한 바와 같이 내포제 시조에서 말 붙임은 비교적 가사의 뜻이 명료하게 전달되도록 붙여 발음한다는 특징을 지니고 있다. 양 제의 또 다른 점은 높은음을 세청(細淸)창법으로 처리한다는 점이다. 세청 창법이란 곧 가성창법, 다시 말해 속소리 창법이다. 가령, 고음(高音)을 육성으로 낼 수 없을 때 변통의 방법인 속소리로 부르는 형태를 말한다. 일종의 변화창법을 구사하는 것인데, 경제 평시조창에서는 이러한 창법이 활용되는 것이다. 곧 높은 음을 속소리로 처리한다는 말이다. 그 대표적인 부분이 중장의 제2각 ‘아희 놈은’을 노래하는 부분과 종장 제1각의 ‘재 넘어’부분이다. <보례1> 평시조 종장의 제1각 위 악보
[우리문화신문=김영조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 오늘은 우리 겨레가 즐겼던 명절 가운데 하나인 유두(流頭 : 음력 6월 15일)입니다. 유두는 '동류두목욕(東流頭沐浴)'의 준말인데 신라 때부터 있었던 풍속이며, 가장 원기가 왕성한 곳인 동쪽으로 흐르는 물에 머리를 감는 날입니다. 이렇게 머리를 감고 목욕을 하면 액을 쫓고 여름에 더위를 먹지 않는다는 믿음을 가졌는데, 유두를 신라 때 이두로 '소두'(머리 빗다), '수두'라고도 썼다고 합니다. 수두란 물마리(마리는 머리의 옛말)로 '물맞이'라는 뜻인데 요즘도 신라의 옛 땅인 경상도에서는 유두를 '물맞이'라고 부른다지요. 유두의 대표적인 풍속은 유두천신(流頭薦新)입니다. 이는 유두날 아침 유두면, 상화떡, 연병, 수단 등의 음식과, 피, 조, 벼, 콩 따위의 여러 가지 곡식을 참외나 오이, 수박 등과 함께 사당에 올리고 제사를 지내는 것을 말하지요. 옛날에는 새 과일이 나도 자기가 먼저 먹지 않고 돌아가신 조상에게 올린 다음에 먹었습니다. 농촌에서는 밀가루로 떡을 만들고 참외나 기다란 생선 따위로 음식을 장만하여 논의 물꼬와 밭 가운데에 차려놓고 농사신에게 풍년을 비는 고사를 지내며, 자기의 논밭 하나, 하나마다
[우리문화신문=김영조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 “지상엔 온통 더위 천지 광한전(달나라에 있다는 궁전) 월궁으로 달아날 재주 없으니 설악산 폭포 생각나고 풍혈 있는 빙산이 그리워라” 이는 조선 전기 문신 서거정이 시문을 모아 펴낸 《동문선(東文選)》이란 책에 나오는 시입니다. 온통 더위 천지에 설악산 폭포와 풍혈(늘 시원한 바람이 불어 나오는 바위틈)이 있는 빙산이 그립다고 노래합니다. 이제 무더위가 절정에 올라 어제는 중복(中伏)이었고, 오늘은 24절기의 열두째 대서(大暑)입니다. 이때는 무더위가 가장 심해서 "더위로 염소뿔이 녹는다"라는 속담이 있을 정도지요. 그런데 조선시대 선비들은 한여름 지금보다 훨씬 더 무더위와 힘겹게 싸웠습니다. 함부로 의관을 벗어던질 수 없는 법도가 있었으니 겨우 냇가에 발을 담그는 탁족(濯足)을 할 뿐이었습니다. 그러나 선비들은 그것에 만족하지 않고 오히려 더욱 적극적으로 더위를 멀리할 방법을 찾았습니다. 가장 보편적인 것은 대자리 위에서 솔바람 소리를 들으며, 책을 읽는 것입니다. 심지어 남명 조식 같은 사람은 제자들을 데리고 지리산에 올랐고, 추사 김정희는 한여름 북한산에 올라 북한산수순비 탁본을 해올 정도였습니다. 어쩌면 남
[우리문화신문=이윤옥 기자] 7월 23일, 도쿄 올림픽 개막을 앞두고 코로나19로 주최국인 일본은 물론이고 전 세계에서 과연 올림픽이 제대로 열릴지에 대한 의구심이 증폭되어 가고 있는 가운데 현지에서는 ‘열린다’는 것을 전제로 다양한 응원 준비가 한창이다. 요미우리신문(読売新聞) 7월 21일 보도를 보면, ‘선수들을 직접 못 만나지만 우리 마음을 전하고 싶다’라는 제목 아래 종이학으로 브라질 국기를 만든 도쿄 시내 한 초등학교를 소개했다. 그 내용은 “선수와 직접 교류할 수 없는 것은 유감이지만, 조금이라도 일본인의 환영 마음을 느낄 수 있으면 좋겠다는 취지에서 브라질 선수에게 응원 메시지를 전하고자 브라질 국기를 만들었다.”라고 하는 무라카미 타카시 교장을 소개했다. 무라카미 교장은 도쿄도 츄오구 구립 도요미소학교 (東京都 中央区 区立 豊海小学校)에 재직 중이다. 츄오구(中央区)는 2017년 브라질 올림픽위원회와 양해각서를 맺고 선수 훈련 등을 위해 선수촌 바로 앞 학교 건물 일부를 대회 기간에 제공하기로 했었다. 코로나19가 아니라면 학생들과 선수의 교류 이벤트를 열 기획이었지만 코로나19의 영향으로 모두 중지된 상태다. 하지만 브라질 선수가 이 학교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