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이진경 문화평론가] 요즘 트로트가 대세다. 텔레비전 채널을 돌리면, 트로트 가수들의 노래를 쉽게 들을 수 있다. 그뿐만 아니라, 예능에서도 그들의 활약은 대단하다. 이 가운데 눈에 띄는 사람들이 있다. 바로 국악인들이다. 국악을 전공한 국악인들이 남녀세대 불문하고 활동하고 있다. 가수 송가인은 TV조선 미스트롯에서 진으로 우승하며 트로트 열풍을 일으킨 사람 가운데 두드러진다. 그녀는 한복 홍보대사와 한국 문화재 재단 홍보대사를 자청하여 맡았고, 서울 청계광장에 나가 국악 교육을 지켜달라며, 현재 초ㆍ중ㆍ고 개정 교육과정에서 국악이 소멸할 수 있다는 우려에 공개 호소를 하기도 하였다. 그녀는 한 인터뷰에서 “전통을 모르고서 어떻게 자기 뿌리를 알겠어요?” 이렇게 되물었는데 송가인은 전통국악인 가족이기도 하다. 어머니 송순단 명인은 국가무형문화재 제72호 진도씻김굿 전승교육사이고, 둘째 오빠 조성재는 국악팀 우리 소리 바라지에서 아쟁을 연주한다. 송가인도 광주예술고 국악과를 거쳐 중앙대 전통예술학부를 졸업한 국악인이다. 그녀는 “국악은 내 기초이자 뿌리”라며 “국악을 전공한 덕에 한 서린 목소리를 잘 표현할 수 있었다”라고 말한 적 있다. 가수 양
[우리문화신문=우지원 기자] 《Soul in Seoul》 제목부터 절묘한 운율을 선보이는 이 책은 말 그대로 서울의 멋을 외국인에게 전달하는 책이다. 한국학자로 이름난 이화여대 한국학과 최준식 교수가 국문을 쓰고, 고려대 국제학부 김은기 교수가 영문 감수를 맡아 멋이 흠뻑 담긴 서울의 이모저모를 알려준다. 최준식 교수는 머리말에서 여기서 다룬 내용은 아마 한국인도 잘 모르는 내용이 많을 거라며, 너무 일상적으로 접해서 굳이 의문을 던져보지 않았던 우리 건축문화나 음식문화를 다시금 톺아보는 기회가 되기를 바란다고 썼다. 그래서 이 책은 외국인들이 읽어도 좋지만, 한국인들에게 우리문화 길라잡이 역할을 할 수 있는 좋은 지침서다. 책에서 다루는 공간은 크게 경복궁, 북촌, 인사동이다. 지은이는 마치 한 무리의 여행객을 이끄는 듯 친근하게 독자를 인도한다. 경복궁 앞마당에서 풍수론을 듣고, 안으로 들어가서 다시 또 이야기를 듣는 식이다. (p.20-21) 너무 밖에서 시간을 많이 쓴 느낌이다. 아직 궁 안에는 한 걸음도 들어가지 못했다. 갈 길이 머니 어서 들어가자. 표를 받는 곳은 경복궁의 두 번째 문인 흥례문이다. 이 문이 있는 자리는 원래 일제가 식민지 정부청
[우리문화신문=정운복 칼럼니스트] 아이가 태어나면 깨끗하게 씻기고 옷을 입힙니다. 사람이 죽어도 깨끗하게 씻기고 옷을 입히지요. 우린 알몸으로 태어나지만, 알몸으로 세상을 살아가지는 않습니다. 그리고 아무것도 가지고 갈 수 없는 저세상 길도 알몸으로 떠나지는 않지요. 성경 마태복음에는 다음과 같은 말씀이 나옵니다. "너희는 무엇을 먹고 마시며 살아갈까, 또 몸에는 무엇을 걸칠까 하고 걱정하지 말라. 목숨이 음식보다 소중하지 않으냐? 또 몸이 옷보다 소중하지 않으냐? 공중의 새를 보아라. 그들은 씨뿌리거나 거두거나 곳간에 모으지 않아도 하늘이 먹여 주신다. 너희는 새보다 훨씬 귀하지 않으냐? 너희 가운데 누가 걱정한다고 목숨을 한 시간인들 더 늘릴 수 있겠느냐? 또 너희가 어찌하여 옷 걱정을 하느냐? 들의 백합화를 보아라. 그들은 수고도 하지 않고 길쌈도 하지 않는다. 그러나 온갖 영화를 누린 솔로몬도 이 꽃 한 송이만큼 화려하게 차려입지 못하였다." 옷에 관한 것은 승려의 생활에도 보입니다. 불교가 초기에는 절이 없었습니다. 그저 집을 버리고 별도의 수행처 없이 숲속에 머물거나 유랑생활을 하며 명상했지요. 출가 과정에서 승려는 최소의 규칙을 고지받습니다. ‘
[우리문화신문=양승국 변호사] 박노해 시인이 5번째 사진에세이집 《아이들은 놀라워라》를 냈습니다. 박 시인은 지난 20여 년 동안 팔레스타인, 아프카니스탄, 미얀마, 남미 안데스, 쿠르드족 지역 등 분쟁지역이나 가난하지만 희망을 잃지 않고 살아가는 지역을 다니면서 평화를 전파하며 그들의 삶을 사진에 담아왔지요. 주로 흑백 아날로그 사진으로 담아왔는데, 그동안 이렇게 담아온 사진을 지역별 또는 주제별로 나누어 여러 차례 전시회도 열었고 사진에세이집도 낸 것입니다. 이번에는 이러한 지역의 아이들을 담은 사진에세이집을 냈네요. 물론 사진에세이집 뿐만 아니라, 라 카페 갤러리(종로구 자하문로 10길 28)에서 같은 제목으로 사진 전시회도 열고 있습니다. 이번에도 <나눔문화> 임소희 이사장은 감사하게도 저에게까지 책을 보내주었습니다. 박노해 시인이 지난 20여 년간 만나온 세계 아이들의 강인하고 눈물겨운 모습이 담겼습니다. 전쟁터에서 부모를 잃은 아이들을 안아주고, 지구마을 아이들과 함께 웃고 울며 기록해온 시인의 이야기가 우리 삶을 돌아보게 합니다. “아이들은 희망이어라. 아이들은 어둠 속 빛이어라.” 인류의 희망인 아이들과 그 아이들을 지켜내기 위해 노
[우리문화신문=이상훈 전 수원대 교수] 필자는 지난 2022년 10월 14일 제3차 녹조 시민 포럼 원격 회의에 토론자로 참가하였다. 세상이 좋아져서, 강원도 평창에 사는 나는 서울까지 올라가지 않고 인터넷을 통하여 회의에 참가하고 의견을 말할 수가 있었다. 그 회의의 주제는 낙동강의 녹조 문제에 관한 것이었다. 녹조를 전공한 부경대학교 이승준 교수가 발표한 주제는 “유해 남세균(녹조) 에어로졸 국내외 현황과 시사점”이었다. 발표 내용이 새로웠다. 낙동강 가까이에 사는 사람들 그러니까 상주 구미 대구 김해 부산에 사는 사람들에게 녹조가 “발등의 불이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4대강 사업 이후 여름철만 되면 낙동강에서 녹조가 발생한다는 것은 수없이 많이 보도되었다. 녹조(綠藻)는 내가 7년 전 수원대 환경공학과에서 수질관리 과목을 가르칠 때만 해도 “남조류(藍藻類)의 개체 수가 폭발적으로 늘어나 물 색깔이 녹색으로 변하는 현상”이라고 설명했다. 그런데 이날 발표를 보니 남조류라고 부르지 않고 남세균(藍細菌)이라고 부른다. 남세균은 청록색을 띠며 광합성을 하는 세균으로서 여름철에 수온이 높아지고 영양물질이 풍부해지고 체류시간이 늘어나면 폭발적으로 증가한다. 남세
[우리문화신문=이동식 인문탐험가] 이미 많은 나뭇잎이 옷을 갈아입고 어디론가 부지런히 가고 있다. 10월도 마지막 주로 접어들자 곳곳의 단풍이 화려하게 물들어 눈과 마음을 취하게 한다. 마치 이들 단풍이 곧 멀리 떠날 것이라는 생각 대신에, 영원히 우리 주위에 머물어줄 것 같은 착각을 하게 만드는 느낌이다. 그만큼 서울 시내 어디나 수목이 많아져 곳곳에 단풍이 황홀하게 물들어 있다는 뜻일 것이다. 그런데 며칠 전 상강이란 계절의 변환점을 지났기에 이들은 곧 우리 곁을 떠날 것임을 부정할 수가 없다. 가을의 서글픔을 말없이 대변하는 것으로 수국이 있다. 지난 5월부터 서서히 피기 시작해 청초하면서도 화려한 용모를 자랑하던 수국이 어느 틈엔가 색깔이 변해가기 시작해 이제는 완연히 누런 갈색으로 변해 고개를 숙이고 있다. 젊은 날의 그 기품을 생각하면 볼품이 없어진 얼굴이 불쌍해 보이는 것은, 모든 생명이 걸어가는 길이기에 새삼 서러워할 일은 아니라 하더라도, 쓸쓸한 마음이 드는 것을 막을 방법은 없다. 기억하는가? 5월 말 시작된 푸릇푸릇한 꽃의 잔치를? 수국이란 중국 이름 수구(繡球) 또는 수국(水菊)에서 유래된 것이라고 보며, 옛 문헌에는 자양화(紫陽花)라는
[우리문화신문=우지원 기자] 못난 역사도 역사다. 우리 역사에는 영광에 가득 찬, 빛나는 업적을 세운, 후세에 자랑스럽게 전할 만한 역사만 있는 건 아니다. 못난 모습도 많았다. 임금이 백성을 버리고 도망가는 모습, 적이 코앞에 닥쳤는데도 서로 분열하며 탁상공론만 거듭하던 모습, 그리고 마침내 적에게 굴욕스러운 항복을 하는 모습까지. 이 모든 장면을 합친 역사가 병자호란이다. 1636년 병자년, 12월 겨울부터 약 두 달 동안 이어진 전쟁의 참상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60만 백성이 포로로 끌려가고 수많은 병사가 목숨을 잃었다. 본래 강화도로 피신하려던 인조는 적이 생각보다 너무 빨리 다가오자 급히 남한산성으로 들어가게 되었다. 이 책, 《남한산성의 눈물》은 이때 인조를 따라 남한산성으로 들어간 공조참의 나만갑(羅萬甲)이 남한산성에서 쓴 《병자록(丙子錄)》을 쉽게 풀어쓴 책이다. 일종의 전쟁일기인 《병자록》에는 남한산성에 갇힌 조선 백성들의 공포, 추위와 굶주림에 지친 병사들의 불안, 남한산성 안팎의 긴박했던 순간, 전쟁이 끝난 뒤의 상황까지 병자호란의 처음과 끝이 소상히 담겨있다. 비극은 그해 봄부터 예견된 것이었다. 병자년 늦은 봄, 청나라의 두 장수
[우리문화신문=정운복 칼럼니스트] 레옹이란 프랑스 영화가 있습니다. 평범한 어느 날 마틸다가 레옹에게 말을 걸어오며 레옹이 자주 먹는 우유를 대신 사러 가겠다 하며 심부름하러 가게 됩니다. 그 사이에 마틸다의 가족이 살해당하게 되지요. 이유는 마틸다의 아빠는 마약밀수 업자인데 마약 일부분 없어지고 그것이 부패한 마약단속국 경찰인 스탠스필드에게 들켰기 때문입니다. 돌아온 마틸다는 황폐해진 집에 어머니와 형제들까지 모두 살해된 장면을 봅니다. 곧바로 레옹의 집으로 가서 초인종을 누르며 도와달라고 얘기하는 것으로 영화는 시작되지요. 사실 이웃 사람들은 레옹을 싫어했습니다. 가족의 불화로 싸움이 잦고 시끄러우며 불한당이었기 때문입니다. 그는 마틸다의 복수에 힘을 보태기로 했습니다. 그 까닭은 단 한 가지이지요. 'No women No kids" 여자와 어린아이는 건들지 않는다. 곧 아무리 더러운 싸움을 하더라도 처자식을 건들며 싸우진 않는다는 것이지요. 영화의 끝부분에는 악당과 레옹이 자폭으로 죽고 소녀와 화분 하나만 남게 되지요. 그 소녀는 화분을 땅에 묻으며 이렇게 이야기합니다. "이젠 뿌리를 내리고 살 수 있을 거야." 물론 영화에서는 서로를 위하는 감정선의
[우리문화신문=이동식 인문탐험가] 어느새 가을이 왔구나. 이따금 찬 바람이 불고, 늦은 비라도 방울방울 볼을 때릴 때면 나도 모르게 우수에 젖게 된다. 패티 킴의 노래가 생각나기도 한다. 이런 때에 생각나는 사람이 있다. 성은 김이요, 이름은 우수라고 했다. 왜 이름이 우수일까? 봄을 알리는 봄비를 뜻하는 우수일까? 가을을 재촉하는 빗방울처럼 쓸쓸한 마음의 우수일까? 이미 이 세상 사람이 아니라서 설명을 들을 수도 없고 물어볼 수도 없다. 김우수라는 사람은 11년 전 9월 23일에 오토바이를 타고 가다가 승용차와 충돌하는 사고를 당했다. 그리고는 병원에 실려 간 뒤 25일 만인 이달 10월에 저세상으로 갔다. 1957년생이라고 하니 그때 나이가 55세, 60도 되기 전이다. 그는 중국집에서 짜장면과 우동을 배달하던 중이었다. 급히 병원에 실려 갔지만 세상을 떠나게 되자 이 사람이 누구인지가 언론을 통해 알려지게 되었다. 그는 부모를 모르는 고아였다. 일가친척도 없었다. 고아원에서 나와서 험한 세상에 던져지자 누구처럼 사고도 치다가 방화범으로 감옥에 들어갔다. 거기서 소년소녀가장들이 사는 것이 무척 어렵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세상에 나와 오토바이로
[우리문화신문=양승국 변호사] 우리나라 사람들이라면 대부분 아래 사진이 무엇인지 아시겠지요? 예! 윤봉길 의사가 거사 뒤 체포되는 것으로 알고있는 사진입니다. 윤 의사는 상해 홍구공원에서 열린 일왕 생일축하 겸 전승축하 기념식장에 폭탄을 던진 뒤 현장에서 체포되었지요. 저는 학교 다닐 때 근대사 시간에 이 사진을 본 기억이 납니다. 그렇기에 저는 잡혀가는 사람이 윤봉길 의사라는 것에 대해 별다른 의문을 가지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끝없이 의문을 던지는 강효백 교수는 《新 경세유표》에는 싣지 않았지만, 이 사진에 대해서도 의문을 던졌습니다. 강 교수는 1999년 상하이영사관에 근무하면서 이 사진에 의문을 가지고 조사를 벌였던 것입니다. 윤 의사 의거 직후 상하이타임스는 4월 30일 자 기사에서 당시 상황을 이렇게 전합니다. “(폭탄이 터진 뒤) 회오리바람이 소용돌이치는 군중들 사이에 조선 사람 윤봉길이 있었다. 그는 군경들에 의해 구타당해 쓰러졌다. 주먹, 군화, 몽둥이가 그의 몸을 난타했다. 만일 한 사람이 죽게 된다면 바로 그 조선인이었을 것이다. 그는 회색 양복을 입고 있었다. 곧 그 회색 양복은 갈기갈기 찢겨 땅에 떨어졌다. 잠시 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