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만재의 「관우희(觀優戱)」 판소리 12마당 소개
[우리문화신문=서한범 단국대 명예교수] 판소리 12마당 가운데 수궁가(水宮歌)는 수궁(水宮)에 잡혀 온 토끼가 꼼짝없이 죽게 되었을 때, 정신을 바짝 차리고 궤변(詭辯)과 달변(達辯)으로 용왕의 마음을 움직여 살아 나간다는 이야기다. 마치 호랑이에 잡혀가도 정신만 차리면 살 수 있다는 예를 듣고 보는 것 같아 음미해 볼 만한 대목이 아닐 수 없다, 수궁가에 나오는 토끼의 말 가운데서 특히 인상에 남는 내용은 강태공이 고기 낚으러 나왔다가 토끼의 선조가 간 씻을 적에, 그 물 조금 떠 마시고 160살을 살았다는 이야기라든가, 토끼 부친이 물놀이하다가 물에 빠져 죽게 되었을 적에, 동방삭이가 건져주어 그 은혜를 갚기 위해 간을 조금 떼어 주었더니 삼천갑자(三千甲子)를 살았다는 이야기 등은 전혀 거짓말 같지 않고 솔깃하기만 하다. 토끼의 진술이 이렇듯 구체적이고 자세하니 용왕이 점점 토끼의 말에 빠져들어 가게 된다.토끼가 용왕을 위하는 척, 매달아 놓고 온 간을 용왕이 자신다고 하면 “백발은 검어지고, 빠진 치아 다시 나고, 그래서 지금보다는 더 건강하게 되어, 병 없이 젊음을 누릴 것이라는 이야기” 등은 마치 사실 같아서 넘어가지 않을 수 없을 정도로 구체적이다
- 서한범 단국대 명예교수
- 2024-06-11 11:5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