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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한범 교수의 우리음악 이야기

송만재의 「관우희(觀優戱)」 판소리 12마당 소개

[서한범 교수의 우리음악 이야기 683]

[우리문화신문=서한범  단국대 명예교수]  판소리 12마당 가운데 수궁가(水宮歌)는 수궁(水宮)에 잡혀 온 토끼가 꼼짝없이 죽게 되었을 때, 정신을 바짝 차리고 궤변(詭辯)과 달변(達辯)으로 용왕의 마음을 움직여 살아 나간다는 이야기다. 마치 호랑이에 잡혀가도 정신만 차리면 살 수 있다는 예를 듣고 보는 것 같아 음미해 볼 만한 대목이 아닐 수 없다,

 

수궁가에 나오는 토끼의 말 가운데서 특히 인상에 남는 내용은 강태공이 고기 낚으러 나왔다가 토끼의 선조가 간 씻을 적에, 그 물 조금 떠 마시고 160살을 살았다는 이야기라든가, 토끼 부친이 물놀이하다가 물에 빠져 죽게 되었을 적에, 동방삭이가 건져주어 그 은혜를 갚기 위해 간을 조금 떼어 주었더니 삼천갑자(三千甲子)를 살았다는 이야기 등은 전혀 거짓말 같지 않고 솔깃하기만 하다.

 

토끼의 진술이 이렇듯 구체적이고 자세하니 용왕이 점점 토끼의 말에 빠져들어 가게 된다.토끼가 용왕을 위하는 척, 매달아 놓고 온 간을 용왕이 자신다고 하면 “백발은 검어지고, 빠진 치아 다시 나고, 그래서 지금보다는 더 건강하게 되어, 병 없이 젊음을 누릴 것이라는 이야기” 등은 마치 사실 같아서 넘어가지 않을 수 없을 정도로 구체적이다.

 

김남수의 제13회 고법발표회에서 《수궁가》를 완창해 준 젊은 소리꾼, 박현영 명창은 현재<전북도립국악원>에서 활동하고 있는데, 그가 학생 시절에도 완창의 기회가 있었다고 하는 점으로 보아 노력형 소리꾼이었음을 짐작할 수 있다.

 

지난해에도 <우진 문화재단>이 주관하는 ‘2023 전주 완창무대’에서 역시 ‘수궁가를 완창하여 호평받은 바 있으나, 논산에서의 공연은 객석의 호응이 좋아서 무난히 마칠 수 있었다는 겸손함도 보였다. 그러나 학생 때와는 달리 성인이 되어서, 더욱이 대통령상을 받고 난 이후의 완창무대는 굉장히 부담스럽다는 이야기도 빼놓지 않았다.

 

“이러한 완창무대가 곧 나를 평가받는 자리이긴 하지만, 그보다는 나를 응원해 주는 자리라 생각하면서 좀 더 완창을 즐길 수 있게 되었고, 소리꾼으로서 좀 더 성장한 무대가 아니었나 싶습니다. 제가 지금까지 판소리할 수 있었던 것은, 부모님의 관심과 지원, 그리고 저를 정말 단단한 소리꾼으로 만들어 주신 김영자, 김일구 선생님이 계셨기에 지금까지 정진해 오고 있는 것 같습니다.”

 

 

부모님과 지도 선생님들의 공도 잊지 않고 있는 점에서 매우 겸손한 젊은 명창임을 알게 만드는 것이다.

 

그의 이야기에 공감이 컸다. 점점 더 판소리 무대나 창극의 무대가 힘들고, 어렵게 느껴질 것이 분명하다. 그렇지만, 어쩔 것인가! 어떻게든 해 내야 하고, 소리꾼이라면 완창을 꾸준히 해야 하는데, 힘들고 어렵다고 피해 다니기만 한다면 그는 큰 소리꾼이 될 수 없을 것이다. 그 역시 더 큰 소리꾼이 되기 위해 마음을 다잡고 있을 것이 분명했다.

판소리는 보고 듣기에 재미는 있으나, 부르는 창자들은 힘들고 어려운 성악임이 틀림없다. 그렇다면 이러한 소리들은 언제부터 불러온 소리 형태일까?

 

딱히 언제라고 대답하기는 어려워도 대략 알려진 바와 같이, 조선조 제23대 순조(1800-1834년) 임금 전후로 보고 있다. 이 무렵 송만재라는 문인(文人)이 「관우희(觀優戱)」라는 글을 썼는데, 그 속에 판소리 12마당의 이름이 들어있다는 내용을 서울음대 국악과 이혜구 교수가 학계에 알린 것이다. 그는 12바탕(또는 12마당)의 이름을 다음과 같이 소개하였는데, 그 이름들을 열거해 보기로 한다.

 

1 <춘향가>, 2 <심청가>, 3 <흥보가>, 4 <수궁가>, 5 <적벽가>, 6 <변강쇠타령>, 7 <배비장타령>, 8 <장기타령>, 9 < 옹고집전>, 10 <강릉매화전>, 11 <왈자타령>, 12 <가짜신선타령>

 

그런데 100여 년 뒤, 일제 말(末)에 정노식이 쓴 《조선창극사》에도 12마당의 이름이 소개되어 있다. 관우희의 내용과 같지만, 일부는 다름을 보이고 있는데, 11번 왈자타령 자리에 <무숙이 타령>, 12번 가짜신선타령 자리에 <숙영낭자전>이라고 소개하는 것이다. 11번의 <왈자타령>과 <무숙이타령>은 이름만 다르고, 내용은 같다는 점에서 같은 내용의 곡으로 확인되었고, 다른 것은 12번의 <가짜 신선타령>과 <숙영낭자전>만이 서로 차이를 보일 뿐이다.

 

위 12바탕 가운데서 현재까지 전해오는 소리는 5종뿐이다. 이 다섯 바탕의 소리가 바로 <춘향가>, <심청가>, <수궁가>, <흥보가>. <적벽가> 등이다.

 

 

이 가운데 <수궁가>의 전승구조를 참고해 보면, 동편제(東便制) <수궁가>는 순조 때의 명창인 송흥록과 송광록-송우룡-유성준의 뒤를 이어 정광수, 박초월 등이 세상에 널리 퍼지게 했다고 한다.

 

다만, 수궁가의 또 다른 계보는 송우룡에서 송만갑으로 이어진 소리인데, 이는 박봉래-박봉술로 이어져 왔으나 현재는 거의 전승이 단절되었다. 또 고종 때의 정응민이 부르던 수궁가도 정권진, 조상현 등이 이어받아 널리 확산했으나, 박유전의 소리가 정재근, 김찬업 가운데 누구를 거친 소리인지, 양자가 포함되는 것인지는 분명치 않다는 점도 있다.

 

그리고 경기와 충청지방의 전해지던 중고제 수궁가는 일제강점기 때에 김창룡을 끝으로 전승이 단절되었으며 정창업-김창환-깁봉학으로 내려오던 수궁가와 이날치-김채만으로 이어져 오던 수궁가도 거의 단절 위기라는 점 등을 확인할 수 있었다. (다음 주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