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문화신문 = 서한범 명예교수] 지난주에는 최창남 명창의 경서도소리 발표회에 관한 이야기를 하였다. 80을 넘긴 최창남 명창은 10대에 입문해서 평생을 올곧게 소리를 하며 살아온 명창이라는 이야기, 해마다 발표무대를 만들고 있는 모습은 실로 젊은 국악인들에게 귀감이 되며 의지와 집념은 실로 존경받아 마땅하다는 이야기, 그는 1945년 해방되던 해, 황해도에서 인천으로 내려왔고, 그곳에서 이북 출신의 서도 명창들에게 산염불이나 난봉가 류의 소리를 익혔으며, 이은관을 따라 공연을 하면서 배뱅이굿도 익혔다는 이야기를 했다.
또 벽파 이창배는 최창남의 목과 기교, 목구성을 높게 평가하며 조교로 채용하였고 그 인연으로 최창남 앞에 소리를 다듬지 않은 명창들이 드물게 되었다는 이야기, 그는 강하고 부드러운 소리, 밝음과 어두운 소리, 그리고 진함과 옅음의 표현을 자유자재로 구사하는 현란한 기교의 소유자로 알려져 있어서 경서도 소리를 좋아하던 옛 애호가들이나 이름난 명창들, 전문 국악인들이 주된 관객이 되고 있다는 이야기, <산타령>과 난봉가류의 서도소리 외에 최숙희 팀의 <장기타령>, 큰 제자들인 한진자, 정재경, 이장학, 강연지가 부르는 노래가락과 창부타령, 임춘희, 조경희, 이명희 등이 부르는 박연폭포와 신고산타령, 한진자, 한영희 등의 <대감놀이>도 큰 호응을 받았다는 이야기 등을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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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조창발표회에서 시조창을 하는 김연소 명창 |
이번 주에는 해마다 6월이 되면, 부여에서 개최되는 내포제 시조강습회와 때를 겸해 내포제시조의 예능보유자인 김연소의 시조창 개인발표무대에 관한 격려의 말을 전해주고자 한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것처럼 시조는 3장 6구체의 시조시에 가락을 얹고 장단을 배열한 것이다. 3장은 초장, 중장, 종장을 말함이고, 각 장은 안구와 바깥구의 2구로 되었으니 6구체가 되는 것이다. 이러한 노래의 시작은 조선조 영조 무렵부터로 볼 수 있으며 그 이전 시대에는 가곡(歌曲)이라는 틀에 얹어 불렀던 것이다. 가곡은 시조시를 노래하는데, 시조시의 초장은 가곡의 1장과 2장이 되고, 시조시의 중장 전체는 가곡의 3장이 되며, 시조시 종장의 첫 3음절은 가곡의 4장, 나머지는 5장으로 분장되는 것이 가곡의 형식이다.
그러나 가곡은 16박을 한 장단으로 삼고 긴 호흡으로 불러나가는 노래이며 구성음이나 잔가락이 많아 시조보다는 어려운 노래라 하겠다. 이러한 가곡에서 파생되어 나온 시조창 역시, 일반 속가(俗歌)와는 달리, 촉급하지 않은 속도와 장중한 창법으로 부르기 때문에 한가하면서도 유장미를 느끼게 되는 점잖은 노래임에는 틀림없다.
그러나 시대가 변하면서 이처럼 느리고 격조있는 노래들은 바쁜 현대인들로부터 외면을 받기 시작하였고, 급기야는 일부 노인층에서만 겨우 명맥을 잇고 있는 안타까운 실정에 놓이게 된 것이다. 처방을 서두르지 않으면 이러한 상황도 오래 지속될 수 없을 것이며 단절의 위기를 맞게 될 참으로 불안한 예감이 목전에 도래하였음을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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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5회 내포제 시조창 발표회 모습 |
이러한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서 국악계는 물론, 지방정부에서도 각 지방의 고유한 시조를 지방문화재로 지정하는 등 최선을 다하고 있다. 충남지방의 경우는 이 문제를 예견하고 내포제시조를 지방문화재로 지정하여 소동규-김원실-김연소로 이어지는 예능보유자를 인정하였으며 <충남통합시우회>의 이규환, 김영숙 등이 정성을 다해 시조강습회, 공연, 전국시조창 경연대회, 보유자 발표회 같은 시조관련 행사를 추진해 오고 있는 것이다.
특히, 6월 강습회와 보유자 발표회 같은 행사가 부여지방에서 수십 년 지속되어 온 것은 시조의 확산과 보급의 차원만이 아니라, 국악계 전반에 기여하는 바가 매우 크다고 하겠다. 그래서 6월의 부여는 전국의 전문 시조꾼들과 애호가들이 발걸음을 하게 되는 달이 되었다.
영조 이후의 시절가요가 곧 시조창이다. 그만큼 시조창은 세련되고 정제된 형식미와, 선율선의 유장미, 표현의 절제미, 그리고 창법의 장중미를 느끼게 되는 노래이다. 5박과 8박의 장단구조와 3음 중심의 간단한 선율형은 자연지세(自然之勢)를 나타내는 격조있는 성악으로 예부터 충신이나 애국지사, 지식인, 선비들의 애호를 받아 왔다.
그들은 시조창을 부르면서 세상의 영욕(榮辱)이야말로 한낱 뜬구름에 불과한 것임을 스스로 깨달았고, 서로를 인정하고 신뢰하게 만드는 점잖은 노래가 또한 시조창임을 알려 주었다. 시조창의 재건이나 확산운동이 시급을 요하는 시점에서 모범적으로 움직이고 있는 부여 시조인들에게 큰 박수를 보내지 않을 수 없다.
바라건대, 부여에서 울려 퍼지는 시조창의 기운이 전국으로 확산되기를 기대하며 김연소 명인의 발표회와 통합시우회가 주최하는 6월 내포제 시조강습회가 해마다 성황을 이루어서 지역의 큰 축제로, 한국의 대표적인 시조창 축제로 자리 잡아 가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