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문화신문 = 서한범 명예교수] 지난주에는 부여에서 개최되는 내포제 시조강습회, 그리고 때를 같이해 김연소 보유자의 시조창 발표무대에 관한 이야기를 하였다. <시조창>은 3장 6구체의 시조시에 가락을 얹고 장단을 배열한 노래라는 점, 영조 이전 시대에는 5장 형식의 가곡(歌曲)이라는 틀에 얹어 불렀는데, 가곡은 16박이 한 장단이고, 구성음이나 잔가락이 많다는 점, 시조창도 촉급하지 않은 속도와 장중한 창법으로 부르기 때문에 한가하면서도 유장미를 느끼게 되는 노래라는 점, 그러나 현대인들에게 외면을 당하고 있으며 겨우 노인층에서만 명맥을 잇고 있는 안타까운 실정에 놓여 있다는 점을 이야기 하였다.
또 지방정부에서는 지방 고유의 시조를 지방문화재로 지정하는 등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점, 시조창은 세련 정제된 형식미, 유장미, 표현의 절제미, 그리고 창법의 장중미를 느끼게 되는 노래로 5박과 8박의 장단구조와 3음 중심의 간단한 선율형으로 이어진다는 점, 그래서 세상 영욕(榮辱)이 한낱 뜬구름에 불과한 것임을 스스로 깨닫게 되는 노래라는 점, 6월 내포제 시조강습회가 해마다 성황을 이루어서 지역의 큰 축제로, 한국의 대표적인 시조창 축제로 자리잡아 가기를 기대한다는 이야기 등을 하였다.
그동안 선소리 산타령의 발표공연, 최창남 명창의 발표공연, 부여지방의 내포제 시조 이야기 등을 했으나 다시 삼현육각 이야기를 계속해 나가기로 한다.
삼현육각의 기본 악기편성은 피리2, 대금1, 해금1, 북1, 장고1 등 6인의 악사로 편성되며 주로 연주하는 음악은 관악기의 합주로 연주되는 대풍류가 있고, 행진이나 행렬 등에 연주하는 취타풍류가 있으며 주로 춤을 위한 반주음악으로 쓰이는 염불풍류가 있다. 주로 무용반주 음악에 포함되는 음악들은 긴염불, 반염불, 타령, 굿거리 등이다. 그런데 느리게 연주되는 긴염불이나 조금 빨리 연주하는 반염불과 같은 음악들이 언제부터 쓰였는지는 확실치 않다.
궁중무용에도 매우 느린 속도로 반주되는 음악이 있는데, 그것은 관악영산회상의 상령산이다. 이 음악은 악보상에서는 20박으로 기보되어 있다. 그러나 무용음악으로 쓰일 경우에는 쌍(雙) 3박, 편(鞭) 2박, 고(鼓) 2박, 그리고 요(搖) 3박 등 10박 장단으로 연주한다. 그러니까 6박자로 연주되는 긴염불이나 반염불과는 박자수의 차이를 보일 뿐, 장고점의 순서는 쌍-편-고-요로 동일하다.
원래 관악영산회상의 첫곡인 상령산 음악은 불규칙적으로 진행되는 음악이다.
쌍-편-고-요의 장고점에 맞춰 피리와 대금선율이 대화를 나누며 이어가듯 여유 있게 진행되는 음악이지만, 이 음악을 춤의 반주음악으로 연주할 때는 앞에서 제시한 장단처럼 10박의 고정박자로 변화시켜 규칙적으로 연주가 되는 것이다. 그러니까 불규칙 장단으로 진행되던 가락이 춤의 반주음악으로 쓰게 되면서 고정적인 박자형태로 변화된다는 말이다. 단순하게 박자만 고정시키는 것이 아니라, 기악곡으로 연주할 때의 가락이나 음역, 주법도 바꾸어 연주한다.
높은 음역으로 바꾼다는 말은 낮은 음역으로 길게 이어가는 낮은 가락들은 춤을 위한 반주음악으로는 적당치 않기 때문에 이를 높은 음역으로 바꾸거나 옥타브 위의 가락으로 올려서 연주한다는 말이다. 그래야 활기가 있고 생생한 음악이 되기 때문이다. 또한 한 음으로 길게 뻗어 나가는 부분은 아예 생략하거나 또는 그 위에 가락을 넣어 연주하기도 하는 것이다.
▲ <향당교주>는 처용무 반주음악에 쓰이고 있다.(문화재청 제공)
이처럼 원래의 장단이나 선율을 변화시켜서 춤의 반주 음악으로 연주하면서 그 악곡의 이름은 <상령산>이라 부르지 않고 별도의 이름으로 <향당교주(鄕唐交奏)>라고 부르고 있다. 이 음악은 그 유명한 처용무의 반주음악으로 쓰이고 있는 것이다. 향당교주란 글자 그대로 향악과 당악의 합주라는 의미이다.
조선조 초기에는 한국의 고유음악인 향악(鄕樂)과 중국에서 유입된 당악(唐樂)이 별도의 자리, 즉 향악은 동쪽에 당악은 서쪽에 자리를 잡고 연주를 하였다. 그 이유는 악기의 음정이 서로 다르기 때문이다. 그러나 성종 이후로는 같은 자리에서 연주되기 시작하면서 서로 음정을 맞추며 합주를 시도하였던 것이다.
향당교주란 향악기 당악기의 합주라는 의미를 지닌 용어이지만, 악곡의 이름으로도 쓰이는데, 바로 관악영산회상의 상령산을 무용음악으로 쓴다는 의미이다.
민속춤의 반주음악에는 상령산을 쓰지 않고 느린 6박자의 염불을 느린 춤사위에 쓰고 있다. 승무춤을 연상해 보면 제일 먼저 시작하는 느린 장단의 음악이 바로 염불이다.
그런데 느리게 연주한다고 해서 <긴염불>이라고 부르는 것이다. 그 다음은 조금 빠른 속도로 변하는데 <반염불>이다. 관악영산회상은 총 8곡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그 중 제6곡의 명칭이 <염불도드리>이다. 6박 한 장단인데 총 51장단으로 구성되어 있는 것이다.
그런데 이 51장단 중에는 반염불이나 긴염불과 유사한 가락을 쉽게 찾아 볼 수 있다. 이러한 점에서 상당한 관계가 있을 것이라 추측하고 있다. 그렇다면 <염불도드리>가 악보상에 출현하고 있는 것은 대략 어느 때이고, 어떤 악보일까?
1800년 초의, 《유예지(遊藝志)》라는 악보에서 비롯된다. 유예지라는 악보는 서유구가 지은 《임원경제지》제6권의 이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