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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승국 변호사의 세상바라기

쟈클린의 눈물과 냉혈한 세기의 지휘자 다니엘 바렌보임

[양승국 변호사의 세상 바라기 71]

[우리문화신문=양승국 변호사]  지난 주 김남윤 클래식 투어 수업은 오케스트라 펼쳐보기로 오케스트라의 얼굴인 현악기, 그 중에서도 첼로와 더블베이스에 대해 알아보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당연히 연주자들이 나와서 첼로와 더블베이스를 연주하는 시간도 있었지요. 연주곡 중에는 카미유 생상스(Camille Saint Saens)의 동물의 사육제도 있었는데, 첼로는 사육제에 나오는 동물 중 백조를, 더블베이스는 코끼리를 연주합니다.  

첼리스트 이지영씨의 연주를 들으니 첼로 연주가 백조의 우아함을 더하는 것 같고, 또한 신윤경씨가 연주하는 더블베이스는 뒤뚱뒤뚱 대는 코끼리의 모습을 잘 표현한 것 듯합니다. 더블베이스는 워낙 저음 악기라 독주 연주를 듣기가 쉽지 않은데, 오늘 더블베이스 독주 연주도 들어보았습니다. 

연주곡 중에서 수강생들의 마음을 촉촉이 적신 것은 이지영 첼리스트가 연주하는 쟈클린의 눈물입니다. 원래 첼로의 음색이 처연한 맛이 있지만, ‘쟈클린의 눈물은 사람의 마음을 쥐어짜는 애절함이 더합니다. 이는 쟈클린의 눈물이라는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이 비운의 천재 첼리스트 쟈클린 뒤 프레(Jacqueline Du Pre, 1945~1987)에게 헌정된 음악이라 더욱 그 비감(悲感)함이 더하는 것 같습니다 

 

   
▲ 오펜바흐의 "쟈클린의 눈물’이 들은 워너 토마스(Werner Thomas)의 음반. 오펜바흐가 남긴 이 악보를 워너 토마스가 발견해서 음반으로 냈다.

~ 이 이야기는 클래식에 관심 있는 분들이라면 또 그 얘기야?”하는 식상함이 있겠지만, 그래도 혹시 모르는 분들을 위해 한 번 얘기해보겠습니다. 

이 곡은 원래 오펜바흐(Jacques Offenbach, 1819~1880)가 작곡한 곡인데 미발표곡으로 남아있던 것을 독일 출신의 첼리스트 토마스 베르너가 발굴하였다고 합니다. 베르너는 이 곡을 연주해보면서 비운의 첼리스트 쟈클린 뒤 프레의 삶이 떠올랐는지, 쟈클린에게 이 곡을 헌정하면서 이 곡에 <쟈클린의 눈물>이란 제목을 붙였습니다.  

오펜바흐는 자신의 작품 천국과 지옥에 나오는 곡이 캉캉춤의 춤곡으로 쓰일 만큼 주로 경쾌한 곡을 많이 썼는데, 이렇게 애절한 곡도 썼군요. 그래서 이 곡은 원래 자신의 이미지와 맞지 않아 발표하지 않고 남겨둔 것인가? 

그런데 쟈클린 뒤 프레의 삶이 어떠했기에 베르너가 이런 애절한 곡을 쟈클린에게 헌정한 것일까요? 원래 쟈클린은 16살 때 엘가의 첼로 협주곡으로 데뷔하여 BBC 방송이 지난 300년간 영국이 낳은 가장 뛰어난 기악가라고 평을 할 정도로 뛰어난 첼리스트였습니다. 그리고 결혼도 피아니스트 겸 지휘자 다니엘 바렌보임(1942~ )과 함으로써 누구나 부러워하는 음악가 커플이 되었습니다. 

 

   
▲ 비운의 첼리스트 쟈클린 뒤 프레

그러나 천재는 요절한다고 했던가? 쟈클린은 다발성 경직이라는 불치병에 걸려 생명과도 같은 첼로를 손에서 놓아야 했고, 이후 42살이라는 젊은 나이에 삶을 마쳐야 했습니다. 이것만으로도 비운의 천재 첼리스트라고 할 만 하겠지만, 여기에 더하여 사람들로 하여금 그녀에게 동정의 눈물을 흘리게 한 것은 그녀 남편 바렌보임의 뻔뻔함 때문입니다.  

바렌보임은 쟈클린이 음악가로서의 생명도 다 하고, 불치의 병으로 여자로서의 매력도 잃어가자, 러시아 출신 피아니스트와 딴 살림을 차려 이미 쟈클린이 살아 있을 때에 애를 두 명씩이나 낳았다고 합니다. 이것만으로도 여자들은 바렌보임에게 돌을 던질 만한데, 바렌보임은 이번에는 조약돌이 아니라 아예 짱돌이 날아갈 만 한 행동을 합니다.  

아무리 정이 떨어진 아내라고 하더라도 그 아내가 세상을 떴으면 장례식에는 못갈 망정 그 무덤에라도 한 번 찾아가봐야 하지 않겠습니까? 그런데 바렌보임은 쟈클린의 무덤에 한 번도 찾아간 적이 없다는군요. ~~~ 이 정도면 저라도 앞에 바렌보임이 있으면 주먹이 한 번 날릴 것 같습니다. 

이 정도면 사람들의 비난으로 바렌보임의 음악적 생명도 끝날 것 같지만, 바렌보임이 워낙 뛰어난 지휘자여서 그런지, 바렌보임은 지금도 세계적인 지휘자로 활약하고 있습니다. 음악적으로 뛰어난 활동을 할 뿐만 아니라, 세계 평화를 위해서도 활동을 많이 합니다. 바렌보임은 유대인이지만 팔레스타인 출신의 석학 에드워드 사이드와 함께 1999년 아랍과 이스라엘의 젊은이들로 구성된 <서동시집(西東詩集) 오케스트라>를 창단하여 평화를 위한 음악 활동을 펼치고 있습니다 

 

   
▲ 다니엘 바렌보임의 <서동시집 오케스트라> 음반

오케스트라 이름이 서동시집인 것이 특이하지요? ‘서동시집이란 이름은 괴테가 페르시아 시인 하피즈의 시를 읽고 감명을 받아 쓴 서동시집(West-Eastern Divan)에서 따온 것이라고 합니다. 서동시집 오케스트라는 2005년 위험을 무릅쓰고 팔레스타인 임시수도 라말라에서 평화의 연주회를 가졌고, 2011년에는 임진각에서도 연주회를 가졌습니다.  

그리고 바렌보임이 2004년 이스라엘의 울프재단이 주는 음악상 수상자로 결정되었을 때 한 사건이 있었습니다. 이 때 바렌보임은 자기의 조국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을 부당하게 탄압한다고 생각하여, 이스라엘 대통령과 의원 장관들도 참석한 시상식장에서 팔레스타인을 탄압하는 이스라엘의 정책을 비난하여 파란을 일으켰습니다. 뿐만 아니라 2008년에는 아예 팔레스타인 시민권까지도 취득하였구요.  

이기적인 바렌보임이 이렇게 평화주의자로 변신하였다는 것은 정말 놀라운 일입니다. 아마 바렌보임이 사이드를 만나면서 그의 인품과 사상에 감화되었기 때문에 그렇게 변화된 것 아닐까요?  

아무튼 애절한 <쟈클린의 눈물>을 들으면서 이리저리 떠오르는 생각을 두서없이 적어보았습니다. 마지막으로 바렌보임이 울프상 수상식장에서 말한 수상소감을 여기에 옮겨보며 제 이야기를 마칠까 합니다. 그런데 이거~ 쟈클린을 추모하고 바렌보임을 비난한다는 것이 마지막엔 그의 평화 사상을 찬양하는 것으로 끝나버렸네요.  

“1952년 열 살 때 저는 이곳 이스라엘로 이주해왔습니다. 이스라엘 독립선언문을 발표한 지 4년째 되는 해였죠. 이스라엘 독립선언문엔 우리의 건국이념은 자유와 정의, 복지 실현이다. 신앙과 인종, 성별에 관계없이 모든 국민은 사회적·정치적 권리를 보장받으며 종교, 사상, 언어, 교육, 문화의 자유를 누릴 수 있다. 또 이스라엘은 모든 접경국 및 접경국 국민과 평화, 우호 관계를 맺는다라고 적혀 있습니다.  

저는 이스라엘 독립선언문과 현재 우리가 처한 상황에 비추어 질문을 던지려 합니다. 과연 이스라엘이 남의 땅을 점령하고 그 국민을 지배하는 것이 독립선언문의 정신에 부합하는 일입니까? 독립이라는 미명하에 다른 나라의 기본권을 희생하는 것이 정당합니까? 우리가 고난과 박해의 역사를 겪었다 해서 이웃 국가의 기본권을 침해하거나 고통을 야기할 면죄부를 얻은 것일까요?  

오직 군사적 폭력만이 분쟁을 해결할 수 있을까요? 사회정의에 입각해 실용주의적이고 인도주의적인 해결책을 찾는 것이 옳지 않겠습니까? 전 저 자신을 꾸짖습니다. 왜 진작 평화적인 해결책을 찾아보지 못했던가? 우리는 스스로에게 끊임없이 질문을 던져 보아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