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최운선 교수] 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그림을 그리고 싶어 하는 화가가 있었다. 어느 날 그는 결혼을 앞둔 예비 신부에게 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것이 무엇이냐고 물었다. 그러자 신부는 수줍어하며 대답했다. “사랑이지요.” 하고 대답했다. 그러면서 그 신부는 “사랑은 가난을 부유하게, 적은 것을 많게, 눈물도 달콤하게 만든답니다. 사랑 없이는 아름다움도 없어요.”라는 말을 했다.
화가는 신부의 이야기에 고개를 끄덕였다. 이번에는 목사에게 똑같은 질문을 던졌는데, 목사는 “믿음이지요. 하나님을 믿는 간절한 믿음이야말로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습니다.” 하고 말했다. 그는 목사의 말에도 수긍했다.
그러나 두 사람 이야기에 만족하지 못한 화가는 그보다 더 아름다운 무엇이 있을 것만 같았다. 그런데 때마침 지나가는 한 지친 병사가 있어 물었더니 병사는 “무엇보다도 평화가 가장 아름답고, 전쟁이 가장 추하지요.”라고 대답했다. 순간 화가는 사랑과 믿음과 평화를 한데 모으면 가장 아름다운 작품이 될 것 같았다.
그런데 그 방법을 생각하며 집에 돌아온 그에게 ‘아빠’ 하며 안겨오는 아이들의 눈 속에서 믿음을 발견했다. 그리고 또 ‘어세오세요’ 하며 반갑게 맞이해 주는 아내의 눈에서 사랑을 보았다. 화가는 그제야 사랑과 믿음으로 세워진 가정에 평화가 있음을 깨달은 것이다. 그 후 화가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그림을 완성했다. 그것은 다름 아닌 ‘가정’인 것이었다.
이 세상에서 우리가 아무리 애를 써도, 화를 내도, 거부를 한다 해도 바꿀 수 없는 것이 있다. 그것은 우리를 둘러싼 환경과 조건이다. 바로 내가 속해 있는 가정인 것이다. 그러나 우리의 뜻으로 바꿀 수 있는 것도 있다. 어려운 가정의 환경과 조건을 아름답다고 받아들이는 우리의 마음가짐이다.
어려운 가정환경과 여건을 투정하고 불평하는 사람들, 그들은 매우 어리석은 사람들이다. 그러나 어려운 환경이라도 자신의 마음을 다스리는 사람들은 현명한 사람들이다. 살다보면 누구든지 자신의 삶과 관련된 난관은 있다. 그리고 살기 위해서는 그 난관을 풀어 나가야 한다. 자신에게 주어진 숙제는 자신의 능력만으로 해결할 수밖에 없는 숙명적인 것이다.
다산 정약용이 쓴 장천용전에서 천용은 아내가 있었는데, 그녀는 얼굴이 지극히 못생기고 오래전부터 중풍으로 인한 마비증세가 있어 길쌈도 못하고 바느질도 못하며 밥도 짓지 못하고 애도 낳지 못하면서도 성질 또한 매우 사나웠다고 한다. 그녀는 항상 누워있으면서도 천용에게 욕설만 퍼부었지만, 천용은 그녀를 정성껏 보살피는 일에 조금도 게을리 하지 않았다고 한다.
부인이라면 길쌈도 하고 바느질도 하고 밥도 잘 짓고 아이도 잘 낳아야 하는데 그러지는 못하면서 언제나 누워 있으며 성질까지 고약하여 남편에게 항상 욕만 퍼붓는 아내와 함께 살아가는 천용의 불행은 이만저만한 것이 아니었다.
그러나 천용은 그런 아내를 성심을 다해 돌봐주고 보살펴주었다. 가난하고 힘이 약한 예술가인 천용은 아내까지 어질지 못하고 오랫동안 환자로 누워 있는 그녀를 위해 최선을 다했으니 보통 사람이라면 감내하기 어려운 처지임이 분명했다. 이는 불행과 비운을 아름답다고 받아들이는 천용의 마음가짐인 것이다.
그러나 바꿀 수 없는 여건이나 가정환경을 투정하고 불평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이들은 불행에 빠져 신음하는 사람들이다. 특히 이러한 사람들은 자신들의 시간과 열정, 사랑을 평소에 저축해 두지 않은 사람들이다. 우리가 살아가면서 평소에 사랑을 저축해 두지 않으면 나중에 정작 그것이 자신에게 필요할 때 찾아 쓸 것이 없다. 장천용은 아마도 사랑의 저축 잔고가 산처럼 많이 쌓여 있을 것이다.
▲ 우리는 아름다운 사랑의 대출이 필요하다. (그림 이무성 한국화가)
이제 가족들을 위해 사랑의 대출이 필요할 때이다. 그 까닭은 사랑의 잔고가 이미 비어있기 때문이다. 결혼 전에 저축한 사랑의 잔고는 결혼하고 나서 직장생활, 내 집 마련, 동창회모임, 회식, 직장상사 눈치 보기, 주식투자 등으로 소진되었기 때문이다. 이제부터라도 당장 필요한 사랑을 대출받아 가족에게 베풀어야 한다. 그리고 열심히 노력하여 미래를 위해 사랑을 저축해야 한다. 그래야 미래가 행복해 질 수 있다.
그러나 우리들은 현재의 상태를 그대로 유지하고 싶은 마음에서 대부분 자신의 변화되는 모습을 두려워한다. 그 이유는 또 다른 변화를 요구하는 환경이 다가오면 두려워하기 때문이다. 모두가 익숙해지면 너무도 쉽게 여겨지는 일들이 처음에는 어렵게 느껴지지만 시간이 지나면 자신에게 가장 익숙한 행동이 바로 사람의 습관이다.
습관적으로 만나는 사람들, 익숙한 장비, 도구, 익숙한 가족 등등……. 가족이 가까운 이유는 혈연관계이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늘 함께 살아서 익숙한 까닭도 있다. 자신의 치부까지도 사랑해줄 수 있는 사람들이기에 가족은 더욱 익숙해 질수 있다. 그래서 가장 존귀한 가족들을 위해 우리는 아름다운 사랑의 대출이 필요하다.
그런데 자신이 저축한 사랑의 잔고도 없이 사랑의 대출조차 꺼려하고 살아가는 사람들이 너무나도 많다. 지금도 가족을 외면하고 자녀를 기계적 사고로 대하고 부모를 헌신짝처럼 취급하며 살아가는 사람들, 그들에게 우리 사회가 진정한 사랑의 대출을 해줄 때가 아닐까 생각해 본다.
최운선 : 한국독서논술교육평가연구회 지도교수 / 문학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