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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한범 교수의 우리음악 이야기

이몽룡, “어사 된 것은 장모의 정성이 절반”

[국악 속풀이 299]

[우리문화신문=서한범 명예교수]  지난주에는 4색의 창극 가운데 심청가의 한 대목인 뺑파전을 소개하였다.

 

뺑파역을 아주 멋스럽게 열연한 세천향 민속예술단원 손미영, 심봉사 역의 정성룡, 황봉사 역의 오영지, 그리고 도창의 이준아 등이 최선을 다해 열연하였다는 이야기, 심청가는 봉사 아버지를 위해 팔려간다는 심청의 효심을 극대화하한 이야기로 곽씨 부인과 심청이를 떠나보낸 심봉사가 슬픔에 젖어 살다가 주위의 권유로 뺑덕이(뺑파)라는 여인을 맞이하게 되고, 그 이후 갖가지 재미있는 이야기들이 바로 뺑파전이며 뺑파의 등장으로 인해 극의 분위기가 또 다른 웃음바다로 안내되고 있다는 이야기를 하였다.

 

이야기의 전개나, 뺑파역, 황봉사의 역할을 맡은 소리꾼들이 창과 함께 실감나는 연기실력을 보여주어 시종 웃음을 참을 수 없게 만들었는데, 예를 들면 사또가 부른다는 소식을 접한 심봉사 사또가 나하고 골프를 치자는 얘기인가! 바둑이나 두면서 세상 돌아가는 이야그나 하자는 것이것제한다든가, 뺑덕이네가 당신이 사회발전의 비젼을 갖고 있어 부르겄소? 하는 부분 등이 유머가 담긴 대사라는 점을 들었다.

 

또 곽씨 부인의 죽음이나, 홀로 젖을 얻어 먹이며 심청을 키우는 과정, 심청이 팔려가는 과정 등 이야기 전체가 슬픈 줄거리에 얽매이는 와중에 뺑파라는 여인을 등장시킴으로 해서 잠시 해학과 풍자로 극적인 분위기를 전환하는 과정이 바로 뺑덕의 등장이라는 이야기도 하였다.

 

이번 4색 판소리마당에서는 이 부분만을 별도로 현대적인 감각으로 재미있게 꾸민 것이어서 객석의 반응도 뜨거웠고, 앞으로의 창극 활성화에 크게 도움이 될 것이라는 이야기 등을 하였다.

 

이번 주에는 4색의 판소리마당 가운데 춘향전 이야기로 그 중에서도 어사상봉 대목 이야기가 되겠다. 신선미를 느끼게 하는 배역들로 월매는 신선영양, 이도령은 정해윤양, 향단역에는 박채은양 등이 열연하여 박수를 받았다.


 

판소리 춘향가는 이몽룡과 춘향이가 만나 사랑하고 이별하게 되며, 변 사또의 수청 요구와 춘향의 거부가 대립각을 세우다가 춘향이 승리하는 인간 드라마이다. 특히 이 어사상봉 대목은 이도령이 어사가 되어 남원 춘향집에 오게 되고 월매를 만나고 옥에 갇힌 춘향을 만나게 되는 대목이다.

 

그러니까 상황은 권력에 밀린 춘향이가 옥중에 갇혀 있고, 이 도령 소식이 없자, 슬픔은 극대화되어서 처절한 분위기가 이어지지만, 이 상태로 끝맺음을 하지 않고, 반전의 기회를 웃음으로 제공하면서 분위기를 잠시 전환하는 것이다. 월매의 간절한 기도 모습을 이 도령이 목격하게 되는데, 이 때 만일 성급하게 문을 열고 들어가 내가 암행어사가 되어 돌아왔으니 걱정말라고 안심시켰다면 이야기는 매우 싱겁게 끝나 버릴 것이다. 바로 월매와 향단이가 지극정성으로 비는 대목부터 이도령과 월매의 수작이 슬픔에 차 있는 극의 분위기를 반전시키기 시작하는 대목이다.

 

비나이다, 비나이다. 하느님 전에 비나이다. 올라가신 이몽룡을 전라감사나 전라어사나 양단간에 점지하여 내 딸 춘향을 살려주오. 향단아 단상에 물 갈거라. 비는 날도 오날이요. 지성신공도 오늘 밖에는 또 있느냐. 아이구! 오늘이라도 우리 사위 감사나 어사가 되어오면 내 딸 춘향을 살리련마는 어이하여 못 오는고탄식하는 상황으로 슬픔은 극에 달한다.

 

이 때, 대문 밖에서 집안 동정을 살피던 이몽룡은 선영의 덕으로 어사가 될 줄만 알았더니 여기 와서 살펴보니 장모와 향단이 비는 덕이 절반이 훨씬 더 된다는 점을 인지하게 된다. 그러나 이대로 들어갔다가는 저 호랑이 할멈 성질에 상추쌈을 당할 테니 밖에서 잠시 속여 보는 수밖에 없다고 생각하고 사람을 부르기 시작한다. 이 대목이 바로 웃을 수 있는 여유를 만들어주는 재미있는 부분이다. 잠시 대본을 그대로 따라가 보기로 한다.


 

이도령 ; 이리 오너라. 게 아무도 없느냐. 이리 오너라.

월매 ; 예 향단아, 너의 아씨가 죽을랴고 성주 조왕이 모두 발동을 하였는지, 밖에서 어떤 놈이 토담 무너지는 소리가 나는구나 좀 나가 보아라.

향단 ; (눈물을 닦으며 대문 쪽으로 가서) 누구를 찾으시오...

몽룡 ; ! 너이 마나님을 좀 뵙고자 여쭈어라.

향단 ; (월매에게 가서) 마나님 밖에서 어떤 걸인이 와서 마나님을 뵙제요.

월매 ; 아이고 이년아! 내가 이 정황에 누구를 만나야. 마나님 안 계신다고 살짝 따 보내라.

향단 ; (몽룡앞으로 가서) 우리 마나님 안 계신다고 살짝 따서 보내래요.

몽룡 ; 에이, 너이 마나님에게 가서, 따란 말까지 다 들었으니 그렇게 딸 것 없이 잠깐 나오시라고 여쭈어라.

향단 ; (다시가서) 마님, 그 사람이 따란 말까지 다 들었다고, 딸 것 없이, 잠깐 나오시래요.

월매 ; 이런 급쌀 맞을 년아! 따란 말까지 다 했으니, 그 사람이 갈 것이냐?

못 간다고 그래!!

향단 ; (다시 몽룡 앞으로 가서) 우리 마나님 못 나오신데요.

몽룡 ; 내가 여기서 죽고 보면, 초상 칠 일이 걱정이니, 잠깐만 나오시라구 여쭈어라

향단 ; (다시 월매에게 간다) 여기서 죽으면 초상칠 일이 걱정이니, 잠깐 나오시래요. 마님 나가 보시와요.

월매 ; 웟따매... 급쌀맞을 년, 심부름 하나 똑똑히 못하는 년! 저리가 이년아!

향단 ; (나간다)

월매 ; 아니, 대관절 누가 이렇게 귀찮게 오라니, 가라니, 야단이라냐!


 

별 의미도 없는 향단의 중간 심부름으로 인해 슬픔과 긴장 속으로 몰아넣었던 관객들을 한바탕 웃게 만들어 주는 것이다. 웃을 수 있는 밝은 분위기로 전환시켜주는 향단의 약간 모자라는 듯한 역할이야말로 이 대목에서 중요한 역할이 될 것이다. (다음 주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