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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한범 교수의 우리음악 이야기

국악의 대중화를 원한다면 소규모 창극을 확산시켜라

[국악속풀이 300[

[우리문화신문=서한범 명예교수]  지난주에는 4색의 판소리마당 가운데 춘향전의 이야기, 그 중에서도 어사상봉대목에 대한 이야기였다. 월매와 향단이가 정화수를 받쳐 놓고 정성을 다해 비는 대목은 슬픔이 극대화되어 처절한 분위기가 이어졌지만, 그 속에서도 웃음을 제공하고, 반전의 기회를 만드는 대목이 바로 어사상봉대목이라는 이야기, 딸 춘향을 위해 정성을 다해 비는 월매의 모습을 대문 밖에서 살피던 이몽룡은 스스로가 어사된 것이 우리 선영의 덕인 줄만 알았더니 우리 장모와 향단이 비는 덕이 절반이 훨씬 더 된다는 점을 인지하게 되었다는 이야기를 했다.

 

그러면서 장모를 불러내고자 하는 이도령의 끈질긴 요구와 안에서 버티는 월매와의 신경전이 향단을 중간에 놓고 웃을 수 있는 여유를 만들어주는 재미있는 부분이라는 이야기, 특별한 이유가 있어서가 아니라, 이도령의 나와라와 월매의 못나간다의 신경전이 향단의 심부름을 통해 웃음을 제공하게 되는데, 바로 이러한 대목이 슬픔과 긴장 속으로 몰아넣었던 관객들을 한바탕 웃게 만들어 주는 대목이 된다는 점, 이러한 의미에서 월매와 이도령의 대화를 이어주는 향단의 역할은 매우 중요한 역할이란 점 등을 이야기 하였다.

 

이 도령의 끈질긴 요구에 결국 월매가 대문 밖으로 나오게 되었고, 옥신각신하며 서로를 확인하는 과정을 그린 이야기가 이어진다.


 

월매의 창이다. “그 누가 날 찾나. 그 누가 날 찾나, 날 찾을 리가 없 것만은 거 누가 날 찾어, 내 신수 불길하야 무남독녀 딸 하나를 금옥같이 길러내어 옥중에다 넣어두고, 명재경각(命在頃刻)이 되었는데, 무슨 정황이 있다고 날 찾아왔어. 날 찾을 사람 없네.”라며 단호하게 나를 찾을 사람이 없다고 단정한다.

 

그런데 김세종 소리제에는 걸인이 와서 동냥 달라는 줄 알고, 걸인을 쫒으러 나오면서 허허 저 걸인아, 물색 모르는 저 걸인, 알심 없는 저 걸인, 남원부 중의 성안, 성외 나의 소문을 못 들었나, 내 신수 불길하여 내 딸 어린 춘향이 무남독녀 딸 하나를 옥중에 굳이 갇혀 명재경각 되었는디, 동냥은 무슨 동냥? 눈치 없고, 알심 없고, 속없는 저 걸인, 동냥 없네 어서 가소,”로 부르는 것이다.

 

어사또가 된 이도령이 밖으로 나온 장모에게 부채로 얼굴을 가리면서 어허 늙은이가 나를 몰라? 경세우경년(經歲又經年-세월 지나고 또한 해가 가니) 하니 자네 본제가 오래여. 세거인두백(歲去人頭白-세월이가면 사람의 머리는 희게 된다는 말) 하여 백발이 완연하니 자네 일이 허허 말 아닐세. 내가 왔네.


 

허허 늙은이, 나를 몰라?”하면서 서로를 확인하는 대화가 시작되는 것이다. 이 대목도 웃음을 자아내게 되는 재미있는 대목이어서 극본을 그대로 따라가 보도록 하겠다.

 

월매 ; 내라니 누구요? 말을 하여야 내가 알지.

덮어놓고 내라고만 하니 내가 자네를 알 수 있나?

해는 저물어가고 성()부지, ()부지 한데, 내가 자네를

알 수 있나! 자네는 성도 없고 이름도 없는가?

몽룡 ; 내 성이 이()가라 해도 날 몰라?

월매 ; 이가라니, 어떤 이가?

(), 성 밖 많은 이가, 어느 이가인줄 내가 알아?

몽룡 () 허허 장모가 망령이요. 장모가 정녕 모른다고 하니 거주성명을

일러줌세. 한양 삼청동 사는 춘향 낭군 이몽룡, 그래도 자네가 날 몰라.

월매 (깜짝 놀라며) 뭣이 자네가 이몽룡이여!

몽룡 어...그러이.

월매 자네가, 자네가 정녕 내 사위 이몽룡인가?

몽룡 자 보소, 틀림없지 않은가! (얼굴을 내민다)

월매 아이고 이 사람아! 어찌 그리도 무정하고 야속한가!

어디보세. 오매불망하는 우리 사위

() 왔구나 우리 사위 왔네, 가드니만은 영영 잊고, 일장소식이

돈절하여 야속하다고만 하였는디, 어디를 갔다가 이제 왔나.

하늘에서 떨어졌나, 땅에서 불끈 솟았나,

예 향단아! (향단이 뛰어나온다)

월매 () 예 향단아! 저 거 한양 서방님이 오셨다.

향단 () ? 한양 서방님이요

월매 오냐. (몽룡의 도포끈을 어깨에다 매고)

월매 () 들어가세 이 사람아, 뉘 집이라고 아니 들어오고 문 밖에서

주저만 하는가, 들어가세, 들어가세.

내 방으로 들어가세.



춘향집에 찾아온 사람이 다름 아닌 사위 이몽룡임을 확인하고 함께 방으로 들어가는 것으로 단막 창극은 막이 내린다. 이 몽룡을 확인하는 과정에서 빚어지는 이야기들이 재미있게 전개되어 관객을 웃게 만드는 대목이 바로 어사상봉 대목인 것이다. 그 뒤로 이어지는 이야기도 만만치 않다.

 

이도령이 향단에게 밥 한 술 가져오라고 주문하는 소리에 월매는 촛불을 들고, 이 도령의 얼굴을 확인하더니 들었던 촛불을 내던지며 아이고 죽었구나, 죽었구나, 내 딸 춘향이는 영 죽었네, 못 믿겠네, 그 자리에 펄썩 주저앉아 방성통곡으로 울음을 우는 것이다. 그러나 이 대목에서 이제는 아무도 슬퍼하지 않는다. 이미 어사가 되어 돌아온 것을 모두가 알고 있기 때문이다. 신선영, 정해윤, 박채은 등이 젊은 소리꾼들이 열연하여 시민들과 각급 학생들로부터 힘찬 격려의 박수를 받았다.

 

이렇게 어렵게 연습을 하고 힘겹게 무대에 올린 작품이니 만큼 1회성 공연으로 끝내지 말고, 도내 각 시군이나 구청, 문화원, 초등학교 등을 순회하며 많은 사람들이 함께 우리의 멋과 가락에 함께 하기를 바란다. 토막 소리를 원래의 방법으로 혼자 공연하는 것보다, 단막극 형식으로 연출하면 재미도 있고, 내용의 이해도 훨씬 빠르기에 애호가들을 확보하기 용이하리라 믿는다. 그러므로 경북도가 혹은 경주시가 국악의 대중화, 저변을 위해 앞장서겠다는 의지가 있다면 이러한 소극장 무대를 지속적으로 열어 주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