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예전의 열두 마당 중, 현재는 <흥보가>, <춘향가>, <심청가>, <수궁가>, <적벽가> 등이 전창되고 있다는 이야기, 흥보의 도움을 받은 제비는 이듬해 보은(報恩)의 박씨를 물어다 주었고, 그래서 부자가 되었는데, 이처럼 사람이 아닌 금수(禽獸), 곧 날 짐승이나 들짐승들이 사람에게 은혜를 입고 이를 잊지 않고 갚는다는 따뜻한 이야기는 흥보가 이외에도 많이 전해지고 있다는 이야기도 곁들였다.
그뿐만 아니라 명창 권삼득은 <흥보가>중에서도 설렁제로 부르는 제비 후리러 나가는 대목을 잘 불렀는데, 설렁제란 덜렁제, 권마성제, 드렁조라고도 하며, 경박한 인물들이 거드럭거리며 외치는 높고 큰 소리로 경쾌하고 씩씩하게 부르는 소리제를 말한다는 이야기, <흥보가> 중 유명한 대목들은 놀보 심술대목, 흥보 돈타령, 중타령, 집터 잡아주는 대목, 박씨를 물고 날아오는 제비노정기, 흥보 아내의 가난타령, 박타령, 비단타령, 화초장타령, 사당패소리나 각설이 타령 등등이란 이야기도 하였다.
조선조 후기, 흥보가를 잘 불렀던 명창은 권삼득이 있었고, 순조 때의 중고제의 명창 염계달, 그리고 박속에서 나온 궤에 돈과 쌀이 그득해서 이를 쏟아내는 대목을 잘 불렀다고 하는 문석준의 이름도 전해지고 있다. 이 대목은 문석준이 짜 넣은 대목으로 알려져 있어 그의 재기를 알 수 있다.
이렇게 신나는 대목을 느린 진양 장단으로 부르게 된다면 이는 상황에 맞지 않을 것이다. 춘향가의 암행어사 출도대목을 느린 장단으로 부른다고 가정해 보면 전연 그 분위기에 맞지 않을 것이다. 신나는 대목, 시급을 요하는 대목들은 빠른 휘몰이 장단으로 처리하는 것이 상황에 맞는 박자인 것이다.
“궤 두짝을 톡 톡 떨어놓고 보니 도로 하나 수북, 톡톡 떨어 붓고 돌아섰다, 돌아보면 쌀과 돈이 도로 하나 가뜩, 비어내고, 비어내고, 비어내고, 비어내고,”상상만으로도 정말 기분 좋은 대목이 아닐 수 없다.
흥보가를 잘 부른 또 다른 명창으로는 수원의 한송학이나, 철종 때의 명창 정창업, 충청도 한산의 정흥순이나 최상준의 이름도 유명하다. 이 가운데 정창업의 소리는 서편제 소리로 고종 때 5명창의 한 사람이었던 김창환에게 이어졌다.
5명창은 김창환(1854-1927)고 함께 송만갑(1865-1939), 이동백(1867-1950), 김창룡(1872-1935), 정정렬(1876-1938) 등을 이른다. 김창환은 1900년대 초, 원각사에서 창극을 이끌었는데, 특히 그가 장기로 부른 대목은 제비가 강남에서 박씨를 물고 흥보집까지 날아오는 과정, 즉 제비노정기 대목이었다고 한다.
김창환이 장기로 부르는 이 대목은 서편제 소리임에도 동편제 소리를 하는 소리꾼들도 김창환의 더늠으로 부르고 있을 정도라고 하니 그의 음악성을 짐작하게 하는 대목이라 하겠다. 김창환의 서편제 <흥보가>는 김봉학, 오수암, 박지홍을 통하여 정광수, 박초월, 박동진에게 전해 졌고 이들의 제자들에 의해 널리 불리고 있다.
김창환과 함께 원각사에서 활발하게 활동하던 고종 때 5명창의 한 사람이었던 송만갑도 <흥보가>를 잘 불렀는데, 그의 더늠은 흥보가 박을 타며 부르는 박타령이었다고 전한다. 송만갑이 전한 <흥보가>는 앞에서 소개한 정창업-김창환으로 이어지는 서편제 소리와는 분위기가 다른 동편제 소리이다. 동편제는 기교보다는 발성 자체가 힘차고 꿋꿋하게 부르는 소리라 하겠다.
이러한 동편제 <흥보가>의 계보는 송흥록을 시작으로 그의 동생, 송광록과 그의 큰 제자 박만순에게 전해 졌고, 송광록은 그의 아들 송우룡에게, 송우룡은 전도성, 송만갑, 유성준 등에게 전해 주었다.
송우룡으로부터 동편제 소리를 이어받은 송만갑은 장판개를 비롯하여 김정문, 박봉래 등에게 전해 주었고, 김정문의 소리는 박녹주, 강도근에게 이어졌다. 그리고 송만갑의 또 다른 제자 박봉래는 그의 아우 박봉술에게 전해 주었다고 한다. 김정문으로부터 흥부가를 이어받은 여류명창 박녹주는 김소희, 박귀희, 한애순, 성우향, 박초선, 조상현 외에 수많은 판소리 명창들에게 전해져 풍성한 결실을 맺었다 할 것이다.
그러므로 현재 판소리 <흥보가>를 부르는 원로 명창들이나 중견들은 대부분 송흥록-송광록-송우룡-송만갑-김정문-박녹주로 이어지는 소리를 부르고 있는 상황이다. 또한, 대부분 명창들이 부르는 <흥보가>의 놀보 박타는 대목이 생략되어 있는 것은 이 대목이 바로 재담이 많고 놀이패들이 잡가를 부르는 대목이 많아서 여류창자들이 이를 꺼려하였기 때문이라고 전해오는데, 이러한 맥락에서 <흥보가>의 대모 격인 박녹주의 것도 놀보가 제비 후리러 나가는 대목까지만 짜여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