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도쿄 이윤옥 기자] 요즈음 한국에서는 혼자 먹는 밥 ‘혼밥’, 혼자 먹는 술 ‘혼술’ 같은 말이 유행한다. 혼자 술집에 들어가거나 혼자 식당에 들어가는 것이 어색한 시대를 살아서 그런지 일본에서 혼자 식당에 들어설라치면 왠지 주변을 의식하게 되지만 이곳 사람들의 '혼밥'은 흔한 일상일 뿐이다. ‘혼밥’ 같은 새로운 낱말을 만들 필요조차 없을 만큼 일반화 된 이야기라고나 할까?
“한국 식당에서 불만은 2인용 이상 주문 가능” 같은 ‘차림표’라고 말하는 일본사람들이 있다. 반면 일본의 식당은 혼자 들어가서 밥 먹는게 너무도 당연하여 우리처럼 따로 “2인용 이상” 같은 이상한 차림표는 존재하지 않는다.
일본 대도시 역전 앞에는 ‘빠르고, 싸고, 맛있는’ 식당으로 <요시노야(吉野家), 1899창업>, <마츠야(松屋), 1966창업>, <스키야(すき家), 1982년 창업> 같은 식당이 성업 중이다. 이들 식당의 역사가 몇 십 년씩 되고 있는 것을 보면 일본인들의 ‘혼밥’ 역사가 결코 짧지 않음을 알 수 있다.
관광차 일본에 와서 끼니가 걱정되거나 마땅한 먹거리를 발견 못한 사람들은 위 식당을 찾아가면 김치비빔밥, 김치돼지고기 덮밥 등 한국인의 입맛에 딱 맞는 메뉴를 500엔(5천원) 전후로 사먹을 수 있다. 이들 식당은 대개 역 주변에 있어 찾기도 편하다.
더욱 좋은 것은 1인분 장사에 인색한 한국과 달리 1인분이라도 미니(미니, 소), 보통(나미, 중 ), 고봉(오오모리, 대)으로 그 량을 달리하고 있어 합리적이라는 생각이다. 물론 돈도 량에 따라 다른데다가 야채나 날달걀, 미소시루(된장국) 등 단품으로 얼마든지 추가로 시켜 먹을 수 있으니 혼밥족에게는 그야말로 일석이조다.
대가족 중심의 농경사회에서야 온 가족이 함께 밥을 해먹고 함께 논이나 밭으로 나갔겠지만 산업화 사회에서 가족이 함께 밥을 먹는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이른 아침부터 밤늦게까지 학교공부다 뭐다해서 가족과 식탁에 편하게 앉아 있을 시간이 없는 자녀들과 역시 이른 출근에 잦은 야근을 하는 아버지 그리고 맞벌이로 총총 걸음인 어머니 등 일가족이 모두 바빠 버린 한국사회에서 어쩌면 ‘혼밥’은 벌써 있어 왔던 일일지도 모른다.
다만 요즈음 신조어인 ‘혼밥’은 젊은층 생활 패턴을 말하는 것일 것이다. 혼자 밥 먹고, 혼자 술 먹고, 혼자 영화 보고, 혼자 커피 마시는 일 따위가 남의 나라 일인 줄 알았는데 이제 한국도 일본처럼 특히 ‘혼자 먹기 좋은 밥집’인 요시노야, 마츠야, 스키야 같은 식당 등이 필요할지 모르겠다. 기자도 오늘 일주일째 이들 식당에서 끼니를 해결하고 있다. 물론 이런 식당 말고도 라멘(라면)집, 우동집, 소바집 등등도 있지만 밀가루 따위를 별로 안좋아하다보니 싸고, 빨리나오고, 맛있는 이런 밥집을 이용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