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해안에는 어류자원이 풍부해서 인천 근해에도 어선들의 고기잡이가 활발했고, 썰물에는 마을 아낙네들이 갯가에서 조개 등 어패류를 채취하였는데, 육체적 노동의 과정을 노래와 춤으로 함께 하면서 이겨냈다는 점, 이러한 현상은 어업뿐 아니라 어초(魚樵)에서부터 논밭을 경작하거나 김을 매는 경운(耕耘)을 생업으로 삼는 민중들의 반려가 되었다는 점을 얘기했다.
또 인천을 중심으로 한 서해안 지역의 어업 관련노래에는 남정네들의 <어선 뱃노래>와 <시선 뱃노래>가 있고, 아낙네들의 <갯가노래> 등이 대표적이란 점, 어선 뱃노래에는 <닻감는 소리>를 비롯하여 <노젓는 소리>, <바디소리>, <배치기>, <쟁기소리>와 <간닦는 소리> 등이 포함되고, 시선뱃노래에는 <노젓는 소리>, 그리고 여성들이 부르는 갯가노래에는 <군음>과 <나나니타령>이 대표적이란 이야기 등을 하였다.
이번 주에는 인천 근해의 뱃노래 가운데 어선 뱃노래는 어떠한 노래들이 포함되어 있고, 언제 부르며, 어떤 내용의 노랫말을 어떠한 형식으로 부르는가 하는 점에 관하여 이야기 하고자 한다.
어선은 바닷가에 정박 할 때 닻을 내리고, 항해할 때는 닻을 감아 올려야 하는데, 이 닻을 감아 올리고 내릴 때 부르는 소리가 바로 <닻감는 소리>이다. 다른 이름으로는 <닻 올리는 소리>, 또는 <닻내는 소리>로도 부른다. 이 소리는 흔히 세 가지 형태의 소리가 존재하는데, 그 하나가 닻줄이 물 위에 떠서 배와 직선을 이룰 때에는 보통 낮은 청(하청)으로 부르다가 닻줄이 배에 접근할 때까지는 중간 청으로 조금 올려서 부르게 된다. 그러다가 닻을 배 위에 올릴 때까지는 상청으로 높게 소리를 낸다. 닻이 무거워 힘을 다해 들어 올려야 하기 때문이다.
작업요에 있어서 빠른 손놀림에는 느린 박자라든가, 많은 음으로 구성된 복잡하고 까다로운 가락을 부르는 것이 아니라, 되도록 쉽고 간단한 구성이 되고 있다. 이 노래도 2~3개의 주요음이 주 구성음이고, 2박 계통의 간결한 리듬과 메기고 받는 형식으로 짜여 있다.
뱃노래의 두 번째 소리는 <노젓는 소리>다.
어선에는 돛을 단 배와 이보다는 규모가 작아 돛을 달지 않는 배로 구분된다. 돛단배는 바람을 받아서 전진하지만, 바람이 불지 않을 경우나 역풍일 때는 뱃사공이 스스로 노를 저어야 방향을 잡고 나아갈 수 있다.
노 젓는 소리는 돛을 달고 어장을 향해 나아갈 때, 특히 날씨가 좋을 때 부르게 되는데, 2인이 서로 메기고 받는 경우도 있고, 4인이 나누어서 소리를 메기고 받기도 한다. 메기는 소리는 다양한 노랫말이 있어서 숙달된 소리꾼들은 끝없이 메기는 소리를 이어 불러나가지만, 받는 소리는 단순하게 “여차 어차, 엉차라 어기야 디야”를 반복해서 부른다.
또한 소리의 빠르기는 물살의 상태에 따라 다르게 부른다. 물살이 빠르면 빠르게 부르게 되고, 물살이 느리면 소리도 여유있고 느리게 부르는 것이다. 메기는 소리 중에는“ 우리배 동사(어부)님들 근력이 좋아 잘두 젓네”, “달은 밝구 명랑한데 고향생각이 절로 난다”, “우리인생은 무슨 팔자로 기박하여 소금에 쪄서 죽은 나무를 거구로 타구서 처자식도 못보고 떠 댕긴단 말이냐”와 같은 상호 격려의 내용이나 신세 한탄조의 내용이 담겨있다.
어선 뱃노래의 세 번째 소리는 바디소리이다.
바디란 그물에 든 고기를 배위로 퍼 올릴 때, 사용하는 도구로 이를 활용하여 작업을 할 때 부르는 소리이다. 대체로 빠른 동작으로 이어지므로 노래 또한 빠르게 부른다. “우리배 바디소리, 멀리서 듣고, 서해바다 시선배, 다모여 든다. 어기디여, 오늘도 만선이로구나”와 같은 노랫말에서 바디질을 열심히 하며 고기를 퍼 올리는 어부들의 작업 모습이나 그 소리를 짐작하게 된다.
인천 근해의 뱃노래에는 배치기 소리가 절정이 된다. 배치기는 고기를 잡으러 갈 때나 고기를 잡을 때 부르는 소리가 아니라 고기잡이를 끝내고 귀향할 때나 바다위에서 시선배나 상선에 팔아넘기게 될 때, 만선의 표시를 하고 배위에서 북, 장구를 치며 춤추고 흥겹게 소리하는 것을 말한다. 배위에서 하는 선상의 배치기가 있는가 하면, 선주(船主)네 집 마당에서 동네 사람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모두 다 함께 하는 마당놀이 형태의 배치기도 있다.
보통 후자의 경우는 배가 항구 근처에 다다랐을 때부터 선상배치기를 시작하여 선주네 마당까지 깃발과 타악기 등을 앞세우고, 행진을 하여 마당에서 춤추고 노래하며 판을 벌이는 경우가 된다. 이때에는 북이며 장고, 징, 꽹과리, 태평소 등 신명을 울리는 모든 타악기들이 노래와 함께 춤을 추며 신명의 놀이판이 벌어지는 것이다.
이 배치기 소리에도 메기는 소리가 있는가 하면, 여러 사람이 함께 받는 소리도 있다. 즉 메기고 받는 형태의 노래인 것이다. 이러한 소리를 통해서 마을 사람들, 남녀노소가 모두 하나가 되는 곧 ‘악자위동(樂者爲同)’의 시간이 만들어지고 서로가 서로를 이해가고 화합하게 되는 것이다.
그 외, 어선뱃노래에는 <쟁기소리>도 있고 <간 닦는 소리>도 있다. 쟁기소리란 앞에서 이야기 한 바디소리처럼 고기가 들어있는 그물을 끌어 올릴 때 부르는 소리이고, <간 닦는 소리>는 배간을 깨끗하게 닦으면서 부르는 소리가 되겠다.
한편, <시선뱃노래>란 고기잡이배가 아니라, 어장에서 잡은 고기를 육지의 항구로 운반하던 배를 말한다. 시선 뱃노래의 노 젓는 소리는 비교적 가락적이며 사설도 한강변의 풍경이나 물살에 관한 사설로 구성되어 있고 메기고 받는 형식이다. 그러나 일반적 작업요와 차이점이 있다면 메기는 소리가 중심을 이루고 받는 소리는 단순한 가락의 반복이 아니라, 양자가 그 비중이 비슷할 정도로 선율적 구성을 갖는다는 점이다. 그래서 작업요의 기능보다는 훨씬 음악적 요소가 풍부하다는 특징을 지니고 있다. (다음 주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