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근해의 아낙네들이 갯가에서 굴을 따거나 조개를 캐며 부르는 노래에는 <군음>과 <나나니타령>이 있는데, 군음이란 자신의 처지를 한탄조로 읊조리는 소리이고, <나나니타령>은 장단이나 선율선이 듣는 사람들로 하여금 흥겹고 정겨우며 친근감을 준다는 이야기, 선소리꾼이 선창을 하면 나머지 대부분의 참여자들이 간단한 소리로 받는 메기고 받는 형식이란 이야기, 단순한 작업요라기보다는 선율구조가 유희요의 성격을 띠고 있으며 노랫말과 장단형이 8장단에 맞추는 규칙적인 진행이란 점도 이야기 하였다.
후렴구는 <나나나나 산이로다. 아니 놀고 뭘 할 소냐>를 굿거리 8장단에 부르고 메기는 소리도 노래말과 장단의 말 붙임이 후렴구와 동일해서 8장단에 부른다는 이야기, 메기는 소리의 가사는 상당수가 있으나 그때그때 분위기에 따라 적절한 가사를 인용하며 즉석에서 재치있게 만들어 부르기도 해서 즉흥성이 강하다는 점, 여성들의 노래로 평소 생활 속에서 빚어진 가족이나 이웃과의 불편한 관계를 슬기롭게 해소하고 서로 서로 손을 맞잡게 되는 좋은 계기를 만들어 준다는 점, 나와 너의 불편한 관계를 털어버리고 화합의 관계로 전환하는 지혜를 발휘해 온 노래라는 이야기 등을 하였다.
이번 주에는 벽파대상을 놓고 겨룬 제4회 전국국악경창대회에 관한 이야기가 되겠다.
지난 11월 19일 서울 성동구 문화원 대강당에서는 경기소리의 대 사범, 벽파(碧波) 이창배 선생을 기리는 벽파대상 전국국악경창대회가 열렸다. 이 대회는 성동구와 벽파 기념사업추진위원회(위원장 이상만)가 주최하고 국가무형문화재 제19호 산타령보존회(이사장 황용주)가 주관한 행사로 한바탕 축제의 분위기속에서 성황리에 막을 내렸다.
본 경창대회가 다른 종합대회와 다른 점이 있다면, 순수하게 경, 서도 민요 단일 종목만을 위한 대회였다는 점이다. 전통음악 가운데 성악분야라고 한다면 우선 가곡이나 가사, 시조와 같은 정가분야가 있다. 특히 정가 중에서도 시조대회는 전국적으로 많은 지역에서 활발하게 열리고 있는 편이다. 그만큼 시조를 좋아하고 부를 줄 아는 애호가가 많다는 이야기가 된다.
판소리도 활발하게 열리는 편이다. 정확한 대회 숫자는 확인하기 어려워도 웬만한 판소리 명창이 태어났거나 활동한 지역에서는 명창을 이름을 앞에 달고 경창대회를 치루고 있다. 이에 견주면 경기민요나 서도민요는 신진의 등용문이 적은 편이어서 신진의 발판 무대가 아쉬웠고, 그래서 다른 성악에 비하면 다소 침체되어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2012년 6월, 한국 민요의 거장, 이창배 선생을 기리는 학술모임을 갖게 되었다. 학술회의의 이름는 《벽파 이창배, 그의 생애와 예술세계》였는데, 각 대학의 교수, 학생, 민요에 관심있는 연구자, 애호가 등 상당수가 참여하여 열띤 논의를 한 것이다. 이 행사는 성동구와 한국전통음악학회가 주최를 하고 성동문화원과 선소리 산타령보존회가 주관하였는데, 이 모임을 계기로 벽파 이창배선생을 기리는 추모 사업의 필요성도 논의가 시작되었고, 그래서 그 이후 추모사업 추진위원회가 결성된 것이다.
이 당시 선생의 기념사업으로 논의된 내용들은 대체로 선생의 동상건립, 전국 경서도 민요 경창대회 개최, 벽파의 저서 재발간 사업, 그리고 미발표 자료 및 유품 전시를 위한 기념관 건립 등이 중심 사업이었던 것이다.
매사 그렇듯이 아무리 의미가 있고 뜻이 있는 사업이라도, 또한 작은 일이라도 이를 실행에 옮긴다는 일은 참으로 어려운 일일진대, 무형문화재 제19호 산타령보존회의 황용주, 최창남 보유자를 비롯한 보존회원들은 이를 하나하나 실행에 옮겨 주었던 것이다. 이미 동상제막은 성대하게 마쳤고, 지난 주 <제4회 벽파대상 전국 경서도 경창대회>를 성황리에 연 것이다.
이번 대회에는 전국 각지에서 300여명이 넘는 경연자들이 출사표를 던졌다고 한다. 이처럼 많은 경연자들이 참가했다는 사실, 그 자체만으로도 본 경창대회의 권위라든가 규모는 충분히 짐작이 되고도 남는다.
국악 뿐 아니라, 서양음악도 그렇고, 대부분의 예능대회에 있어서 출전자들이 몰려드는 대회라고 한다면 일단은 그 대회의 장점이나 권위, 신뢰도가 높은 대회로 평가된다. 흔히, 상장의 훈격이 대통령상이라든가, 아니면 상금이 고액이라든가, 또는 해외 연주여행이나 개인 발표회 무대를 제공해 준다든가, 하는 특전이 있는 경우를 떠올리게 된다. 그러나 벽파대상 경창대회는 이 가운데 아무 특전도 없는 대회였다.
많은 출전자들이 참여하려고 하는 이유를 굳이 생각해 본다면 <벽파>라고 하는 근대 경서도 민요의 대 사범이었던 이창배 명창의 아호를 붙인 대회라는 점, 그 하나가 아닐까 한다. 하나 덧붙인다면 이제까지 3회 대회를 치루는 동안, 아무 잡음 없이 대회의 운영이 비교적 공정하고 깔끔했다는 점이 작용되었다는 말이다. 실력 있는 사람에게 시상을 한다는 입소문의 영향이 크고 여기에 주최 측의 홍보 전략도 한 몫을 했을 것으로 생각한다. 아마도 내년 대회에는 더 많은 참여자들이 몰릴 것으로 예상이 된다.
현재 한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경연대회가 1년에 100여개가 넘는다는 통계가 있는데, 각 경연대회의 공정성 평가는 누구보다도 경연 참가자들이 가장 정확하게 할 것이다. 그렇다면 무엇이 중요한 기준일까?
두말 할 것도 없이 첫째는 심사위원들의 채점 결과가 얼마만큼 공정한가? 하는 대회의 참신성이다. 다시 말해 그 대회에 얼마나 실력을 갖춘 사람들이 심사를 담당하는가? 또는 어느 정도 공정성을 담보할 수 있는 사람들이 어떤 심사 기준을 갖고 심사에 임하는가? 하는 점 등이 대회의 권위를 지킬 수 있는 첫째 조건이 된다는 말이다.
물론 심사위원의 명단은 비공개였다가 당일 출전을 앞두고 발표된다. 그러나 각 심사위원들의 공정성 여부 판단은 이미 그 이전의 다른 대회에서의 경험이나, 또는 선생, 선후배, 친지를 통해서 그 성향을 파악하고 있는 상태여서 출전자들과 지도 선생, 그리고 가족들은 심사위원 갑(甲), 을(乙), 병(丙)의 성향을 잘 알고 있는 상태인 것이다.
특히, 기악에는 류파(流派)라는 것이 있어서 극히 일부이기는 하지만, 심사위원과 다른 류파를 경연하게 된 출전자는 신청을 해 놓고도 불리하다고 판단되면 포기하는 사례도 허다하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심사위원 선정에 특별히 신중해야 한다는 점은 주최하는 쪽에서 너무도 잘 알고 있는 사실이다.
이러한 측면에서 보면, 이번 제4회 벽파대상 경연대회의 심사위원 선정은 매우 적절했다는 평가이다. 신인부와 일반부는 5명의 심사위원이, 그리고 학생부와 명창부는 9명의 심사위원들이 채점을 하였다. 특히 명창부의 본선에서 최고의 수상자를 결정할 때는 14명 심사위원 전원과 주최측에서 위촉한 1명이 첨가되어 모두 15명의 심사위원이 대상을 선정하였다는 점이다.
명창부의 대상 1명을 선정하는 과정이 참으로 엄격하고 공명하다는 평가이다. <다음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