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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한범 교수의 우리음악 이야기

김진무, 마당놀이 무대를 휘어잡는 재담꾼

[서한범 교수의 우리음악 이야기 359]

[우리문화신문=서한범 명예교수]  지난주에는 <퉁소신아우 보존회> 회원들이 남산 국악당 무대에서 재현한 정월 대보름 공연, 곧 함경도 광천지방의 마당놀이 관련 이야기를 하였다.

 

함경남도 도민회장은 실향민들의 전통문화가 분단이후 지금까지도 면면히 이어지고 있어서 다행이며 퉁소는 집안과 마을 마당에서 놀이형태로 이어졌는데, 이러한 전통이 남한 땅에서 전승, 보존된다는 것은 실향민들의 강인한 정신과 조상님들의 숨결이 같이 한다는 의미라고 했다.

 

전국에서는 정월대보름에 달을 향하여 가족, 이웃, 마을의 평안을 빌며 주민의 화합을 도모하는 풍습이 전해오는데, 이러한 행사에는 고유의 노래, 음악, , 연희가 중심이라는 이야기, 광천지방의 마당놀이 역시 주민들에 의해 연희되어 왔으며, 이를 마당률또는 음률 논다고 불렀다는 이야기, 퉁소신아우 보존회는 불놀이-원율-퉁소-사자마당, 등 네 마당으로 구분하여 연행하였다는 이야기 등을 하였다.

이번 주에는 각 마당별 내용들을 간단히 소개하는 이야기로 이어간다.

 

1마당은 서막 형식으로 불놀이 마당이다. 지나간 해를 보내고 새해 농사를 준비하면서 온 동네 주민들이 모여 마을의 축제를 준비하는 마당이 된다. 대보름 2~3일전부터 마을 한 복판에 달집을 세우고, 아낙네들은 음식 준비에 여념이 없으며 어린이들은 들에서 쥐불놀이를 하고 보름달이 떠오르기를 기다리며 달맞이 준비를 한다.


 

이러한 의식은 풍년을 기원하며 한해의 소원을 비손하는 마음이 담긴 전통적인 놀이마당으로 전국 각지에서 면면히 전해오는 민속의 전통이 되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남산 한옥마을 넓은 마당에는 많은 시민이 참석한 가운데 달이 뜨기를 기다려 커다란 달집을 태우는 모습도 볼 수 있었다.

당일 남산국악당 공연무대에서는 막이 오르기 전 캘리그래퍼 김기상 씨가 흰 옷감에 남산위에 둥근 달이란 글씨를 써 내려가고 있었고, 아이들이 나와서 쥐불놀이를 하는 순서로 시작되었다. 시작을 알리는 <퉁소신아우보존회> 소속의 소리꾼, 김진무를 위시한 이서현, 김경숙의 멋드러진 함경도 지방의 토속적인 소리는 간결한 리듬과 단순하면서도 정겨운 가락을 맛깔스럽게 표출해 주었다.

 

특히 김진무의 소리나 발림은 일품이었으며 함경도 사투리의 억양이나 발음을 마치 원주민처럼 구사하며 대사를 옮기고 사람들을 웃기는 등, 무대를 휘어잡는 능력이 남달랐다. 동선본이란 퉁소잽이와 함께 함경도 지방의 재담꾼으로서 김진무라는 이름을 크게 부각시킨 무대가 아닌가 한다.

 

이 무대에 이어진 다음 순서는 각 마을의 풍물패들이 채워 주었다. 풍물패는 조용한 산촌 마을에 새납과 꽹과리, , 장고 등의 흥겨운 가락을 울리면서 마을 사람들을 넓은 마당(공간)으로 모이도록 유도하는 역할을 맡는다. 풍물놀이와 퉁소꾼들이 함께 참여하는 연희를 마당률이라고 하는데, 사람들이 모이면 본격적인 대보름 축제가 시작되는 것이다.

 

2마당 원율놀이는 이진원 교수의 해설로 시작되었다. 그는 <퉁소신아우보존회>가 준비하게 된 공연의 의의와 배경, 특히 함경도 광천마을의 놀이마당과 퉁소음악의 소개, 각 마당별 주된 내용 등을 설명하여 공연 관람에 큰 도움을 주었다. 이처럼 국악무대, 관현악이나 성악, 각 지방의 민요나 민속연희 공연 등은 전문가의 해설을 통해 그 의미를 명료하게 짚어 주고 이해의 폭을 넓혀 주어야 더 성공적인 감상회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원율놀이는 춤과 노래판이 벌어지는 마당으로 주로 정월 대보름 같은 명절에 크고 작은 마을 사람들이 모여서 집단으로 춤을 추고 노래를 부르는 흥겨운 자리이다. 무대공연은 무동놀이, 곧 춤꾼이 어깨 위에 무동을 올려 세우고 놀이판에 들어서서 무동춤이 시작되었다. 언제 어디서 듣게 되더라도 풍물놀이의 흥겨운 소리는 사람들의 발걸음을 모으기에 충분하다. 바로 한국인들의 신명을 불러일으키는 음악이자 춤이 바로 풍물놀이라고 하겠다.


이어진 무대는 검무(劍舞)라고 불리는 칼춤이었다. 원래 함경남도에서 추던 이 칼춤은 14~15세 또래의 홍안 미소년 2, 혹은 4명 등 짝수의 춤꾼이 검을 들고 추는 춤이다. 박은용이 전해주는 마당놀이를 참고해 보면, 칼춤을 담당하고 있는 소년 무용수들은 여자 옷차림을 하는데, 흰 저고리에 빨간 치마를 입고 한삼을 끼며 쾌자(군복)를 입는다는 것이다. 그리고 양손에는 칼목이 꺾이는 무용 칼을 쥐고 춤을 추었다고 하며 음악 반주는 보통 퉁소잽이 2~6명 정도와 북잽이가 담당하게 되고, 그 연주곡명이 바로 영산회상을 기초로 삼았다는 것이다.


퉁소로 검무를 반주한다는 자체도 쉽게 상상이 되지 않는데, 영산회상 음악을 반주음악으로 쓰고 있다는 점은 매우 흥미로운 사실이다. 악곡의 이름도 긴영산, 느린 도도리, 잦은 도도리, 보화식 도도리, 타령, 넋두리 등이어서 친근감을 주고 있으나, 선율의 정서적 특징은 함경도 지방에서 흔히 듣는 퉁소 음악의 그것과 같다는 것이다.

 

여타의 검무처럼 느리고 빠른 장단으로 이어지는 칼춤은 여장을 한 소년들이 칼을 휘두르면서 역시 손목 동작의 특징을 보여주며 기민한 동작을 이어가는데, 춤의 민활성이나 용감성, 그리고 전투적 기백으로 보아 이것은 다른 지역에서 전승되어 오는 검무와는 다름을 알 수 있다.

 

공연 무대에서는 <신천무용단> 3인이 출연하여 칼목이 꺾이지 않는 칼을 들고 나와서 모두 의아해 했다. 우리가 익히 보아 온 검무는 2, 또는 4인이 서로 마주보고 대무(對舞)의 형태를 연상하게 되는데, 칼목이 꺾이지 않는 칼이어서 다소 경직된 분위기였다. 그리고 3인의 검무는 처음 대하는 춤이어서 그런지 분위기도 다소 굳고 무거웠으며 부자연스러웠던 느낌이었다.

 

춤과 토속민요가 한바탕 어우러지는 원율마당에 참여하는 무용수들도 소고 대신에 긴 손수건을 들고 장삼을 늘여든 손목을 상하좌우로 피기도 하고, 젖히기도 하고 돌리기도 하면서 손목 동작이 주가 되는 춤을 추었다. 움직임은 대체로 활발한 편이었으며 춤사위는 함경도 지방 사람들의 용감한 성격에 어울리는 진취적인 형태를 반영하는 듯 하였다. 어느 놀이판이든 춤판이 고조되면 너도 나도 춤판에 뛰어들어 함께 춤을 추게 마련이다. (다음 주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