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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문화편지

오늘은 아장아장 봄볕이 걸어오는 춘분

[얼레빗으로 빗는 하루 3778]

[우리문화신문=김영조 기자] 


보름달처럼 떠오르고 싶어라 당신의 눈물로 나의 손을 씻고

가끔씩 나의 창문을 두드리는 허전한 나뭇잎의 마음을 잡고 싶어라

새순은 돋아나는데 아장아장 봄볕이 걸어오는데

당신이 그립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나는 살고 싶어라

 

위는 원재훈 시인의 시 <춘분> 일부입니다. 오늘은 24절기의 넷째 춘분(春分)이지요. 봄이 열리는 춘분, 새싹이 돋아나고 아장아장 봄볕이 걸어옵니다. 당신이 그립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살고 싶은 날입니다. 이날은 낮과 밤의 길이가 같다고 하지만, 실제로는 해가 진 뒤에도 얼마간은 빛이 남아 있기 때문에 낮이 좀 더 길게 느껴지지요.


 

춘분은 겨우내 밥을 두 끼만 먹던 것을 세 끼를 먹기 시작하는 때입니다. 지금이야 끼니 걱정을 덜고 살지만 먹거리가 모자라던 예전엔 아침과 저녁 두 번의 밥 먹기가 고작이었지요. 보통은 음력 9월부터 이듬해 정월까지는 아침저녁 두 끼만 먹고, 2월부터 8월까지는 점심까지 세끼를 먹었습니다. 낮 길이가 짧은 탓도 있지만 일하지 않는 겨울엔 두 끼로 만족할 수밖에 없었던 것입니다. 하지만, 춘분이 지나면 농번기가 닥쳐오기 때문에 일꾼들의 배를 주리게 할 수는 없었지요.

 

옛 사람들은 춘분 즈음에는 겨우내 웅크려들었던 몸의 기지개를 활짝 펴고 논밭을 갈고 씨 뿌릴 준비에 들어갔습니다. 천둥지기 곧 천수답(天水畓)이 많았던 시절인지라 귀한 물을 받으려고 물꼬를 손질하는 등 '천하 사람들이 모두 농사를 시작하는 달'이라고 여겨 부지런을 떨었지요. 옛말에 춘분 즈음에 하루 논밭을 갈지 않으면 한해 내내 배가 고프다.’ 할 정도로 농사가 백성의 주된 일이고 보니 춘분은 한해 농사의 성패를 가르는 중요한 시작을 알리는 절기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