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년대 초부터 대학에서 탈춤반 활동을 하다가 북청사자 놀이의 일원이 되었고, 주로 점받치(의원)역할을 해 왔다는 이야기, 의원은 서울서 초빙된 전문인이고 지식인이기에 서울의 언어를 구사했는데, 생중계를 하던 해설자는“함경도 사투리가 어려워서 표준어를 구사한 것이 흠”이라는 평가를 했다는 이야기를 했다.
또 사자놀이의 예능을 배우면서도 박동신, 지관용, 양소운, 김금화, 장용수, 김경복 등 서도의 명인명창들 소리를 흉내내어 그쪽 소리나 사투리도 매끄럽게 구사하고 있다는 이야기, 넋두리 춤이나 애원성 노래는 인정을 받을 정도로 잘 부른다는 이야기, 앞으로 정례적인 발표회와 함께 옛 자료를 통한 복원작업이나 연구발표, 전승자 양성, 교재발간, 작품발표회, 등으로 퉁소음악의 영역이 확대되기를 바란다는 이야기 등을 하였다.
이번 주부터는 궁중음악의 상징적인 악기로 인식되고 있는 편종(編鐘)과 편경(編磬)과 같은 유율타악기(有律打樂器)의 이야기와 함께 궁중음악에 쓰이는 다양한 악기들을 제작해 오고 있는 공예분야 무형문화재 김현곤 명인의 이야기를 소개해 보도록 한다.
공예분야는 나무나, 쇠, 돌, 흙, 종이, 유리, 기타 다양한 재료들을 활용하여 예술작품을 창작하는 분야인데, 그 중에는 전통국악기를 제작하는 악기공예 분야도 있다. 일반적으로 악기공예라고 하면 대표적인 분야가 거문고나 가야금과 같은 현악기를 떠올리거나, 또는 북을 메우는 타악기가 많이 알려져 있지만, 대나무를 활용한 관악기들도 포함되고, 특히 개인의 힘으로는 제작이 불가능한 것으로 알려져 온 편종과 편경을 제작하는 분야도 있는 것이다.
편종이라든가 편경과 같은 악기들은 쇠붙이나, 돌, 어느 한 재료로만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재료를 필요로 한다. 특히 쇠붙이나 돌을 다루어 악기를 제작해야 한다는 점이 어렵다. 그러나 외관상의 작품이 아무리 뛰어난다고 해도 음정이 맞지 않는다거나 음색이 깨끗하지 않으면 악기로서의 생명력은 끝나 버리기 때문에 무엇보다도 편종이나 편경은 음정이 정확하고 음색이 뛰어나야 한다는 점이 생명이라 하겠다.
그래서 과거 조선조에서도 국악기 가운데에서는 제작의 난이도가 가장 높고, 또한 작업공정이 까다로운 악기로 알려져 왔다. 그래서인가 개인이 제작하기엔 불가한 것으로 알려져 왔을 뿐더러 악기를 제작하는 기관에서도 여러 사람들이 분담하여 제작하였을 뿐, 개인이 만들었다는 기록은 없다.
우선 개인이 만들기에는 재료를 구하는 문제부터가 어렵다. 이러한 상황이 수백 년 이어져 오다가 현대에 와서 악기장 김현곤 명인이 나타난 것이다. 그는 주로 그의 가족들과 함께 불가능의 인식을 깨고 편종과 편경을 제작하고 있어서 국악계는 참으로 다행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위의 ‘편종, 편경과 같은 유율타악기’란 말에서 유율타악기란 무슨 뜻이고, 편종과 편경은 또한 어떤 악기인가 하는 설명을 하고 넘어가기로 한다.
유율타악기란 악기 자체가 음정의 구별이 있어서 악곡을 연주할 수 있는 선율타악기를 의미하는 말이다. 이들 악기로 가락을 연주할 때에는 쇠뿔을 깍아 만든 망치를 사용하여 소리를 낸다. 이 소리내는 도구를 각퇴(角槌)라고 부른다.
편종, 또는 편경을 연주할 때에는 각퇴로 종이나 경의 일정부분을 정확하게 때려서 소리를 내야 한다. 아무 곳이나 때려서 내는 소리는 최상의 소리가 될 수 없다. 원래 타악기란 누구든지 치게 되면 소리는 울리게 되어 있다. 그러나 가락을 옮기는 숙련된 음(音)을 얻기 위해서는 부단한 연습과정이 있어야 함은 물론이다. 마치 피아노의 경우와 흡사하다고 생각하면 될 것이다.
그렇다면 편종과 편경은 각각 어떤 악기인가?
국립국악원에서 궁중음악을 연주하는 모습을 보면, 무대 뒤편에 여러 개의 종(鐘)을 엮은 악기와 경(磬)을 엮은 악기가 병풍처럼 서 있는 모습을 보게 된다. 이들 악기들이 버티고 있어서 음악회의 분위기는 매우 위엄이 있어 보이는데, 이 악기의 이름이 바로 편종과 편경이다. 편종은 크기가 일정한 종 16개를 2단 틀 위에 엮었다는 의미에서 붙여진 이름이고, 편경이란 ㄱ 자 모양의 돌을 16개 엮었다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예부터 국악기를 만드는 재료에는 8종이 쓰였다. 이를 국악계에서는 8음(八音)이라고 부른다. 8음이란 바로 금(金), 석(石), 사(絲), 죽(竹), 포(匏), 토(土), 혁(革), 목(木)의 8종의 재료를 의미하며 악기를 만드는 기본 물질을 말하고 있다.
금이란 쇠붙이 재료를 말한다. 석은 돌이고, 사는 실, 죽은 대나무이다. 그리고 포는 박, 토는 흙, 혁은 가죽, 목은 나무를 각각 말한다.
이와 같은 재료에 따른 악기 분류로 보면 편종은 그 재료가 쇠붙이이기에 금(金)부에 속하는 악기이고, 편경의 재료는 돌이기에 석(石)부에 속하는 타악기인 것이다. 쇠붙이 악기와 돌붙이 악기가 하나의 쌍을 이루고 있는 것이다.
그러면 이 악기들은 언제부터 우리나라에서 연주되어 온 악기일까?
악지(樂志])의 기록을 보면 고려 예종 11년(1116년), 중국 송(宋)으로부터 들어온 것으로 알려져 있으므로 약 900여년 동안 궁중음악에 편성되어 온 악기들이다. (다음주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