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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광복절, 독립운동가 이름 불러주는 날이기를

모든 지자체가 광복절을 맞아 똑같이 ‘태극기 달기’만 해서야

[우리문화신문=김영조 발행인]  오늘은 우리나라가 일제의 속박에서 벗어나 해방이 된 광복절 제73돌이다. 이에 따라 각 지자체에서는 광복절 행사를 하기에 여념이 없다. 그래야 마땅한 것이 아니던가?

 

그런데 요 며칠 뉴스를 도배하는 것은 태극기와 관련된 행사 일색이다. 얼핏 검색을 해보아도 “인천 계양구, 태극기 나눠주기 행사 성료”, “진천군, 광복절 맞이 나라사랑 태극기달기 운동 추진”, “광양시, 제73주년 광복절 태극기 게양으로 나라사랑 실천”, “제주시, 제73주년 광복절맞이 태극기 달기 캠페인 행사 전개”, “남해군, 광복절 태극기 달기 운동” 같은 뉴스 제목을 쉽게 볼 수 있다. 표현만 조금씩 다를 뿐 거의 같은 것으로 차별화된 좀 더 의미 있는 행사를 찾기는 정말 어렵다.

 

 

물론 우리나라를 상징하는 태극기를 달고 기뻐하는 일이야 당연히 잘못된 것은 아니다. 그러나 거의 모든 지자체가 한결같이 태극기 관련 행사에 머문다는 것은 광복절을 맞기 까지 수많은 독립운동가의 피와 땀이 서려 있음을 잊은 너무 안이한 태도가 아닐까?

 

우리가 익히 알다시피 독립운동가들은 목숨을 내놓고 싸웠다. 김향화, 변매화, 문재민, 옥운경 등 온 나라 수많은 기생들도 뛰어나와 만세운동을 펼쳤고, 여수의 윤형숙 애국지사는 만세운동을 하다 일제 헌병에게 팔이 잘리고 눈까지 실명한 비극을 맞았다. 오항선 애국지사는 여성의 몸으로 김좌진 장군의 부하가 돼 무기운반과 은닉 그리고 연락책임을 도맡아 투쟁했다.

 

또 송성겸 애국지사는 일본 형사에게 붙잡힌 뒤 거꾸로 매달려 콧구멍에 물을 부은 것은 물론 알몸뚱이를 만들어 벌렁 뉘어놓고 국부를 몽둥이로 쑤시는 고문을 받았다. 조애실 애국지사는 온몸을 나무에 묶어 놓고 비틀어 뼈가 살에서 튕겨 나오는 고문을 당해 평생 병치레의 고통 속에서 살았다. 어디 그뿐이랴? 천안 아우내장터 만세운동에서 최정철 애국지사는 아들 김구응 지사와 함께 일제의 칼에 찔려 한날한시에 순국하는 일도 있었다.

 

이런 입에 담기도 어려운 고통을 당하고 죽어간 것이 우리의 독립운동가들이다. 그럼에도 광복절을 맞아 단순히 “태극기 달기 운동”에 머무르는 상황에 지하에 계신 독립운동가들은 그런 후손들을 바라보면서 피눈물을 흘리고 계시지는 않을까?

 

 

 

 

최근 몇몇 기업체들은 진정한 광복절 기념행사를 하는 노력을 해 손뼉을 받기도 한다. 스타벅스코리아는 광복절 때마다 텀블러 등 기념품을 한정 제작하는데, 인기가 높아 매장 앞에 길게 늘어 선 구매행렬이 에스엔에스에서 수없이 공유된다. 판매 수익은 독립유공자 후손들의 장학금 등으로 활용된다. 또 편의점 GS25는 국가보훈처와 함께 ‘독립운동가 기억하자 캠페인’을 진행 중인데 편의점에서 파는 도시락에 독립운동가 100인의 이름을 붙인 것이다.

 

그뿐만 아니라 여성독립운동가를 기리는 시집 《서간도에 들꽃 피다》 8권을 펴낸 이윤옥 시인은 그동안 나라 안팎에서 십여 차례의 여성독립운동가 시화전을 열었는가 하면 최근엔 광복절 73돌을 맞아 《여성독립운동가 300인 인명사전》을 펴내 뜻있는 이들의 큰 손뼉을 받고 있다. 이런 일이야말로 태극기 걸기에 견주면 진정한 의미의 광복절 행사가 아닌가?

 

 

지난 2012년 세상을 뜬, 이병희 애국지사는 당시 찾아뵌 기자에게 “한국의 젊은이들이 독립운동 정신을 잊지 말았으면 좋겠다.”고 간절한 눈빛으로 염원했다.

 

시인 김춘수는 그의 시 “꽃”에서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기 전에는 / 그는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었을 때 / 그는 나에게 와서 꽃이 되었다 /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준 것처럼 / 나의 이 빛깔과 향기에 알맞은 / 누가 나의 이름을 불러다오”라고 노래했다. 나라를 구한 애국지사들의 독립운동도 우리가 그들의 이름을 불러줄 때만이 영원히 독립운동으로 남을 것이다.

 

이제 우리는 광복절을 맞으면 단순한 태극기 걸기 행사가 아니라 이병희 지사의 바람대로 그들의 거룩한 이름을 불러주는 일에도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이다. 이러한 일이야 말로 진정 한 의미에서 독립운동을 기리는 일이며, 마음 속으로부터 광복절을 기뻐하는 일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