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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한범 교수의 우리음악 이야기

강(江) 위의 맑은 바람은 음악이 되고

[서한범 교수의 우리음악 이야기 385]

[우리문화신문=서한범 명예교수]  통소에 관한 이야기 가운데 적벽부에 나오는 통소 이야기를 하고 있는 중이다. 통소를 잘 부는 손님의 소리를 듣고 소동파는 그 소리가 원망하듯, 사모하듯, 울며 하소연 하듯, 애처로워서 물에 잠긴 교룡(蛟龍)의 춤 같고, 젊은 과부의 울음 같다는 소감을 말했다. 적벽부는 의미가 깊고 문장이 좋아서 국악의 장르 중에서는 고저와 리듬, 시김새와 잔가락을 살려서 마치 느린 노래 부르듯 읽는 송서(誦書)로 감상하면 제격이라는 이야기도 하였다.

 

손님의 통소소리에 소동파는 “어찌해서 그 소리가 그토록 구슬픈가”를 묻고, 손님의 대답은“그 옛날 조조가 적벽강에서 주유에게 패해 80만 대군을 잃은 것을 생각하면 비탄에 빠질 수 없지만, 그러나 이제 와서 생각하면 허무한 꿈에 불과하다는 심정에서 우리네 인생은 천지(天地)의 하루살이며, 푸른 바다의 좁쌀 한 알에 불과하다는 점이 너무도 슬프고, 안타까워 통소에 담아 한 곡조 불었다”고 했다는 이야기 등을 하였다.

 

우리네 인생이 천지(天地)의 하루살이이고, 푸른 바다의 좁쌀 한 알에 불과하다는 비유에 소동파가 다시 손에게 묻는다.

 

   “손님께서는 저 물과 저 달의 존재 의미를 아시지요?

    가는 자, 저 강물과 같다고 하나, 일찍이 지나간 바 없고,

    또한, 달은 차고 기울기는 하지만,

    역시 한 번도 사라지거나 자라남이 없었습니다.

    모든 것을 변하는 쪽으로 본다면,

    천지에 한 순간도 변하지 않음이 일찍이 없을 것이며,

    또한, 변하지 않는 쪽에서 바라본다면,

    만물(萬物)과 내가 모두 무한하지 아니한데,

    여기서 무엇을 더 바라고 원하겠습니까?”

 

 

적벽부(赤壁賦)는 중국 북송 말의 문인 소동파가 1082년, 유배지인 호북성(湖北省) 황주(黃州)로 유배 갔을 때, 장강(長江)의 적벽에서 친구들과 뱃놀이를 하며 인생이 너무나 짧다는 점을 안타깝게 느끼면서 자연의 아름다움에 대한 환희와 감동을 읊은 내용이다. 그 뒤에 이어지는 소동파의 역설이 더 더욱 감동적이어서 이를 조금 더 감상해 보기로 한다.

 

   “무릇, 하늘과 땅 사이에 있는 모든 만물에는

    각기 주인이 있기에, 진실로 나의 소유가 아니라면,

    그것이 비록, 터럭 하나라도 취할 수 없을 것입니다.

    오직 강위의 맑은 바람과 산 위에 떠오르는 밝은 달은

    귀로 들으면 음악이 되고, 눈으로 만나면 빛을 이루게 될 것이니,

    이를 취한다 해도 말릴 사람이 없을 것이며,

    또한, 이를 쓴다고 해도 다 쓰지 못할 것입니다.

    이것이야말로 조물주(造物主)의 다함이 없는 보물이어서

    나와 그대가 함께 누릴 수 있는 것입니다.”

 

 

특히, 마지막 매듭을 짓고 있는 구절에서 “세상 만물에는 주인이 있어서 함부로 취할 수 없다.”는 깨끗한 양심과 ‘강 위의 맑은 바람이나 산 위에 떠오르는 밝은 달빛은 마음대로 취할 수 있다는 점, 이것이야말로 조물주의 다함이 없는 보물”이라는 낭만적인 인생관을 천 년 전에 노래했다는 점은 참으로 세상을 달관한 지식인의 자유로운 사고라 아니할 수 없다.

전적벽부의 마지막은 이렇게 맺고 있다.

 

   “통소를 연주한 손님도 기뻐서 웃고,

    잔을 씻어 다시 술을 권하니,

    안주는 이미 다하고 술상은 어지러워졌다.

    이에 서로 베개 하여 배 안에 누웠더니,

    눈뜨자, 어느새 날이 밝았다.”

 

적벽부는 노래보다는 역시 문학작품으로 널리 알려진 작품이다. 그럼에도 전통음악의 몇 장르로 적벽부가 알려져 있다.

 

무엇보다도 판소리로 부르는 적벽가는 유명하고 단가(短歌)로도 불렀다. 적벽가는 판소리 12마당 가운데 현재까지 전해오는 5마당, 곧 춘향가, 심청가, 수궁가, 흥보가, 적벽가 중 하나이며, 송순섭 명창이 예능보유자로 이 종목을 전승시키고 있다.

 

 

경기소리로는 경기 12좌창 중에 적벽가가 들어 있다. 유산가, 제비가, 소춘향가 등, 서울의 좌창은 대체로 가볍고 명랑하게 부르는 것이 본래의 소리 색깔이지만, 적벽가는 그러한 형태를 많이 벗어나고 있는 듯, 다소 무겁고 엄중한 분위기를 유지하는 것이 특색이다.

 

노랫말은“ 삼강(三江)은 수전(水戰)이요, 적벽은 오병(鏖兵)이라. 난데없는 화광이 충천하니 조조가 대패하여 화용도로 행할 즈음에"로 시작한다. 장단은 6박 도드리장단으로 느리게 일관하며 전체의 길이는 120장단의 구성이다. 또한 적벽부는 송서로도 전해 오고 있어서 마치 이야기책을 음악적으로 읽는 듯 구수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서울시 송서ㆍ율창의 예능 보유자인 유창 명창이나 이기옥 명창의 소리로도 감상할 수 있다.

 

그런가 하면, 서도의 좌창으로 부르는 적벽부가 두 종류가 있는데, 하나는 고문진보에 있는 한문 적벽부에 토를 달고 새겨서 우리말로 고친 가사에 벽파 이창배가 곡을 붙였으나 그렇게 널리 확산되지 못한 것이 있고, 다른 하나는 박기종의 《전통서도소리 명곡대전》에 실려 있는 전적벽부이다.

 

서도소리로 부르는 적벽부에 대한 이야기는 다음 주에 이어가기로 한다. (다음 주에 계속)